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성동일 "아내, 연기 많이 늘었다고 칭찬…실제 모습과 똑같아"(인터뷰)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추석 연휴 극장가가 다시 한 번 북적일 준비 마쳤다. 가슴 속까지 따뜻해지는 영화 '담보'를 비롯한 여러 영화들이 추석 극장가를 신작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는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을 중심으로 판타지처럼 아름다운 가족애를 선보이며 또 하나의 '힐링 무비' 탄생을 알렸다.

'담보'는 1993년 인천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하지원)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에게 인생을 담보 잡힌 두석과 종배, 그리고 승이 세 사람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성동일은 최근 진행된 '담보'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담보'를 통해 느낀 새로운 감성, 또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다. 아래는 새로운 '국민 아빠'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성동일과의 일문일답.

◆영화 개봉 소감은?-언젠가 아이들이 '아빠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는 왜 안 찍어?'라고 물어본 적 있었다. '담보'는 아이들이 봐도 될 영화라서 아이들 반응이 궁금해 출연을 결정했다. '담보'를 보고 아이들이 처음 한 얘기는 '아빠 왜 이렇게 욕을 잘하냐?'였다. 하지만 흥행 패턴과 언론 플레이를 모르는 아이들도 '담보'를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아내는 '오빠 연기 많이 늘었네' 하더라. 다들 재밌게 본 것 같다.

◆항상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자식들이 내 인생의 원동력이다. 술 여행 좋아하는 내가 왜 밖으로 나돌지 않겠냐. 자식 때문이다. 자식들이 내 심장을 뛰게 한다. 물론 얘네들이 심장을 멈추게 할 때도 있는데, 주로 뛰게 한다. 하하.

◆아직도 집에 TV 없나. 아이들은 아빠의 연기를 어떻게 접하나.-없다. 유튜브로 내 연기를 본다. 하지만 연기는 영화 보는 방은 따로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 영화를 많이 본다. 그 방에서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본다. 2년 반 전에 아이들이 '왜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컴퓨터로 보냐'고 하길래 케이블을 들여놨지만, 그래도 TV를 잘 보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빠 작품은?-제일 상처를 많이 준 '미스터고'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작품이 애니메이션인줄 안다. 사람이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하.

◆'담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담보'보다는 '귀환' 때문에 윤제균 감독을 몇 번 만났는데, 그가 '선배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라고 하면서 '담보' 시나리오를 줬다. 내겐 '귀환'보다 '담보'가 훨씬 낫더라. 나이 더 먹기 전에 해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담보'로 인해 추석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됐다.-나는 카메오 우정출연 해주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비중 큰 건 잘 안하려고 한다. 아직 내가 50억 100억짜리 남의 돈을 쓰는게 겁이 난다. 그렇지만 추석 주에 개봉한다고 해서 부담도 없다. 추석 영화에 맞춰서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작업 중 하나다.

◆'담보'에선 하지원이 신이 많지 않은데 참여해 신선했다. -하지원은 이 영화가 남달랐던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느낌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원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김희원도 열심히 했지만 하지원 박소이가 제일 열심히 했다.

◆김희원과의 호흡은 어땠나.-김희원은 남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참 착한 사람이다. 외모는 합의도 안 봐줄 얼굴인데. 하하. 그 친구가 얼마나 착하냐면, '바퀴 달린 집' 할 때 여진구에게 '얜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라는 말을 장난스레 했다가 혼자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어 일주일을 고민하고 끙끙 앓았던 친구다. 그러더니 여진구에게 전화해서 사과했다더라. 김희원은 한 번 맺어놓으면 영원히 가게 된다. 그정도로 착한 친구다. 김희원이 이번 영화에서 참 내게 힘이 많이 됐다.

◆방탄소년단 뷔, 박보검 등 연예계 후배들이 참 많이 따른다.-인생에 대해 가르치려 하지 않고 연기 얘기 하지 않는다. 나보다 갈 길이 많아서 고민이 많은 애들인데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칭찬해주는거다. 그리고 술 못 먹는 사람에게는 술을 권하지 않는다. 술 권하는 건 고통스러운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평은 봤나.-평은 안 봤다. 가족 5명 중에 4명이 날 안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약 2500만명의 관객들이 이 작품을 다 좋아할 수 있겠나.

◆'담보' 두석은 츤데레 사채업자다. 이 간극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오히려 그게 쉬웠다. 멜로처럼 감정 변화를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가져가는게 어렵다. 하지만 두석의 경우 승이의 어린 시절, 고등학교 시절, 성인 시절을 각각 나눠서 보기 때문에 괜찮았다. 나는 행동을 줄였다. 갈수록 대사 톤을 낮췄고 씩씩한 팔자걸음에서 다리에 힘을 뺐다. 원체 시나리오가 좋아서 내가 할 게 없었다.

◆젊은 시절 두석은 성동일의 실제 모습과 비슷했을 것 같다.-아이들이 '초반부는 딱 아빠다', '아빠와 똑같다'고 하더라.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이런 감성들을 배워보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아역배우 박소이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박소이는 어쩔 땐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기성 배우들 사이에서 견디는게 대단했다. 현장 에너지의 70~80%는 소이가 내줬다. '소이야 안 힘들어?' 했더니 '학교보다 현장이 재밌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전혀 힘들지 않다더라. 연기를 할 땐 강대규 감독과 김희원이 노력을 많이 했다. 강대규 감독은 같이 울어주면서 연기 지도를 했고, 모두가 박소이가 역할에 들어갈 수 있게끔 노력했다. 또 김희원은 박소이와 참 대화를 많이 했다. 그래서 박소이 연기가 더 좋았던거라 생각한다. 박소이는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묘한 눈을 가지고 있다. 매력적이다.

◆'담보' 촬영을 하며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울지 않고 끝까지 중심점을 지키려 했다. 승이를 주점에서 구출할 때도 눈물이 나는데 끝까지 참았다. 그러다가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한방울 흘렸다. 사실 촬영하면서 강대규 감독은 끝까지 눈물을 누르자고 했고, 나는 한국적으로 마지막에 여지를 줬으면 하는 마음에 눈물을 한 방울만 흘리자고 했다. 결국 두 장면 다 촬영했고, 그 결과 눈물이 흐르는 쪽으로 결정됐다.

◆'담보'에서처럼, 실제 딸 성빈 성율 양이 남자친구를 데려온다면 어떨 것 같나.-모든 아빠는 똑같다. 우리 두 딸은 남자친구 얘기 절대 못한다. 아빠가 제일 싫어한다는걸 안다. 학교 친구 얘기하다가 'ㅇㅇ이가~' 하다가 '아냐 아빠가 싫어하잖아' 하면서 말을 아낀다. 아들 준이에게는 '너 빨리 커서 여자친구 생기면 꼭 데려와라'라고 말하게 되는데, 딸에게는 그게 안 되더라.

◆연기 변신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방법' '변신' 등을 보면 정말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나는 언제나 시나리오와 감독을 믿는다.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할 건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난 중심만 지키는거고 박소이, 김희원, 하지원이 힘든 것이었다. 김희원에게 '난 할 거 없다. 네가 정말 중요하다. 네가 할 수 있는거 다 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면 김희원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고 채택도 많이 됐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영화 장면에 쓰일 음악을 미리 찾아서 알려주는 것 정도였다.

◆앞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없다. 사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고 힘든 후배들 앞에서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다만 가능하다면 일을 많이 해야한다는 건 느낀다. 최근 모 후배배우에게 '그만 가리고 작품 좀 해라'라고 말했다. 음식도 이것저것 먹어야 맛을 알듯이 연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쉬지 않고 해야 연기가 는다. 항상 일 많이 하는 걸 추천한다. 이 배우는 요즘 내 말을 들어서 그런가 작품 열심히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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