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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BIFF]"감독은 친구가 재산"…박찬욱이 후배영화인들에 전한 조언(종합)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꿈꾸는 젊은 아시아 영화감독들과 만나 현실적이고 유머러스한 조언을 건넸다.

6일 오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서 열린 '플랫폼 부산-필름메이커스 토크2(Filmmaker's Talk2)'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찬욱 감독, 웨인 왕 감독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장들의 필름메이커 토크(Filmmaker’s Talk) 시리즈를 기획, 아시아 독립영화인들과의 만남의 장을 제공했다.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행사는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의 일부 시퀀스를 영상으로 감상한 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는 '진철한 금자씨'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후반부에 가서는 금자씨는 거의 조연이다. 뒤로 물러나서 구경하거나 조율을 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함으로써 구경꾼의 위치로 스스로를 퇴각시킨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구상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체라고 생각한 개념이다. 유족들이 전면으로 드러나 복수를 주도하는, 금자의 복수극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다른 사람들이 복수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구상한 이유다. 제가 만든 영화들 중에 잘 구현됐다 생각하는 장면이고 요인들이 잘 조화롭게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강원도의 폐교를 구해서 손을 거의 안대고 찍을 수 있었고, 특히 교실 천장의 상태가 좋았다. 마감재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미술팀이 구현해내기 힘든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는 로케이션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뛰어난 미술감독의 능력을 뛰어넘는 중요한 사례다. 중요한 것은 각본을 쓸때 최민식이 연기한 백선생이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사모님'이라는 대사가 회심의 대사였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의 명대사가 남아 있었으니 썼을텐데, 본의 아니게 무의식 속에 오마주하게 된 대사다. 내 머릿속에서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것들이 내가 어디선가 본, 들은, 읽은 이야기들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사례였다.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편집을 통해 경제적으로 압축을 한, 스토리보드대로 잘 찍힌 장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의상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약하고, 누군가는 용감하고 욱하는, 개별적이지만, 모두가 한 그룹으로 엮일 수 있다. 자식을, 손주를 잃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동질성을 갖는다. 그래서 모두가 같은 우비를 입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리고 이 우비가 주는 광택이 찬란하면서도 시각적인 면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감, 영화는 만질 수 없지만 만질수있을 것 같은, 텍스처의 느낌을 주의깊게 고르려고 노력한다. 의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자씨의 트렌치코트다. 깃을 내리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깃을 다 올리면 얼굴의 반을 가리고 눈만 보이게 하길 원했다. 이 단계에서는 관찰자다.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 관찰자임을 핵심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박쥐'에서는 신부 상현(송강호 분)이 태주(김옥빈 분)를 죽였다가 살리는 장면이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박쥐'를 구상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처음에 뱀파이어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을때의 첫 장면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장면이 먼저 있고 거기서 가지를 뻗은거다. 신부가 있었는데, 숭고한 일을 하려다 뱀파이어가 됐다. 뱀파이어가 된 후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여인을 사랑해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됐다. 그러다 그녀를 죽이게 됐고 피가 난다. 굉장한 죄의식에 사로잡히자마자 피의 향기가 그를 사로잡는다. 죄책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욕망이 자리잡고 그 피를 탐한다. 그러다 그녀를 살리게 되고 피를 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단계는 바로 키스다. 궁극의 키스는 자신의 혀를 상처내서 피를 흡혈하게 한다. 영화 역사상 궁극의 키스 아니겠나, 그런 장면을 보여주겠다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들이 잘 생각나지 않았는데, 에밀 졸라의 원작을 만나게 된거다. 소설과 이 영화가 만나 오늘날의 '박쥐'가 만들어지게 된거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는 내가 가장 럭셔리하게 작업한 작품이다. 100회차 정도에 걸쳐 작업을 했고, 해외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그럴 호사를 누리며 작업한 작품이다. 그만큼 내가 내 영화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표현하는 것들, 정말 천박한 인물처럼 보였다가 어느 순간 숭고한 인물이 되는 것. 내가 배우들에게 한번에 고귀함과 비천함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지 빠르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 그것이 관객이 보기에는 복합적인 인물로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능력이 출중한 배우다"라고 극찬했다.

박찬욱 감독은 후배 감독을 향해 제작자와 감독의 의견이 충돌할때, 그리고 감독의 주장을 펼치고 싶을 때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전작의 성적으로 다음 영화의 파워가 달라진다. 누구가 겪는 것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성의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협이 되지 않을 때면 내 의견을 들어달라고 미리 약속을 한다. 감독은 내 의견과 다르다고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감독은 친구가 재산이다. 친구를 적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힘 있고 고집센 감독이라고 해도 고비를 맞게 된다. 항상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싸우게 되는 경우는 물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와 최민식의 차이에 대해 "송강호는 논리적이고 냉철한 면이 있다. 그런 순간의 송강호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분명 있었고 최민식은 물론 지적인 사람이지만 엄청나게 다정한 사람이고 격한 사람이다. 불같이 뜨거운 사람이다.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격렬하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반대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이 안 된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올드보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최민식이 적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부산=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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