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소속사 선배 황정민도, '화란'을 함께 한 송중기도, 하이파이브를 먼저 청했다는 이성민도 인정한 연기력의 소유자다. 이제 막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지만, 첫 출발이 누구보다 성공적이다. 배우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칸영화제에 첫 주연작으로 당당히 입성한 홍사빈이다. 스스로는 "잘한 게 없다"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화란'을 처음부터 끝까지 꽉 채워낸 홍사빈의 존재감이 빛났다. 선배들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이끌어낸 신예 홍사빈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큰 기대가 쏠리는 시점이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https://image.inews24.com/v1/553164fcb4f2cd.jpg)
지난 11일 개봉된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영화다. 송중기가 작품의 힘에 매료되어 노 개런티 출연을 역으로 제안해 화제를 모았으며,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비비)가 출연해 탄탄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주목할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어 김창훈 감독과 송중기, 홍사빈, 김형서이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되어 관객들을 만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홍사빈은 고등학생 연규 역을 맡아 송중기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 연규는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진 소년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 하얀(김형서 분)과 심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연규 앞에 치건이 나타나고, 치건을 닮고 싶은 연규는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다. 홍사빈은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어린 존재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려움을 삼키고 더 센 척하는 연규를 섬세하게 연기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다음은 홍사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연규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가라앉아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도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암울함이 있기 때문에 촬영뿐만 아니라 휴차 때 선배님들과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밥도 먹으면서 기분 전환을 했다. 그리고 제가 찍었던 작품들을 많이 봤다. '어떤 얼굴이 나오면 좋을까, 잘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이 전달되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https://image.inews24.com/v1/c1eafb48ba9e9a.jpg)
-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이 된 지점은 무엇인가.
"저는 가능성이 있는 상태가 가장 무서운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연규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다. '화란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그 친구를 그 일에 휘말리게 하고 결말의 선택을 하게 한 것 같다. 처음엔 화란에 못 갈 것 같은 아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연규와 창작자와 함께 만드는 연규는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편집된 것을 보면 희망을 가진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쁘고 나머지 해석들, 궁금증, 그리고 응원을 관객분들이 채워주셨으면 좋겠다."
- 김형서 배우가 연기한 하얀과의 관계도 특별했는데 어떻게 해석했나. 또 호흡은 어땠나.
"두 사람 관계에 다양한 감각들이 있을 것 같아서 슛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의논한 결과 이성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유일한 빛인 것 같다. 왠지 모를 책임감이 생기는 동생이고, 믿음이 있는 친구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일 거라 생각했다. 형서 씨는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다르게 해석하고 또 연기를 보여준다. 큰 도움을 주는 조력자이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나 다양성의 작업이 저에게는 많은 귀감이 됐다."
- 다양성의 작업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나.
"저는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세워서 연습한 후 현장의 온도에 맞게 뽑아 쓰는 편이다. 하지만 형서 씨는 가수나 무대 쪽에서 많이 활동해서 직관적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다른 배우들과 할 때는 '이런 마음이고 이런 장면이 됐는데 관객들이 느끼는 건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데, 형서 씨는 곧바로 '이런 거 아닐까?'라고 말한다. 제가 가진 제약들이 깨지면서 자유로워진다. 모두 다 틀린 건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 김창훈 감독과는 어땠나.
"거의 매일 연락하고 많이 여쭤봤다. 감독님과 제 생각이 다르면 만나서 또 얘기하고 미팅하면서 대본을 열 번도 더 읽었다. 촬영하면서도 생각한 것이 다를 수 있어서 거의 매일 회의를 했다. 아침 7시 촬영이면 새벽 5시까지 회의하고 다시 찍고 회의하기를 반복했다. 너무 즐거웠다. 감독님도 저도, 송중기 선배님도 지칠 줄 몰랐다. 감독님은 저를 받아주고 믿어준 분이라 정말 귀중하다. 졸리고 지치기보다는 뭐가 더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감독님께 많이 감사하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https://image.inews24.com/v1/f50f7adaf5a391.jpg)
- 김형서 배우 역시 신인인데, 같이 마주한 어려움은 없었나?
"둘 다 신인이다 보니까 더 좋은 각도와 나은 자세가 있을 텐데 그걸 찾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김종수 선배님, 송중기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신인으로서 어려운 것은 너무 많았는데, 숙련된 선배님들과 달리 한계가 있더라. 선배님들이 본인 촬영보다 더 관심 가지고 도와주셨다. 그래서 울컥하는 것이 많았다."
- 연규와 치건 모두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고, 이것으로 인해 비극이 계속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가정폭력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또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연기하면서 배운 가치다. 이를 훼손시키지 않는 건 장면 속에 있는 것밖에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뭇가지에 찔려 흉터가 났을 때도, 영화적으로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소리 지르거나 몸부림칠 수 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연규로서 선택한 것은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를 따라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귀중히 연기했고 그것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 연규는 치건을 따라 뜨거운 생선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원래 대본에 있던 장면인가? 그 장면 촬영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원래부터 있던 장면이다. 감독님은 그 장면을 두 사람이 닿을락 말락 하는 것이 느껴지도록 신중하고 섬세하게 찍으려고 노력하셨다. 그 장면에서 같이 맛있게 먹었다. 다음 날 선배님과 회의를 할 겸 일찍 만났을 때 손으로 집어 먹었다 보니 비린내가 나더라. 그래서 그날만큼은 서로 떨어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장면이 따뜻했다. '나에게 잘해주고 알려주려고 하네? 그 사람의 뒤를 쫓아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송중기 배우는 마지막에 치건이 사라지는 것을 비겁하다고 했는데, 홍사빈 배우는 이를 어떻게 생각했나?
"연규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낚싯바늘에 걸려있던 자신도 놓는다. 치건은 어떻게든 연규를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고 그걸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을 거라는 얘기를 했다. 극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권력이든 돈이든 사람이든 쥐고 있으려고 하는데 치건만이 놓아주려고 한다. 그래서 구원자다. 물론 그 방법이 비겁하다고는 했지만, 멋진 어른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을 낮춰서 얘기한다. '내가 비겁한 거야'도 그런 느낌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https://image.inews24.com/v1/58a3f933c98d05.jpg)
- 후반부 액션신이 강렬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촬영은 어떻게 진행이 됐고,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마지막에 찌르는 장면만 3~4일 동안 찍었다. 선배님이 워낙 베테랑이라 액션은 빨리 끝났는데,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찍으면서도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연규라는 아이가 멀리 나아가길 바라지만, 어른이 되기 위한 상처나 짐이 행위에 담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테이크를 갔다가 논의하는 식의 과정을 반복했다. 눈동자를 조금만 굴려도 다른 의미로 포착이 될 수 있어서 의미를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 오랜 시간 찍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찍어본 적이 없어서 배우로서는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 연규가 네덜란드에 가고 싶어하듯, 홍사빈에게도 화란이 있다면? 배우로서 생각하는 목표 지점은 무엇인가.
"나중에 언젠가 또 칸에 가고 싶다. 칸에서 계속 잠을 못 자 시차를 느끼지도 못했다.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나중에 20년, 30년 지나 칸에 다시 가서 중기 선배님께 신나게 얘기를 하고 싶다. '선배님이 그때 생각한 것이 이런 것이냐'라며. 선배님이 잘 대해주신 것에 비해 제가 못 느낀 마음, 이해 못한 것이 있다. 그런 것을 시간이 지나면 알 것 같아서 놓아두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 또 칸에 가는 감사한 일이 생긴다면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 티빙 '운수 오진 날'에도 출연하는데 송중기 배우에 이어 이성민 배우와도 호흡을 했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할아버지, 손자와 동시에 인연을 맺게 됐는데 어땠나.
"저는 성민 선배님과 주로 호흡을 했는데, 드라마를 많이 찍지 않았다 보니 배우면서 촬영했다. '재벌집' 가문의 핏줄은 다른건지, 송중기 선배님에 이어 이성민 선배님도 너무 잘해주셨다.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저는 선배님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너무 다가가면 우려나 방해가 뙬까봐 '연기만 열심히 하자'라며 가만있는데 선배님이 먼저 '잘했다'라고 하시면서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셨다."
- 자신의 연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데, 이쯤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화란'을 마친 자신에게 칭찬 한 마디를 한다면?
"촬영을 안전하게 잘 끝냈다. 저에게 일부러 박한 것은 아니고 제가 봤을 때 못한 것이 보여서 그렇다. 오늘 칭찬을 해준다면 '언제 또 이렇게 인터뷰도 해보겠나' 싶어서 약간 출세했다 싶다. 1% 정도 출세했다 싶어서 '고생했다'라고 해주고 싶다. 연기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한 건 맞지만 제가 잘해서 된 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관심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 ]](https://image.inews24.com/v1/1207952829bcf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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