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마스크도 수염도 패션

어느 대학교 강의실 뒷자리에 한 남학생이 검은색 헤드셋(headset)으로 양쪽 귀를 덥고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 있는 학생을 본 교수가 꾸짖으려고 그 학생을 일으켜 세웠다. 자세히 보니 헤드셋이 아니라 덮수룩한 구레나룻(sideburns)를 한 한 터프한 학생이었다고.

요즘 마스크 시대인 만큼 큐빅 마스크까지 등장할 정도로 색깔 별로 마스크를 패션에 맞추는 분들도 적지 않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한국과는 다르게 마스크 착용이 권고인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인 스웨덴에서는 현재까지도 10명 중 대략 2명 정도만 마스크를 쓴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걸어 오는 남자 여러 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반가운 모습에 이제 스웨덴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구나 했다가, 얼굴을 덮고 있는 것은 마스크가 아니라 덮수룩한 수염이였다.

남성들은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수염으로 그들의 외모에 맞는 개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셀렙 들 중에는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콧수염(mustache),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구렛나루(sideburns), 애덤 리바인(Adam Levine)의 덮수룩한 턱수염(a beard), 로버트 다우디 주니어(Robert Downey Jr.)의 힙스터(a hipster), 힙스터에서 콧수염을 빼며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의 턱수염(a goatee) 등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우리 식 표현인 구렛나루는 구레와 나루가 합쳐진 말이다. 구레는 소나 말의 머리에 씌우는 ‘굴레’의 옛말이며 ‘나룻’은 수염의 고유어다. 소나 말에 씌우는 굴레가 양쪽에 있다 보니 ‘sideburns’ 을 표현하는 우리 식 표현이 되었다. 간혹 ‘위스커’(whiskers) 를 구렛나루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whiskers는 고양이 수염을 나타내므로 사람한테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친 커튼(chin curtain)’은 턱 주변에 커튼을 친 것과 같다고 하여 콧수염을 제외한 턱 주변을 두른 수염을 말하며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의 수염이 친 커튼이다.

동물에서 유래된 수염 명칭에는 염소(goat)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턱수염을 ‘구티’(a goatee) 라고 한다. 힙스터(a hipster)는‘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잘 가꾸지 않은 머리나 수염을 나타내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으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도 윌 스미스(Will Smith), 브래드 피트(Brad Pitt)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 들을 보면 잘 가꾸지 않은 외모 보다는 수염이 있는 그들의 외모에서는 터프함, 세련미, 부드러움까지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수염을 기르지 않는 문화가 있기에 명절 때 찾아 뵙는 할아버지나 사극 배우의 수염 말고는 직접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멋진 외국 배우들의 수염이 그처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출중한 외모가 있기에 가능하다. 머리 스타일 만큼이나 다양한 수염 스타일은 남성들만이 누릴 수 있는 패션의 특권임이 분명 하지만 자칫 수염만 덮수룩 하게 길렀다가는 “산적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수염도 패션이 되는 듯 하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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