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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박소진, 조금 느리지만 더 단단하게(인터뷰)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한 '가수 박소진'이 '스토브리그'를 통해 '배우 박소진'으로 분했다. 연극을 통해 연기에 매력을 느껴 뛰어들었고, 가수로서 정상을 찍었던 시절을 뒤로하고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조금 느리지만 더 단단하게' 걸어가는 배우 박소진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1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출연한 배우 박소진 인터뷰가 진행됐다. 박소진은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의 민감한 문제까지 파고드는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을 맡았다.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김영채 캐릭터를 연기한 박소진은 "마음껏 미움받고 마음껏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아래는 박소진과의 일문일답.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스토브리그'가 종영했다.-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서 행운이었다. 또한 '스토브리그' 안에서 나를 기억해주는 분들 역시 많아서 감사하다.

◆'스토브리그'의 엔딩은 어땠나.-마지막회를 보며 가장 울컥했다. 이세영(박은빈 분)이 라커룸에 들어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사람들의 파이팅을 볼 때의 뭉클함이 생기더라. 마지막에 작가님이 남긴 말 역시 큰 위로가 됐다.

◆원래 야구를 좋아하나.-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몇 번 보러가서 룰 정도는 알았다. 오히려 '스토브리그'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 되게 재밌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떴다 패밀리' 이후 6년만의 드라마였다.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지금이 첫 드라마인 기분이다. 당시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더 알고 싶고 즐기고 싶은 차이다. '스토브리그' 오디션 이후 합격 전화를 받고 펑펑 울었었는데, 정말 재밌어서 더 감사했다.

◆스포츠 아나운서 역할을 위해 특별히 더 노력한 부분은?-단순 스포츠 아나운서와 다른 점이 있어서 복합적으로 섞으려 했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앵커 분들을 내내 따라했고,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밝고 에너제틱함 역시 닮으려 노력했다. 최희 아나운서가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 가장 비슷했다. 거기에 기자정신, 저널리즘까지 섞으려 했는데 그 부분이 쉽진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제작진에게 오디션에서 합격한 이유를 들었나.-모두가 정석 기자처럼 준비해 갔을거라 생각해서, 난 좀 더 밝고 툭툭 던지는 느낌으로 갔다. 그걸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

◆로버트 길을 두고 '악마의 편집'을 하는 캐릭터가 부담 없었나.-미운 마음으로 했다기보단,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행동을 했고, 난 영채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매력이 있었다.

◆부정적 반응도 없지 않았다. 속상하지 않았나.-안 속상하면 사람이 아니다. 심장도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글들에 미움을 가져야 할까 싶다. '당연히 지금이 최선이 아니잖아', '이 이상이 내게 없을 리 없잖아', '이제 시작했는데 다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이상하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걸스데이 멤버들의 피드백이 있었다면?-응원을 많이 해줬다. '너무 좋다', '첫 드라마에서 이 정도 임팩트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건 좋은 기회다' 등의 말을 해줬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스포일러를 해달라는 반응도 정말 많았다. '임동규 돌아오지?', '드림즈 우승해?' 이런 말들. 그 관심들이 귀여웠다. 또 '스토브리그 재밌더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래, 내가 봐도 재밌다'라고 말하게 되더라.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스토브리그'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책을 봤을 때부터 재밌었고, 첫방송 이후 좋은 의미로 '아,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5%는 무조건 넘을거라고 얘기했었다. 또 현장도 정말 좋았다.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현장을 만날 행운이 있을까 싶다. 스튜디오에 갇혀있는 캐릭터라서 다른 배우들과 더 소통할 수 없었던 게 아쉬울 정도로.

◆가장 기분 좋았던 평가가 있다면?-'얄밉다'는 반응. 제일 아프기도 했지만 그 반응이 좋았다. 처음엔 괜히 내가 미움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얄미웠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진이 뽑는 '스토브리그' 최애 캐릭터는?-조병규가 맡은 한재희 캐릭터. 좋은 마음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캐릭터가 귀여웠다. 장진우 캐릭터도 좋았다. 노장을 저무는 것처럼 표현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낸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최애 팀은 당연히 드림즈였다. 하지만 솔직히 바이킹스에 애정이 가지 않나. 나만 그런 것 아니죠?

◆'스토브리그' 시즌2를 향한 팬들의 열망도 뜨겁다.-종영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스토브리그 시즌2'가 있어서 내가 모르는 다른 일이 생겼나 했다. (시즌2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해야죠. (나를) 빼고 가면 됩니까? 하하.

◆걸스데이로 데뷔한 '가수 박소진'이 연기에 애착을 느낀 계기가 궁금하다.-2018년 첫 연극에서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커서 가수가 됐지만, 가수 생활을 하면서 '내 활동이 어디까지일까' 고민이 생겼고 두려워졌다. 그러던 중 연극을 하면서 10대, 20대 시절 음악에 가졌던 열정보다 더 큰 열정이 타올라 감격했다. 이렇게 강렬하게 뭔가를 원하게 돼 감사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금 난 35세니까 어찌 보면 조금 늦다. 하지만 난 가수도 늦게 데뷔했다. 남들보다 조금씩 늦긴 한데, 그게 내 인생의 템포라면 불만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언젠간 작은 것 하나라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확실히 믿는다.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스토브리그'에서 김영채 역을 맡은 박소진 [사진=눈컴퍼니]

◆데뷔 10년이 됐다. 25세의 박소진은 배우가 된 지금의 모습을 상상해봤나.-35세라면 당연히 결혼했을거라 생각했다. 하하. 그때의 난 성숙한 어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해야해', '이렇게 보여야 해' 등의 확신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완벽하지 않은 것, 부족한 것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낀다.

◆걸스데이를 좋아하는 팬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10주년 이벤트를 기획 중인가.-어제도 멤버들이 내가 하는 연극을 보러왔다. 새벽 5시 반까지 함께 떠들다가 지금 밤을 새고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그 정도로 우린 친하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흐른다. 활동을 떠나서 우린 절대 흩어질 수 없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한 마음도 비슷하다. 멤버들을 너무 사랑한다. 전우애보다는 가족애 같은 느낌으로.

◆가수 활동에 대한 생각은 없나.-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볼 땐 당연히 무대가 그립다. 하지만 (무대로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기는 미안하다.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속상하기 때문이다. 걸스데이는 늘 이렇게 같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안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그 기회가 있기 쉽지 않다.

◆이신화 작가가 마지막회 대본에 편지를 써서 각 멤버들에게 전했다고.-'박소진 배우님의 등장 첫 대사부터 느껴지는 노력의 흔적이 멋졌습니다. 고민을 하는 배우님을 계속 응원할 것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영채의 복합적인 캐릭터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연기를 볼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작가님의 편지를 보면서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어. 잘 하고 있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이 생겼다.

◆앞으로 10년 후의 박소진의 모습은 어떨까.-감히 예측할 수가 없다. 어쩌면 애 엄마가 됐을 수도 있겠다. 간혹 선배들을 보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영역의 세계가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마흔 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일 욕심이 정말 크다.

◆박소진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마음으로는 '알고 싶은 게 계속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도 노래도 자꾸만 변하는 이 시대에서, 굳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또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일 땐 마음껏 미움받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일 땐 마음껏 사랑받고 싶다. '쟤 박소진이지?'라며 내가 앞서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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