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이미지 깨는 것 숙제" 오정세, 여전히 소년같은 '무한 매력'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고, 그 연기가 보고 싶은 배우 오정세가 '거미집'으로 또 한 번 연기 포텐을 터트렸다. 두 여자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바람둥이이자 이제 막 스타 자리에 오른 강호세를 특유의 유쾌함으로 귀엽고 애잔하게 표현해냈다.

분명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도 오정세를 거치면 안쓰러워서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진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고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 바로 오정세가 가진 강점이다. 그 바탕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배려 넘치는 인간미가 깔려있다.

어찌보면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 같다. 그리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볼 때는 한없이 진중하고 겸손하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선하게 웃는 오정세, 어찌 이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지난 27일 개봉된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를 비롯해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영남 등이 열연했다. 오정세는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유쾌한 매력을 전했다. 다음은 오정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거미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김지운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동료와 그 판에 앉고 싶었다. 한 공간에서 플레이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다. 역할의 매력보다는 같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호세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고민, 저만의 싸움은 그 이후 시작됐다."

- '악귀'처럼 무겁고 진중한 역할도 잘 소화를 하긴 하지만, 오정세가 나온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웃길 거다'라고 하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 코믹 이미지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생기는 부담은 없나.

"그런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 독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작품과 그 인물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제가 쌓아 올린 이미지를 깨야 하는 건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 안에서 발버둥 치고 노력해서 누군가에겐 '웃음기 없이도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할 것 같다."

-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호세는 그냥 그 자체론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오정세를 만나 귀엽고 짠한 인물이 된 것 같다. 이 또한 오정세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일 텐데, 어떻게 접근하고 표현하려 했나.

"두 사람을 사랑하는 호세는 텍스트로 보면 비호감일 수 있다. 처음엔 걸작을 만드는데 화가 나는 걸림돌로 생각해서 불편한 인물로 방향을 잡았다가, 지금 모습으로 틀게 됐다. 예전에 했던 연극 '라이어'도 바람피우는 남자의 소동극으로 인식이 되어있지만, 원작을 보면 진심으로 두 사람을 사랑하는 고충에서 시작이 된다. 코미디 연극이지만 배우들끼리는 펑펑 울면서 감정을 쌓아냈다. 그런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호세를 만들 수 있었다. 사랑에 눈 가려진 호세가 진심으로 상대를 좋아하는 인물로 비치면 관객들도 '거미집' 안에서 마음을 얹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거미집'이라는 영화에 맞는 응징, 혼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포인트를 찾았다. 영화 속 영화 '거미집'에서 호세가 죽어있는데, 민자와 유림이 문을 열다가 호세의 머리를 친다. 죽어있는 허세가 한 번은 맞았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극 안에 녹여주셨다. 그래서 짧지만 의미 있는 작은 응징, 필요한 한 방이 나왔다. 엔딩에서 걸작을 볼 때도, 물론 호세는 못 깨달았을 것 같긴 하지만 자기를 돌아보는 뉘우침이 있으면 해서 눈물을 훔치는 것으로 했다."

- 톱스타로 사는 기분은 어땠나.

"톱스타를 어쩌다 보니 세 번이나 했는데, '아직 세 번밖에 안 했네'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많은 톱스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다른 결의 톱스타를 만나고 싶다. 공허하고 쓸쓸한 정서의 톱스타도 있을 테니까. 스무 번 정도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번에 함께 호흡한 정수정은 어떤 배우였나.

"현장에서 느낀 정수정은 막내라 가지는 부담이 컸을 거다. 저도 선배님들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내 역할을 잘하자고 하는데, 막내임에도 현장에서 거침없이 걸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부럽기도 했다."

- 공사 장면, 베드신까지 노출 장면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의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늘 있다. 작품에서 그 신이 필요한 장면이라면 거부감, 불편함이 상대 배우나 관객에게 전달되면 안 된다. '저 사람 저럴 거면 하지 말지, 뭐 하는 거냐'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 베드신 질문에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데(웃음) 화제가 많이 됐더라. 기사나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인터뷰에서 '사과드린다'라고 30초 얘기했는데 화제가 많이 돼 당황했다.(웃음) 살짝 무섭다. 숙명인 것 같다. 일희일비하면 안 되니까 잘 보진 않는다."

- 작품 흥행 타율이 좋은 배우이기도 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배우가 비슷할 텐데 작품과 환경이 좋은 것을 선택한다. 최근 작품을 보면 그 전작의 스태프 손길이 많은 것 같다. '스위트홈2'는 '지리산'을 함께 한 감독님의 작품이고, 'Mr. 플랑크톤'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님과의 인연이다. 또 '폭싹 속았수다'는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님이 손을 내밀어줬다. 선물 같은 작품을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아요'인데 다음 작품도 준비한다고 하면 또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게 작은 역할일 수도 있고, 반대로 큰 역할을 제안해주시기도 한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는 작업이 많은 거지 선구안이 있는 건 아니다. 작품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

- '오정세 입대설'이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엄청난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오정세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자사용설명서' 때 다른 역할이었다가 주인공이 됐다. 그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제작사, 투자자, 관객 모두 넘어야 했다. 그래서 '오정세의 매력은 뭐냐'라는 질문을 이원석 감독님이 받았는데 오히려 저에게 물어보시더라. 저도 대답을 못 했다. 정립되지 않은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모르겠다. 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