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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닭강정' 이병헌 감독 "내 이름이 걸림돌, 고민하는 시기"


(인터뷰)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본 적 없는 코미디 완성
"퍼포먼스 중요한 코미디, '필요한가?' 질문하며 고민"
"러닝타임 30분, 이야기 길게 할 자신 없어 찾은 결론이 숏폼"
"촬영 중인 김은숙 작가의 '다 이루어질지니', 대본 재미있어" 자신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병헌 감독이니까 가능한 코미디 '닭강정'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됐다. 상상도 예측도 불가한 전개와 연출, 그리고 이병헌식 코미디가 가득하다. 호불호 가득한 여러 반응을 즐겁게 수용하고 있다는 이병헌 감독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 촬영 중이라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주연 김우빈, 수지)는 또 어떤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닭강정'(감독 이병헌)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병헌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병헌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의 이병헌 감독, 닭과 인연이 깊은 '연기 장인' 류승룡, 작품마다 "은퇴하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파격 연기를 보여준 안재홍이 만나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닭강정이 된 민아는 김유정이 연기했으며, 김남희와 정호연, 박진영, 고창석, 문상훈, 유승목, 정승길,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 양현민, 허준석, 이주빈 등이 함께해 기상천외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원작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이병헌 감독은 허를 찌르는 유머에 특유의 '말맛'을 더해 세상에 없는 신계(鷄)념 코미디를 완성했다. 호불호는 갈리고 있지만, 지금껏 본 적 없는 전개와 연출이라는 반응과 함께 배우들의 열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이병헌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극 중에 '멜로가 체질'을 거론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코미디적인 장치라고 생각하고 사용했다. 앞으로는 안 그럴 것 같은데 '멜로가 체질'에 대한 애정이다. 본방 때의 아쉬움이 있다. '왜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까' 아픈 손가락 같아서 가져다 썼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많은 분이 봐주시긴 했지만, 애정의 반증이다."

이병헌 감독이 배우 류승룡, 김유정, 안재홍과 '닭강정' 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병헌 감독이 배우 류승룡, 김유정, 안재홍과 '닭강정' 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극한직업'에 이어 또 닭이 소재가 됐다. '극한직업' 세계관과 이어진다는 느낌도 있는데, '닭강정'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닭에 대한 애착은 없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신인 감독과 웹툰 원작 소재를 찾아다니다 웹툰을 많이 접했는데,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제작사들이 발이 빠르다. 재미있겠다 싶은 것은 다 계약을 해서 없는 편이었고 제작사 대표님이 '닭강정'을 보여줬을 땐 이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보여준 건 아니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 읽어보라는 것이었는데 낚시를 하신 것 같다.(웃음) 닭에 대한 무언가가 있는 건지, 마음에 들더라. 타이틀처럼 닭강정 한 조각이 그려져 있고, 작가님은 손가락 다섯 개를 다 안 그린다. '이상하다, 이게 뭘까?' 하면서 봤더니 말이 안 되지만 다음 화를 넘기고 있더라.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닭 세계관은 없다."

- '극한직업'과 '닭강정'을 잇는 '닭유니버스'를 기대하는 반응도 있다.

"3부작을 해야 하나, 닭백숙이라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웃음)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저는 사실 '유니버스', '사단'이란 말을 부끄러워한다. 닭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흥미를 느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의미 있고 재미가 있다면 닭이든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일명 '병맛'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키치스러움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 편인가?

"되게 좋아한다. 만화를 많이 본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원작에도 그런 색깔이 고스란히 있다. 그거만 그대로 가져오면 키치스러운 드라마가 될 거라 뭔가 타협하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했다. '내가 좋아하는 원작 웹툰을 고스란히 잘 옮겨보자'였다. 그대로만 된다면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 원작의 코미디를 강화할 때 견제한 점이나 중점을 둔 철학 같은 것이 있다면?

"코미디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이 신이 필요한가?' 되물었을 때 필요 없는 것을 자꾸 하거나 과해지지 않게 스스로 견제한 건 있다. 코미디로 가볍게 접근했을 때 말장난, 불필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 안에서 '필요한가?'를 되묻기 때문에 불필요하지 않다. 정호연 배우가 나온 신도 고백중에 대한 캐릭터를 풍부하게 설명하고 미스터리한 과정의 재미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먹이냐 찍먹이냐는 우리가 항상 하는 흔한 논쟁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우리 드라마와도 잘 맞는 부분인 것 같다. 항상 연출자로서 고민하는 것이 '이거 필요하니?'다."

배우 안재홍, 류승룡이 '닭강정' 촬영장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안재홍, 류승룡이 '닭강정' 촬영장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코미디 장르가 패턴이 생기면 지루해진다. 이병헌식 코미디에 익숙해지는 것도 호불호의 한 부분이 될 것 같은데 고민되는 지점이 있나? 있다면 극복 방법도 생각해봤나?

"지금 그 고민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 '이제 읽혔구나', '내 이름이 걸림돌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4~5년에 한 번 하던 걸 이제 1년에 하나씩 하니까 빨리 읽혔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고민을 하는 시점이다. 병맛 코미디를 좋아해 주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뒤에 나올 작품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재정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해외 관객들까지도 제가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해외 관객 반응을 많이 보고 있다.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하지만 영화제에 가서 관객 반응도 체크한다. 코미디를 좋아하고, 이걸로 해외에도 어필하고 싶은데 사실 코미디가 가장 그러기 힘들다. 문화적인 것이 있다 보니 그것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닭강정'도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고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앞으로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약을 잘못 먹어서 노안이 왔다는 식의 코미디는 한국적이다. 해외 관객들 반응도 생각을 한다고 했는데,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었나?

"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따로 한 건 없다. 일단은 내가 할 일을 하고 나서 어떤 반응이 올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양식도 좋아하지만 한국인의 정서로 만든 코미디가 어떻게 어필될 것인지에 관심이 있는 거다. 해외 반응은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이제 보고 있다."

- 러닝타임 30분에 10부작이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이 이야기를 길게 할 자신이 없었다. 쫀쫀해야 할 얘기다. 영화로도 생각해봤다. 여러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다가 찾은 결론이 숏폼이다. 늘어지지 않게 재미있고 새로운 형식으로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확실히 길면 안 되더라. 지금 이것도 길다가 하는 사람이 있어서, 숏폼 선택은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 한글에 대한 대사가 나오는 것은 어떤 의도인가? 애드리브 허용 범위도 궁금하다.

"국뽕이 차오른다는 말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단순하게 글 쓰면서 접근했고 유승목 선배가 재미있게 해주셨다. 애드리브 편하게 했다. 현장에서 두 배우에게 따로 디렉션을 한 것은 없는데, 대사 자체가 길어서 그런지 한 마디씩 추가되는 정도다. 파전이 시가라고 했을 때 '자연산인가 보지'라는 식의 추임새가 있었다."

이병헌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병헌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한다"라는 대사가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로 여겨지는데, 의도한 바가 있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대사로 썼다. 제가 바라는 방향이기도 하다. 진화하는 과정은 다 못 보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왜 이렇게 싸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원작 보면서도 했다.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한다"가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인데, '진화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내포됐다."

- 지금까지는 작가와 연출을 같이 해왔다. 하지만 지금 촬영 중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는 연출만 한다. 작업 형태가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너무 촬영이 초반이라 말하기가 그런데 아직까지는 공부하듯이 재미있게 하고 있다."

- 김은숙 작가도 '말맛' 좋기로 유명한데 이번 대본은 어떤가? 김우빈 배우와는 '스물'에 이어 재회를 하게 됐는데 캐스팅에도 영향이 있었나?

"대본은 너무 재미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글을 쓰셨고, 재미있게 봐서 모두가 재미있게 작업을 하고 있다. 대본은 거의 다 나왔는데 이제 촬영을 시작했다. 캐스팅은 '내가 해야지' 기획하고 한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됐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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