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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페미니스트' 의도는 실패했다…억울해도 받아들여야 할 때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문제라고 한다면 산이가 '페미니스트'를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남혐이다 여혐이다 민감한 때에 '페미니스트'를 주제로 불과 몇 분짜리 노래 안에, 그것도 은유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자만이었다. 결국 '페미니스트'의 가사는 '산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됐고 졸지에 비호감 래퍼가 됐다.

'페미니스트' 가사에서 화자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정작 '여혐'스러운 사상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여권신장을 외치는 이들을 조롱하는 가사다. 하지만 유치하고 모순적인 가사들을 '일부러' 배치했다. 겉으론 페미니스트라고 하지만 속내가 다른 화자를 유치하고 모순적인 사람으로 표현했고 '비상식'을 조롱했다.

산이 본인이 정말 가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논리가 빈약해질 수 있는 유치하고 모순적인 가사를 굳이 쓸 이유가 없다. 물론 일부 내용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제리케이의 디스에 곧바로 응수한 디스곡 '6.9cm'에서 쓴 가사처럼 '전체를 안 보고 가사만 봤을' 경우에 그렇다.

'페미니스트'가 발표됐을 당시부터, 산이의 곡 설명이 있기 전부터, 이 곡을 산이처럼 해석하는 이들은 꽤 있었다. 그런데 산이는 불리하니까 말을 바꾼 '줏대 없는 사람'이 됐다.

산이는 지난 주말 브랜뉴뮤직 콘서트에서 했던 발언으로 또 한 번 구설에 오르고 있지만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물론 행동 그 자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산이가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관객들을 싸잡아 워마드 메갈리안이라고 칭한 것은 잘못이지만, '페미니스트는 정신병'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산이는 "메갈 너네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페미니스트 노. 너넨 정신병"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안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정신병'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산이의 말은 앞뒤 다 잘리고 '페미니스트 정신병'이라고 요약됐다. 산이는 "정상적인 여성들을 지지한다. 워마드, 메갈은 사회악"이라고 덧붙였다. 워마드, 메갈은 일베와 함께 사회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건 산이만의 생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산이가 취한 '방식'은 잘못이다. 콘서트는 자신의 단독콘서트가 아니라 브랜뉴뮤직 가수들 합동 콘서트였고, 관객들 역시 자신만을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산이는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관객으로부터 '산이야 추하다'라고 적힌 돼지 인형을 받아 순간 욱해 대응한 거라면 정말 추한 행동이다.

산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신곡 '웅앵웅' 발표를 예고했다. '페미니스트' 발표 후 지금까지의 논란에 대한 생각을 담은 곡일 가능성이 높다.

산이는 자신의 곡 '페미니스트'에 대해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보다"라고 말했다. '미약했다'는 자신의 말처럼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 것은 자신의 부족함이다. '왜 내 곡을 이해하지 못하니'라며 싸우는 것은 자신이 비꼬려 했던 '페미니스트' 속 화자와 다를 바 없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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