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이人]'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무너짐으로 느낀 자유


(인터뷰)안희연 "이환 감독 만나 재미 느낀 연기, 축복인 것 같아"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그룹 EXID 멤버였던 하니가 배우 안희연으로 다시 시작한다.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파격적인 변신으로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개봉한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 가출청소년 주영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세진에게 함께 다닐 것을 제안한다. 기댈 곳 없었던 세진은 주영과 도둑질을 시작으로 모든 것을 공유한다. 배 속에 있는 아이를 떼기 위해 임상실험 참가해 약을 훔치고 주인이 없는 빈집에서 함께 지낸다. 우연히 만난 재필(이환), 신지도 이들의 동행에 함께한다. 우연히 만난 세진과 주영이 이토록 가까워질 수 있냐는 의문이 들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었던 이들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 갈림길에 섰던 때, 운명처럼 확인한 DM

그룹 EXID 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수많은 고민이 들던 때 하니는 배우의 길을 택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는 기존의 가수 활동을 이어나갈지, 배우로 전향할지에 대해 고민에 휩싸여있었다. 자신에게 질문을 해도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고,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보통 두 개 중에 하나의 선택이 있지 않나. 당시 28살이었는데 선택지 안에서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데이터가 없었다. 연기 활동을 한 적도 없는데 무슨 데이터로 배우가 되겠다고 결정을 하겠냐.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여행 중 이환 감독에게 DM을 받았다. 소속사도 없고 연락할 방도가 없어 택한 방법이었다. 귀국 후 만난 이환 감독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이는 전에 없던 하니의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안희연으로 인사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감독님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자 중요했던 건 '왜 만드느냐'였다. 직접적으론 물어볼 수 없으니 '제 미래에 대해서 정한 게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정했다. 내가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영향을 주고 싶다. 이 영화도 그렇냐'고 물으니 감독님과 뜻이 같았다. 제가 세상을 바꾸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방향이 같으니 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때 당시 용감했던 저한테는 너무 충분했다."

필모그래피 순서로는 '어른들은 몰라요'가 세 번째 작품이지만, 실상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제일 먼저 촬영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로 연기 첫맛을 본 그는 이환 감독과 진행한 워크샵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감독의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샵은 연기 수업과 비슷하며 발성 연습부터 영화의 모든 것을 먼저 시도해보고 합을 맞춰보는 시간이다.

"가수로는 7년을 했고 나름 베테랑이었는데 연기는 완전 신입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 않나. 하나부터 열까지 감독님과 이유미가 알려줬다. 정말 너무 감사한 일들투성이였다.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만들어주려 노력해주셨다. 첫 워크샵에선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이 몰려왔지만 제가 했던 건 감독님이 시키는 것을 일단 해보는 것이었다. 매일 깨지고 부딪혔다. 다들 도와준 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감사함을 느낀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 하니에서 안희연으로, 그리고 주영으로

워크샵에서 극 중 장면을 재현해보고 카메라로 확인하고 한 발짝씩 나아갔다. 스크린에서 봤을 어색한 자신의 모습도 워크샵에서 익숙했던 얼굴이라 낯설지 않았다. 다만 아이돌 활동을 7년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들어진 정돈된 모습이 영화에선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고, 하니의 모습을 조금씩 빼 나가기 시작했다.

"워크샵을 하면서 주영의 얼굴에 익숙해지고 더 주영처럼 보이고 싶어서 화장을 다 지우고 옷 스타일도 바꿨다. 손톱도 어쩔 수 없이 보이는 직업을 7년 동안 하다 보니 정돈된 느낌이 있더라. 그래서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다시 들였다. 그래서 극 중에 제 손톱이 거의 없다. 머릿결 관리도 하지 않았고. 그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점점 더 욕심이 생기더라. 어떻게 하면 더 주영이 같을지 문신도 감독님과 연구했다. 신발도 구겨 신고. 나를 해방했다."

아이돌 멤버 하니는 그렇게 안희연의 모습에서, 주영이 됐다. 조금씩 영화에 스며들면서 전에 없던 얼굴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주영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안희연은 주영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의 영화가 친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전사가 없지 않나. 주영의 전사가 있는데 영화로 드러나지 않는다. 주영은 학교에 다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해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칼부림이 있었다. 피해자가 된 동시에 가해자가 된 것이다. 모든 상황을 겪으면서 가정, 학교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거기서 어른들에 믿음이 사라지고 적대시하게 됐다. 세진을 처음 본 주영이 자신의 모습도 보이고 동시에 이전의 친구들이 보여 미안한 마음도 든다. 저도 이걸 읽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를 하고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이해했다."

모든 장면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터지만, 안희연은 세진을 내려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가깝게, 소중하게 지내던 세진을 때린다는 게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워크샵을 할 때도 매번 울고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생을 무너지지 않게 살려고 발버둥 쳤던 그가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내려치려고 하면 못하겠더라. 어떻게 친구를 돌로 내려치냐. 무너지기 싫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살았으니까. 낯설었다. 어떻게 하면 무너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친구가 '감촉을 실제로 느껴보면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고기를 갖고 와서 돌로 쳐봤다. 질퍽한 느낌이 세진이라고 생각하니 무너지더라. 무너지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죽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28년의 순간이 한 번에 무너졌다. 스스로에겐 가혹했던 그가 주영을 통해 보다 더 자유로워졌다. 그는 친구에게 못 할 짓을 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렵지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나한테 가혹한 사람이었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무너질 수 있구나, 무너져도 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영이 세진을 내려치지만, 곁에 남지 않나. 그게 정말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영이 그렇게 한다면 이 신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연기, 안희연+@…이환 감독 만나 더 없는 축복"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느낀 안희연은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어 연기에 재미를 느낀 것인지, 정말 연기를 좋아하게 됐는지 스스로 분간이 되지 않았다고. 고민을 하던 중 선택한 작품이 '어른들은 몰라요'와 다른 색인 '엑스엑스'(XX)였다.

"'어른들은 몰라요'를 찍으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정말 의미 있는 무언가로, 이 사람들의 일원이 된 게 좋은 건지, 연기를 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정반대의 연기라는 환경에 나를 놔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엑스엑스'를 택했고 감독님도 함께 고민을 해주셨다. 다른 캐릭터를 하면서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도 있다고 해주셔서 선택한 작품이었다."

자신에게 가혹했던 안희연이 조금 더 자신을 놓으면서 배우가 되어간다. 공부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보다 발전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배움에 짜릿함을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연기가 자신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환 감독이 아니었다면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연기를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운다. 공부로 배울 수 없는 관계, 타인, 세상에 대해서, 특히 나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운다. 배움이 짜릿하고 너무 좋다. 기존의 안희연이 가진 시각이 아니라 플러스알파로 생겨서 확장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계속 배우는 게 좋은데 아마 앞으로 저한테 연기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 이환 감독님 아니었다면 이렇게 접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뭐든지 때가 있다는 게 행운이지 않나. 저는 행운아인 것 같다. 적당한 때, 용기를 낼 수 있을 때, 마법같이 DM을 보내주시고 그걸 내가 보고, 용기를 내고. 연기라는 게 그렇게 다가와서 더 없는 축복인 것 같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무너짐으로 느낀 자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