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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버티고', 고단한 오늘을 버틴 30대 천우희의 위로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오늘 하루도 몹시 흔들렸지만 잘 견뎌냈다."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 분)은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숲 사무실에서 매일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불안정한 계약직 생활, 밤마다 시달리는 엄마의 전화, 비밀 사내 연애 중인 진수(유태오 분)와의 불안한 관계 등 모든 것이 서영을 괴롭힌다. 이런 서영에게도 희망이 찾아올까.

 [사진=트리플픽쳐스]
[사진=트리플픽쳐스]

고공 감성 무비라는 수식어가 붙은 '버티고'(감독 전계수)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서영이라는 인물이 버티고 또 버티다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희망과 위로에 대한 영화다. 겉으로는 멀끔한 직장인인 서영은 고층빌딩 숲 사무실에만 가면 이명과 현기증을 크게 느끼며 위태로운 삶을 산다. 계약직이라 불안하고, 늘 남 탓만 하는 엄마와의 전화는 무미건조하다. 진수와는 비밀 연애 중이라 늘 조마조마하다.

이런 서영이 그나마 안도하는 건, 빌딩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붙일 때다. "거리는 튼튼하니 이제 안심이다"는 내레이션은 서영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나마 의지를 해온 진수의 비밀이 드러난 후, 서영은 더 크게 흔들린다. 최악의 위기 상황 속, 서영을 붙잡아주는 건 다름 아닌 로프공 관우(정재광 분)다.

영화는 전계수 감독이 데뷔 전 해외에서 3년 차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때 자신의 이야기를 서영에 투영해 쓴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일만 잘한다고 해서 정규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사에게 잘 보이려 눈치 보고, 자기주장도 못하는 비정규직의 삶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씁쓸하다. 서영 역시 회사 내에서는 거의 웃지 않고 정적이다. 천우희는 이런 서영의 내면을 눈빛과 표정만으로 섬세하게, 또 깊이 있게 그려내 관객들의 마음을 세차게 두드린다. 마치 버티고 있는 서영에게 손을 내밀고 꼭 잡아주라는 듯.

 [사진=트리플픽쳐스]
[사진=트리플픽쳐스]

 [사진=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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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상의 모든 끈이 끊어지고 나락에 빠진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결말에 담아낸다. 의외의 곳에서 빛, 혹은 구원의 천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전계수 감독은 "'모든 걸 잃었을 때 삶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엔딩이다. 서영에게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힘들 때 누군가 내게 따뜻한 손길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천우희 역시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대사를 통해 실제로 힘을 얻었다고 한다.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저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지금의 힘겨운 시간들을 연기적으로 치유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대로 천우희는 '버티고'를 통해 또 한번 인생 연기를 보여준다. 늘 믿음 가는 연기로 온전히 캐릭터화가 되는 천우의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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