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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응, 잘가', 여백의 美 돋보이는 힐링연극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너 왜 나 두고 먼저 갔니." 그 한마디에 객석은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일부 관객은 어깨를 들썩였고, 또 일부는 코를 훌쩍였다.

연극 '응, 잘가'(극본 마에다 시로, 연출 김현회)의 주인공은 네 할머니. 연극은 1박2일 안면도 여행을 떠나는 네 할머니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4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안양(이은 분), 동화(김초록 분), 종삼(김보나 분), 모란(류혜린 분)은 여행을 앞두고 있다. 첫 만남부터 허둥지둥 어리숙한 가운데, 가까스로 기차를 타며 여행은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네 할머니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고, 화해하고, 깔깔대며 또 다시 올지 모를 다음을 기약한다.

연극 '응, 잘가'  [사진=위대한모험]
연극 '응, 잘가' [사진=위대한모험]

연극은 네 할머니의 여정을, 아주 느린 시선을 쫓는다. 구부정한 할머니들의 느린 보폭은 한없이 답답하고, 할머니들의 언어 반응 속도는 눈을 열댓번 깜빡여야 인식될 만큼 느긋하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여백은 하세월이다. 하지만 그런 텅 빈 여백의 시간이 이 작품을 완성하는 키다.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정보전달'엔 적절치 않지만, "뿌연거, 그거면 됐다"며 나름의 소통을 한다. "생각나는 게 몇개 없지만 잊어버리는 것보다 낫다"며 나름의 장점을 찾고, "감질맛나게 남은 때가 좋다"며 또렷하지 않은 현재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다시 또 오자"던 기약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다리 부상과 함께 기억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보듬어 안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추억이 되고 의지가 된다. 가족을 잃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함께 해준, 인생의 둘도 없는 귀한 인연이다.

'응, 잘가'는 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행복하기를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행복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차마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19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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