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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한걸음이라도 나아가고픈" 송강호의 '거미집' 같은 욕망


(인터뷰)배우 송강호, '거미집' 영화감독 김열 役…김지운 감독과 5번째 호흡
"'거미집'은 낯설고 생소한데 새로워…영화관 아니면 못 느낄 영화의 매력"
"정수정, 차근차근 밟아온 배우 길, 기죽지 않고 자기 몫 해내 기특하고 대견"
'30대 송강호' 박정민 향한 극찬 "연기도 태도, 인성 모두 훌륭"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데뷔 30년이 넘었지만, 배우 송강호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꿈꾸고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수많은 작품 속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배우로서 송강호의 열망은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거미집'은 송강호에게 큰 자극과 재미를 준 작품임에 틀림없다.

지난 27일 개봉된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꿈과 예술 모두가 검열의 밑에 깔려 있던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것이라 믿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촬영을 반대하는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가 맡은 김열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줄곧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 이에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면 틀림없이 걸작이 될 것이라 믿고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결심한다. 많은 이들의 반대와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 열정을 다한다.

송강호는 이번에도 현실 연기의 일인자답게 김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출연 배우들과 완성한 코믹 앙상블도 일품이다. 늘 그렇듯, 송강호는 이름 세 글자로 무한한 신뢰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 '거미집'을 아주 훌륭하게 이끈다. 다음은 송강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그동안 봐온 패턴의 영화가 아니다 보니 찍을 때부터 새로운 영화에 대한 소통을 기대했고,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공통으로 했다. '이런 영화가 있었어?'라고 생각될 정도로 새롭다. 낯설고 생소한데 희한한 매력이 있다. 요즘 OTT 콘텐츠가 많지만, 영화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어서 영화관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에너지의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만약 그런 느낌을 준다면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 영화감독 역할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감독이다 할 정도로 해박함이 있을 텐데, 영화감독 연기를 해보니 어땠나.

"영화 속 역할이지만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다. 30년 가까이 카메라 앞에 있다가 뒤에서 구경하면 '이런 즐거움이 있구나' 싶고, 배우들은 고생하는데 감독은 편안하게 보이기도 해서 은근히 기대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배우들이 너무 잘하고 멋있다. 흑백이라 굉장히 멋있게 나오더라. 잠깐 대역을 하긴 하지만 '나도 저기 들어가서 함께 하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김열에겐 고뇌, 고통이 있다.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고 싶은데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고,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니까 쉬운 위치가 아니라는 걸 절절하게 느꼈다."

- 영화인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했나.

"김열은 특정적인 감독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연출한 김지운 감독님도 평생 갈등과 고통이 없었겠나.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지점이라 보편적이라고 느꼈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전여빈과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 김열은 결말을 바꿔서 걸작을 만들겠다고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고, 등장하는 인물 모두 욕망이 있다. 지금까지 수상도 많이 했고 좋은 평가도 많이 받아왔는데,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욕망은 무엇인가.

"결말을 바꿔서 찍으면 더는 손가락질 받지 않고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된다. 그거 때문에 욕망을 가진 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이 일어난다. 제작비 문제나 검열 등 욕망이 뒤엉킨다. 결말에 이르러 영화를 보는 김열의 표정은 만족인지 아닌지 모르게 오묘하다. 욕망은 마침표가 없다. 거대한 욕망 카르텔 속에서 끊임없이 허우적거린다. 끝나지 않는 욕망으로 극이 끝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지독한 우화'라고 말했다. 저의 욕망은 수상이 아니고(웃음) 더 나아가는 배우의 모습이다. '거미집' 시작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영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였고, 고여 있지 않고 작은 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지점이 있었다. 결과를 떠나서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것이 욕망이다."

- 김지운 감독과 여러 차례 작업하면서 느끼게 되는 매력이 궁금하다. 김지운 감독이 뽑아내는 송강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지운 감독님이 송강호를 활용하는 것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과 다른 지점이 있다. 김지운 감독님이 '꺼림칙하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25년이 넘었는데 제 연극을 처음 봤을 때 '꺼림칙하다'라고 하셨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다가 아니라 꺼림칙하게 연기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하시더라. 자기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모습과 다르게 표현하니까 '뭐지?', '왜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하지?'라는 생각이다. 그런 지점에서 우리 관계가 스타트된 것 같다. 매번 찍으면서 꺼림칙한 것을 기대하고, 또 더 표현하고 싶어 한다."

- 김지운 감독이 '배우들에게 가혹하게, 혹독하게 하는 감독이었다'라고 돌아보기도 했는데, 송강호 배우 역시 혹독하다 느낀 지점이 있었나?

"모든 감독이 집요하고 열정적인데 김지운 감독님도 그런 지점이 강한 감독 중 한 명이다. '놈놈놈' 할 때까지는 촬영현장에서 혹독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놈놈놈' 이후엔 생태계가 많이 바뀌다 보니 그렇게 찍을 수가 없다. 집요함이 있다. 현장에서 준비가 부족해서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창의력을 발휘한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게, 철저한 동선과 정확한 콘티를 가지고 나간다. 배우도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 버전을 가지고 현장에서 만난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치열함이 많이 없어졌다."

-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면?

"일본에 갔던 백 회장(장영남 분)이 돌아와 난장판을 만든다. 백 회장 장영남 배우의 연기도 백미지만, 김열 감독의 좌절감과 모멸감이 저는 되게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자괴감에 몸부림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잘 묘사가 된 것 같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왼쪽부터)김지운 감독-배우 오정세-임수정-장영남-박정수-정수정-전여빈-송강호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놈놈놈'에서 함께 했던 정우성 배우가 스승인 김 감독으로 특별 출연했다.

"정우성이 연기를 너무 잘해줬다. 열정적이다. 정우성이 연기로 그 장면을 잘 만들어줬다."

- 정수정 배우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칭찬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처음 호흡한 정수정은 어떤 배우였나.

"가수 활동을 했던 친구인 걸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을 거다. 정수정은 배우로서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 '애비규환'을 우연히 봤는데 거기 나오더라. '애비규환' 뿐만 아니라 더 작은 영화부터 차근차근 밟아왔더라. 그런 과정 자체를 거쳐온 것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거미집'에서도 선배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는 것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이 있어서이지 않나 해서 대견했다."

-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보는 편인가.

"시사회에서 한 번 보는 편이다. '설국열차'를 할 때 크리스 에반스도 부끄러워서 못 본다고 하더라. 혼자 안 들어가고 기다리고 있더라. 저 또한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한 번에서 두 번 보는 게 최선이다. TV에 나올 때도 돌린다. 부끄럽고 못한 것만 보인다. 크리스 에반스도 그런 심정이지 않을까."

- 반응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나.

"신경을 안 쓴다고 하는 배우가 있다면 거짓말이다. 결과를 떠나서 많은 이들이 긴 시간 동안 고생하고 노력했던 것이기 때문에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다."

- 연기에 대해선 혹평이 없는 배우이지 않나.

"제가 선배이다 보니 제 연기보다는 다른 후배들에 대한 평가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저에겐 아예 무관심한 거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마음이 아플 정도의 혹평은 없긴 했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 앞서 박정민 배우가 '밀수' 인터뷰 때 '30대 송강호'라는 수식어를 듣고 "송강호 선배님이 싫어하실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오히려 박정민이 '30대 송강호'라는 말을 싫어할 것 같다. '1승'이라는 영화를 같이 했는데 연기를 진짜 잘하고 태도도, 인격적으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연기에 있어서는 박정민이 오히려 '겨우 송강호야?'라고 할 정도로, 저와의 비교를 싫어할 만큼 훌륭한 배우다."

- '거미집'만의 매력을 꼽는다면?

"'거미집'을 본 분들이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영화만의 매력이 가득 찬 영화다. 가장 듣기 좋았던 극찬은 '이게 영화지'였다. 티켓 값이 아깝지 않다는 거다. 모든 것이 이 말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소재, 형식, 배우들의 에너지, 앙상블 등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의미로, 최근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 촬영을 마쳤다. 어땠는지 궁금하다.

"약간 자극적이고 한순간에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결이 있다. 그런 지점이 좋다. 또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웃음) 긴 호흡과 끈끈함이 있다."

-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선 호스트를 맡게 됐다.

"제가 영화 데뷔는 28년 정도 됐으니까 저와 같이 출발한 영화제이기도 하다. 사회는 두 번 봤다. 난관이 있기도 했지만, 세계의 중심이 되는 영화제로 발전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영화제다. 그렇기에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게 됐다."

- 배우로서의 지향점이 있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작품을 만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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