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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 테노레', 관객 울린 홍광호·박지연…보석같은 창작뮤지컬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가능한 현실, 과연 우리는 충분히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는가.

뮤지컬 '일 테노레'가 묵직한 질문을 던다. 음악을 사랑한 의학도의 '어쩌다 오페라 도전기'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오산. 170분 동안 쉼없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던 '일 테노레'는 끝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일 테노레(IL TENORE)'(프로듀서 신춘수, 제작 오디컴퍼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과 항일 독립 운동을 하는 '문학회'의 일원으로서 오페라 공연에 뛰어드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한다.

'일 테노레'는 창작 뮤지컬이지만 어설프지 않다. 탄탄한 서사구조는 이미 수차례 가다듬은 듯 안정적이다. 1막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가슴 뛰는 일을 쫓는 청년 윤이선의 도전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2막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조선 독립을 위해 '아파도 해야 할 일'을 확신하는 청년 서진연, 이수한의 이야기는 윤이선의 꿈 도전기와 맞물려 흥미롭게 전개된다. 마지막 넘버 '피날레: 꿈의 무게'를 앞두고 객석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찬다.

'일 테노레'는 실존 인물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픽션이다. 실제로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인 이인선은 의대생 출신이었다. 이 설정 외에는 모든 것이 창작된 허구다. 하지만 극속의 인물들은 모두 일제강점기 시절에 분명 있었음직한 현실적인 캐릭터다.

'미친 가창력' '꿀성대'의 소유자 홍광호는 내성적인 의대생에서 낯선 오페라에 빠져드는 윤이선 역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압도적인 발성과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것은 물론, 어리숙한 대학생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월의 흐름을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소화해낸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다양한 창법의 변주 역시 눈길을 끈다. 정통 클래식 음악까지 완벽 소화하며 진정한 '일 테노레(테너)'로 거듭난다.

하지만 '일 테노레'의 진정한 주인공은 서진연이다. '문학회'의 리더이자 독립운동을 위한 오페라 공연의 연출가이기도 한 서진연은 결단력 있는 여장부 그 자체다. 박지연은 정확한 딕션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여린 외모 뒤에 숨겨진 서진연의 강건한 면모를 제대로 각인시킨다. "아파도 해야할 일"이라며 "끝까지 가겠어 후회하지 않겠어 나는 내가 되겠어"이라고 피를 토해 열창할 땐 객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이 터져나온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전재홍은 독립운동에 진심인 건축학도이자 오페라 공연의 무대 디자이너 이수한 역을 연기한다. '조선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열정적인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잘 담아낸다.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일 테노레'는 어둡고 비극적인 시대 속 꿈과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박천휴 작가는 "극도로 화려한 예술인 오페라와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사인 일제강점기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고통조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애쓰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난폭하고 미친 세상에서 소중한 꿈이 있다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그저 무거운 짐일 뿐일까." 윤이선의 대사는 많은 것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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