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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시집이나 가'란 말에 자괴감도"…이하늬를 일으킨 용기


(인터뷰)배우 이하늬 "강형철·정지우 감독은 믿음과 용기 준 은인"
"치열하게 만든 '킬링로맨스', 역사에 남을 지표같은 영화"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타고난 비주얼과 남다른 재능을 겸비한 미스코리아로 먼저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 받으며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이하늬다. 결혼과 출산으로 짧은 공백기를 거친 후 다시 돌아온 이하늬는 여전히 에너지 넘치고,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준 은인같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배우로서 당차게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최근 개봉된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다.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늬는 발연기를 하다 돌연 결혼과 은퇴를 한 톱스타 황여래 역을 맡아 이선균, 공명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남편인 조나단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인형처럼 살아가던 여래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범우와 조나단 죽이기에 나선다.

영화 '극한직업', SBS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 등 '코믹 장르'에서 큰 성과를 얻었던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에서도 '현타'가 올 법한 코믹 열연은 물론이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다시 한 번 탄탄한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유령'과 '킬링 로맨스'로 극과 극의 매력을 과시한 이하늬는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킬링 로맨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배우로서의 소신, 목표점을 전했다.

- 조나단 비주얼이 공개되고 큰 화제가 됐는데,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어땠나.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했다. '흥이 난다. 흥이 나서 더 흥이 난다' 식이었다. 감독님과 쿵짝이 너무 잘 맞았다. 저희 단톡방에서도 '이거 봐봐' 하면서 영상을 공유했다. 레퍼런스 영상이 너무 많았다. 캐릭터에 대해서도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디서 이런 것을 찾았나 할 정도로 정말 다양하게 공수를 했다. 진짜 대단하다 싶었다."

- 여래의 레퍼런스는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디즈니의 공주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는 어떤 작품에 들어갈 때 병약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꼭 체중조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자 정도인데 여래는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공주님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는 구현하려고 했다. 비주얼적인 피팅을 정말 많이 했고 의상도 질감, 색깔을 보면서 많이 연구를 했다."

- 이선균 배우는 첫 등장 신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바꿨다고 했는데 혹시 여래도 수정이 된 장면이 있었나.

"저는 하라고 하면 그냥 하는 스타일이다. 까라면 깐다.(웃음) 힘든 장면은 있었지만 신을 바꾼 건 없다. 가장 현타가 온 건 랩이었다. 몇 달 동안 달고 살았다. 오빠와 계속 라임을 맞춰서 해보고 뭐가 나은지,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 배우들과 출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3주 동안 유랑극단처럼 같이 다녔다. 계속 같이 밥 먹고 잠도 같은 건물에서 자고 그랬다."

- 이선균, 공명 배우 모두 재회를 한 작품인데 좋은 점이 많았을 것 같다.

"확실히 편하다. 저는 다시 만나는 것이 무섭구나 했다. 초반에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야 하는데 급하게 촬영을 하면 1, 2회에서는 뗀뗀한 분위기가 난다. 그리고 나중엔 친해진 것이 보인다. 우리는 사전에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공명 같은 경우엔 톡을 거의 매일 하고 밥도 자주 먹고 했다. 또 이선균 배우와도 친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해도 완전히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렇게 되더라."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가수 비가 '레이니즘'을 '여래이즘'으로 불렀는데 고마운 마음이 클 것 같다.

"오빠에게 '우리 영화에서 '여래이즘'으로 바꿀거다'라고 했더니 좋아해 줬다. 축하와 축복의 말을 해줬다. 그리고 흔쾌히 직접 해줬다. 너무 감사하더라. 현장에서도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왜 이 곡으로 월드스타가 됐는지 알겠더라. 따라부르고 싶고, 부르는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자존감송'이다. 월드스타가 와서 불러준 것도 감사한데 무보수로 그냥 해줬다. 너무 감사하다."

- '극한직업', '원 더 우먼' 등 코믹 장르를 많이 했는데 웃겨야 한다는 부담도 큰 편인가.

"'극한직업' 때는 혼자 웃게 될까봐 꿈까지 꿨다. 현장에선 심지어 웃기지 않았다. 웃긴 얘기도 10번쯤 하면 하나도 안 웃긴다. 우리는 딱딱 타이밍을 맞추는 느낌이지 '와하하' 터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인데 하나도 안 웃길까봐 너무 불안했다. 시사 끝나고 눈물이 났다. '킬링 로맨스'도 눈물이 났는데 '극한직업'과는 결이 다르다. 그때는 '웃으신다'라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킬링 로맨스'는 현장에서 매일 현타를 맞으면서 단련이 됐다. 행복했지만 굉장히 치열했다. 에너지도 극한으로 쓰는 것이 많았고 감정적으로도 힘든 신이 있었다. 매일 산을 넘어야 하는 작업이었다."

- '킬링 로맨스'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지점이 될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남들이 보는 객관적인 지표보다 주관적인 지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부분이다. 이 영화는 이걸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영화 자체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이 영화는 역사에 남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사용설명서'가 그렇듯 다양성 영화가 많이 사장되는 지점에서 좌표를 찍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대별로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라 궁금하다. 아티스트에게 영감이 되고, 또 다른 지표가 됐으면 좋겠다."

- 국악을 전공했던 것이 연기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할 것 같다.

"판소리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배우들은 꼭 했으면 좋겠다. 저는 국악을 했던 것이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한국 영화가 한국스러워지고 더 진해질 때 더 글로벌해진다고 본다. '기생충'이 좋은 예다. 저는 시간이 날 때 판소리를 다시 배운다. 코미디 연기는 많은 톤을 가지고 있어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도움이 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서편제' 이후 한국의 소리를 제대로 담은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배우로서 욕심이 날 것 같다.

"'역적' 때 한국무용으로 풀어낸 적이 있다. 당연히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데 못해서 아쉽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만날 수 있길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을 위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 배우가 한국 문화를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제가 한다면 너무 좋겠다. 예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최근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인물을 많이 연기한 것 같다. 그런 것을 선택하는 것인가.

"제가 선택을 하다 보니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여성 캐릭터 중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항상 캔디이거나 누군가의 성공에 업어가는 의존적인 인물이었다. 자기 일에 진취적이면 악역이다. 남의 것을 빼앗는다. 주체적이고 자기 성취감이 있는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5년 정도 사이에 굉장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런 캐릭터가 많아져서 감사하다."

- 캐릭터도 그렇고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

"진짜 너무 많았다.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을 저는 너무 잘 안다.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캐릭터로서 소모적인 쓰임을 느꼈다.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뮤지컬에서 조금 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았던 것이 유리했다. 뮤지컬에서 코미디나 다른 장르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저는 '시카고'를 하고 난 후 '타짜2'에 캐스팅이 됐다. 장르는 다르지만 뮤지컬을 했던 것이 자연적으로 나올 때가 많다. 버릴 게 없구나, 언젠가 다 쓰이는구나 생각했다."

- '킬링 로맨스'는 용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실제 이하늬 배우에게 용기를 준 이가 있나.

"혼자 돌파구를 찾기 힘들지만,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줄 때 일어나는 일이 있다. 연기를 할 때 '넌 못해', '넌 안돼'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넌 여기까지야', '왜 연기를 하려고 하냐. 제일 좋을 때 시집이나 가'라는 식의 충격적인 얘기도 많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얘기를 저렇게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내색은 못 하고 '저 연기 열심히 할거에요'라고 할 수밖에 없던 때도 있었다. 저를 배우가 아닌 '미스코리아야'라고 말하고 몸을 훑는다. 그러면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나는 그거뿐인 사람인가 생각을 할 때 '잘할 수 있다', '좋은 배우다'라고 용기가 되는 말을 해주실 분들이 있다. 아직도 감사해서 눈물이 나고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이 강형철, 정지우 감독님이다. '침묵'은 저에게 큰 터닝포인트였다. 정지우 감독님은 배우에게 주는 믿음이 그 사람을 얼마나 확장하고 자유롭게 하는지를 느끼고 체감하게 해준 분이다. 이런 은인들을 만나면서 믿음과 자유, 신뢰의 현장을 배웠다. 벽들을 넘으니까 풀어진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됐다. 이제는 '블랙머니'를 하면 그걸 놀라하시더라. 예전엔 그런 연기에 특화된 것처럼 했는데 새롭다고 느끼셔서 되게 신기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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