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전재준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배우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록 SNS 업로드 실수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박성훈이 그려낸 현주 캐릭터는 앞으로 시즌3가 기대될 정도로 큰 활약을 한 것이 사실. 특히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은 만큼 더욱 신중하게 임했다는 박성훈은 "편견이 잠식되길"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121f077e9bf4ec.jpg)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황동혁 감독이 다시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으며,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최승현(탑), 원지안 등이 출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후 지금까지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 부문 영어, 비영어 통합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총 152,500,000 시청수를 달성하며 3주 기록만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1, '웬즈데이'를 이은 넷플릭스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후속 시즌 중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성훈은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았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용감함을 지녔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다혈질의 극악무도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으로 본명까지 잊게 만들었던 박성훈은 지난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또 한번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선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정의로운 인물을 유연하게 소화해내 호평을 이끌었다. 다만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후 개인 SNS에 음란물 표지를 업로드하는 실수를 저질러 비판을 받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박성훈은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전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다음은 박성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참가자 중 가장 정의롭고 이타적이고 배려심도 많고 강인하며 리더십도 있다. 굉장히 멋있고 장점을 가진 인물이라 많은 분께서 아껴주시는 캐릭터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이 있었다. 현주의 그런 모습을 잘 보여드리면 아직도 안 좋은 시선을 받고 편견, 불이익을 받는 분들의 상황이 나아지고 시각이 부드러워지거나 긍정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했다.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12dbc1f49dc899.jpg)
- 현주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감독님과 미팅하는 자리에서 듣게 됐다. 제가 출연한 단막극 '희수'를 보셨다. 평범한 가장 역할인데 현주를 떠올렸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고 신기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맞닿았던 생각은 현주를 희화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그렇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 혹시 실제 성소수자에게 자문이나 도움을 받은 것이 있나?
"실제 트랜스젠더 분들을 만나서 자문했고, 여러 가지로 찾아보고 공부도 했다. 제가 예상했던 편견도 있고 못 했던 것도 있었는데 모든 편견이 다 잠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희화화하지 않기 위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과도한 목소리의 변조나 과장된 제스처는 경계하려고 했다. 인간 조현주로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좋지 않은 상황 속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 외형적으로는 어떤 논의를 거쳤나?
"의상, 분장 팀과 상의를 많이 했다. 처음엔 짧은 머리, 긴 머리 다 해보고, 손톱 색깔도 여러 가지로 해봤다. 지금 현주의 외형은 저까지 다 포함해 상의해서 결정한 것이다."
- 처음 예고편 공개 때부터 예쁘다는 반응이 상당히 많았다. 본인은 어땠나?
"처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친누나와 내가 많이 닮았구나'였다."
![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de5a8b2bbd39f.jpg)
- 누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줬나?
"누나랑 두 살 터울인데, 누나는 제가 그 역할을 한다는 걸 몰라서 보고 "너 이 역할이었어? 잘했다"라고 응원해주고 도닥여줬다. 누나도 "우리가 닮긴 했네"라는 말을 했다."
-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에서 현주에 대해 故 변희수 하사를 비롯해 미국 트랜스젠더 군인 사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참고한 부분이 있나?
"감독님을 두 번째 뵈었을 때 고 변희수 하사님을 조금 떠올렸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는 그분을 전혀 참고하거나 따라 하지는 않았다. 미국에도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의 성장 과정은 어땠을지, 어떻게 불이익과 편견의 벽에 부딪혀왔을까 전사를 생각해보고 켜켜이 쌓아가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 전사는 어떻게 쌓았나?
"현주가 왜 상금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독백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원래는 없던 문장인데 현장에서 추가를 해주신 짧은 문장이 하나 있다.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인데 그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전체적인 독백을 하면서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고 똑똑하다고 느꼈다. 고급스럽고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았다. 현주가 처음 엄마에게 커밍아웃하던 모습, 엄마의 반응이 비디오 영사기처럼 후루룩 스쳐 지나갔으면 좋겠고 감정이 울컥 올라왔으면 좋겠는데, 그게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다음 테이크에서 그렇게 되더라. 그 덕분에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독백이 훨씬 풍부해졌다고 생각했고, 현주의 전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 95번 영미(김시은 분)에게 "언니"라고 들었을 때 내면의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그 연기를 할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처음 대본을 받아서 읽었을 때 가장 가슴에 박히는 것이 "언니도 예뻐요"다. 울컥했다. 영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코끝이 찡하고 가슴에 큰 울림이 있었다. 일부러 표현했다기보다는 그 말이 와닿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0b005fadf912c2.jpg)
- 김시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너무 맑은 친구다. 시은이가 이 역할에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해서 물에 젖은 말티즈 같다는 얘기도 했다. 촬영을 순차적으로 해서 매회 촬영하며 조금씩 정이 들더라. 같이 식사도 자주 했다. 극중에서 어떤 상황에 놓일 때마다 손을 잡게 되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하는데, 친밀도가 자연스럽게 생성됐다. 영미 마지막 장면에서도 속상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 이정재, 이병헌 배우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두 분 다 어릴 때부터 동경했고, 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다. 같이 작업할 기회가 없었다가 처음 만나 뵙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90년대부터 탑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가 있더라. 인품이 훌륭하고, 현장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강하다. 육각형이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제가 다음에 주연을 맡고 선배님들 나이가 된다면 꼭 선배님들처럼 할 수 있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연기적으로 조언을 받은 것도 있나?
"총격전을 찍을 때 놀라웠던 모두가 총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를 수 있더라. 저는 권총 쏘는 장면이 있는데 병헌 선배님께서 자세 같은 걸 잡아주셨다. 그 부분에서 특별히 도움을 얻었다."
-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한 현장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옆을 보면 이쪽엔 병헌 선배님이, 저쪽엔 정재 선배님이, 뒤쪽엔 동근, 진욱 형님이 계셨다. 진짜 대단한 분들과 촬영을 했다. 선배님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연기 인생에 이런 행운이 있을 수 있지?'란 생각을 했다. 가장 임팩트 있고 소름 돋는 건 처음 영일(이병헌 분)이 등장하는 3부 엔딩이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하고 뒤돌았을 때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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