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자이언티 "음악적 슬럼프도…지금의 나 보여주고 싶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모양 빠지면 어떡하나, 그건 죽어도 싫어서 부담을 많이 느꼈죠."

대표적인 감성 뮤지션, 뮤지션들의 뮤지션, 음원깡패. 자이언티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슬럼프를 겪었고,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도전했다. 긴 공백을 깨고,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자이언티가 6일 정규 3집 '집'(Zip)으로 돌아온다. 컴백 이틀 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자이언티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꾹꾹 눌러담은 10곡을 소개하는 데 인터뷰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한 곡 한 곡에 담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앨범 작업 기간은 5개월 정도 걸렸어요. 요즘 제 목소리인데, 지금의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이 목소리를 들려주고 익숙해져야 다음 앨범을 낼 때 이질감을 안 느낄 것 같았거든요. 요즘 장비를 많이 사서 퀄리티가 좋게 녹음이 됐어요."

자이언티의 컴백은 2021년 12월 발매한 싱글 '선물을 고르며' 이후 약 2년 만이다. 정규 앨범으로는 2017년 2월 발표한 정규 2집 'OO' 이후 약 6년 만의 신보다.

"앨범이 나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코로나도 있었고 저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위축됐어요. 최근에 정규앨범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가 비슷한 것 같아요. 변화가 많았어요. 회사 동료가 떠나가기도 했고, 음악인으로서 슬럼프가 당연한 거죠. '막혔다. 뚫고 가자'고 하면 되는데 음악 외적인 방해물이나 저항이 있거나 할 때 힘들었어요. 멀티태스킹이 잘 안되는 편이에요. 회사가 많은 도움을 주고 협심해서 일을 해왔지만 제 노래는 제가 써야 하잖아요. 제 팀을 강화 시킨다고 새로운 도전을 하느라고 그런 부분도 있고요."

새 앨범 소개에 앞서 자이언티는 "왜 10곡을 수록했는지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을 쉬지 않고 해왔던 그는 "비로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고 했고, 그 결과물이 '집'이다.

"5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앨범 타이틀이 있었고, 노래는 정말 많았어요. 어떤 노래는 건방지고 어떤 노래는 발칙했죠. 그 와중에 시간이 흘러버렸고 5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이제 정말 할 말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집'(ZIP)이었어요. 제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초기 음악이나 대중 가요를 만들던 때나 여러 뾰족한 특성들이 녹아있어요. 추상적이지만 그 아티스트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자이언티만의 감성에 더해, 재즈라는 새로운 시도가 곁들어졌다. 자이언티는 "재즈는 배운 자들의 음악이고 배워야 한다"라며 "이번 프로덕션에서 재즈 아티스트들이 참여해줬다"고 이야기 했다. 영국 출신 아티스트 '혼네(HONNE)'와 듀오 '악뮤(AKMU)' 등이 힘을 보탰다.

자이언티는 혼네가 함께 한 '언러브(UNLOVE)(prod. HONNE)', 최민식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모르는 사람', 'V(Peace)(feat. 악뮤)' 등을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앞세웠다. 깊어진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품었다.

"('언러브'는) 애플뮤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플레이리스트 곡을 제거할 때 언러브라는 버튼을 눌러요. 뮤지션으로 숱한 경험을 하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가하고 제거할텐데 슬프기도 했고요. 그리고 SNS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이 리셋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해요. 피드에 글을 올리고 수정하고 팔로우 했다가 언팔을 했다가, 자신의 관계를 탭 한번으로 지우는 증상이 발현되요. 지금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왠지 공감됐어요."

"'모르는 사람'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주는 곡이에요. 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내 본모습과 시커먼 부분이 있어요. 가장 잘 아는 우리 아빠, 애인, 친구가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외로운 사람을 위한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V(Peace)'는 사진 찍을 때 다 브이를 하잖아요다. 이걸 노래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에서 한참 일어났던 시부야 케이 장르의 곡으로, 예전부터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남녀 혼성으로 부르는데, 악뮤가 떠올랐어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 중 한 팀이에요. 제가 예전에 악뮤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품앗이로 잘 와줬죠(웃음)."

자이언티는 지난 2011년에 데뷔해 힙합 음악에서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 '노메이크업'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로 사랑 받았다. 늘 트렌드를 주도해왔던 자이언티는 "음악적 퀄리티가 향상됐다"고 자신했다.

"제 스타일에 변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태도는 똑같아요. 음악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밀도가 더 생겼고, 퀄리티가 높아졌어요. 우리 프로덕션의 능력이 더 나아갔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엔 재즈한 걸 다뤄보자고 했고, 그들과 싸워가면서 작업을 했어요. 처음엔 피처링 없이 가려고 하다가, 만들다보니 욕심이 나서 히트 요소도 더했죠."

자이언티는 '음원깡패'라는 수식어가 있을 만큼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가수다. 그는 대중의 높은 기대치에 "부담감을 느꼈다"면서도, 음원차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차트 1위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에요. 아티스트 개성과 브랜드가 중요하고, 지속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차트 1위가 드라마틱한 결과는 아니죠. 장기적으로 보고 키워나갈 수 있는 브랜딩이 중요해요. 제가 계속 앨범을 냈다면 4집, 5집, 6집 파이를 늘려갔을텐데 저는 그동안 뭐가 없었으니 0이었고, 제 목표는 1이에요.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새로운 세대에 각인시키는 것인데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이언티의 '브랜딩'에 대해 묻자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비유하며 '완성도 있는 한상 차림'이라고 명확한 답을 내놨다.

"세상에 너무 다양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있어요. MSG가 당길 때 가는 음식점이 있고, 나만 아는 식당도 있어요. 다양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시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시즌의 자이언티는 완성도 있는 한상이에요. 시간이 걸렸지만 좋은 재료를 갖고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음식인 것 같아요. 이 시즌이 지나 반응을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 같아요. 회전율을 높여서 이지리스닝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내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뮤지션으로서 원하는 기조는 우아하고 세련된 것을 하고 싶다는 거에요. 세련되기 위해서는 완성도가 높아야 하고 태도가 좋아야 해요. 그래야 우아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자이언티는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에 신보를 발표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