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역전극 놓쳤다"…지상파 홀대에 뿔난 시청자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배구 어디서 보나요?"

'2020 도쿄올림픽' 야구와 축구, 배구 등 구기 종목이 비슷한 시간대에 잇달아 열린 가운데 지상파 3사는 일제히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지상파 중계에서 홀대 당한 배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명승부를 놓친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크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31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지난달 31일 저녁, 남자 축구 8강전과 야구 조별리그 미국전, 그리고 여자 배구 한일전이 열렸다. 어느 하나 놓치기 아쉬운 경기, 리모컨 선택이 어려웠을 시청자만큼 방송사도 전일 저녁까지 편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경기 당일, KBS와 MBC, SBS는 7시부터 열리는 야구 경기를 중계한 뒤 8시부터 축구 경기 중계에 나섰다. 채널이 두 개인 KBS는 야구와 축구 두 종목을 중계했다.

지상파 3사가 '올인'한 축구 멕시코전은 놓치기 아까운 경기였다. 루마니아, 온두라스를 연달아 완파하며 무서운 상승 기세를 이어가고 있던 한국 축구는 멕시코와 8강전에서 만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 종목인데다 타 경기들이 예선전임을 감안하면 축구 8강전에 무게가 실린 것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축구 중계는 지상파 3사가 해설진 섭외에 공들인 데다 시청률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SBS '욘쓰트리오'(최용수·장지현·배성재)와 MBC 안정환 서형욱 김정근 캐스터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치열한 입담 경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구와 축구의 쏠림 중계 탓에 배구는 지상파 중계에서 밀렸다. 배구는 각 방송사의 케이블채널인 KBSN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를 통해 중계됐다.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2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데다 숙명의 한일전이었던 만큼 배구 경기를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도 많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구 중계는 어디서 하느냐' '배구를 보고 싶은데 지상파에서는 축구 중계만 한다'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올림픽 게시판에도 배구 중계 방송사 문의를 하는 글들과 지상파 3사의 쏠림 중계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MBC와 SBS는 축구 후반전 중계가 끝나고 난 뒤 여자 배구 한일전 중계를 부랴부랴 편성해 중계했다. 5세트가 진행되고 있던 시간대로, 경기 막바지를 가까스로 챙길 수 있었다. KBS 2TV는 배구 경기를 지연 방송 했다.

여자 배구는 극적인 승부 끝에 숙적 일본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남자 축구는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패했다고, 야구도 미국에 2-4로 패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상파에서 홀대했던 배구가 구기 종목 가운데 유알한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도쿄올림픽 명승부로 꼽힌 배구 경기를 놓친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비단 여자 배구 경기만이 아니다.

지난 28일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의 허광희(삼성생명·세계 38위)가 세계 랭킹 1위의 우승후보 일본의 모모타 겐토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이번 올림픽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대회였지만, 정작 국내 중계방송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허광희의 8강 진출과 명승부가 화제가 되자 다음날 부랴부랴 녹화 방송을 통해 경기를 중계했다. 경기 결과를 알고 진행되는 중계인 만큼 김이 샐 수 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세계 랭킹 1위를 이기고 나니 그제서야 뒷북 방송을 한다' '오늘 한 경기인줄 알았는데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기 종목이나 우수한 성적이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중계전이 치뤄지다보니 비인기 종목들은 소외되고 있다. 선수들의 포기할 줄 모르는 강한 투지와 열정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지만, 이를 놓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항상 올림픽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일부 경기 쏠림 중계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과도한 중복 및 동시편성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채널별·매체별 순차적으로 편성할 것을 요청한 것. 다만 개막식과 폐막식, 한국대표팀이 출전하는 결승전 등 국민 관심이 높은 경기에 대해서는 순차편성의 예외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권고는 형식적인 것에 그쳤고, '겹치기 편성'이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사라졌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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