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김태준이 사실은 '극 TJ'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디테일하고 섬세한 작업으로 완성된 84제곱미터'다. 떨어지는 땀 방울 하나까지 집요하게 계산해서 화면에 담아낸 김태준 감독은 너무나 똑똑하게 자신의 연기를 해나가는 강하늘에 매 순간 놀랐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런 강하늘을 통해 지금 이 시대 청년의 모습을 녹아내려 했다며 '84제곱미터'에 담은 의미를 진정성 있게 전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영제 Wall to Wall)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다.
![김태준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7f37876717eccf.jpg)
강하늘은 퇴직금 중간 정산, 원룸 보증금, 대출, 심지어 엄마의 마늘밭까지 탈탈 끌어모아 '국민 평수 32평'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을 연기했다. 여기에 서현우, 염혜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탄탄한 앙상블을 형성했다.
하지만 행복한 꿈도 잠시, 우성은 집값 폭락과 고금리, 파혼까지 연이은 악재에 퇴근 후 배달 알바를 뛰며 간신히 빚을 갚아나간다. 층간소음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자꾸만 조용히 해달라며 찾아오는 아랫집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층간소음의 범인으로 지목되며 이미 꼬일 대로 꼬인 인생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층간소음의 근원지를 찾아 위층으로 향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된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통해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와 스릴을 담아낸 세련된 연출로 호평을 받은 김태준 감독은 이번 '84제곱미터'로 다시 한번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폭발시켰다. 국민평형 84제곱미터 아파트를 배경으로 층간소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물 간의 욕망과 서스펜스를 밀도 높게 담아내 극강의 몰입감을 안겼다. 다음은 김태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공개 후 반응은 찾아봤나?
"많이 찾아봤다. 한분 한분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 전달이 되나 확인을 해야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다음 작품을 할 때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의견을 최대한 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나 재미없게 보신 분이나 "스트레스 받는다", "기 빨렸다"라며 비슷한 의견을 주신다. 외국보다는 우리가 너무 맞닿아 있는 현실이다 보니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다."
![김태준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1582c481c15507.jpg)
- 층간소음 문제도 있지만 코인 투자에 공감하고 몰입하는 부분이 있었다. 각자마다 몰두하는 부분이 다를 것 같은데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층간소음이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영끌을 한 청년이 집을 사고 이 집을 지키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 층간소음 관련된 이해관계, 이를 바라보는 시선, 구조적인 문제 등을 겪게 된다. 그렇게 장르적으로 접근했다. 요즘 청년들이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코인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집과 연관된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 층간소음을 겪어본 적이 있나?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부분이 있나?
"제가 심리적으로 힘들 때였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전이었는데 새벽에 집에 있었다. 소리에 예민해져서 윗집에 올라간 적도 있었다. 선을 좀 넘는 느낌이라 알려주려고 갔고, 조용해지기도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아무 문제 없었는데 그 이후에 새벽에 일부러 내는 듯한 소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올라가기는 애매한데 자꾸 소리가 나서 듣게 되고 상상하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가더라. 그러다 이 얘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공동주택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에 예민해진 사람이 파국으로 가는 얘기였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니 윗집이 이사갔다. 나에게 영감을 주려고 했나 했는데 그날 밤에 똑같은 소리가 또 나더라. 이게 단순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조금 더 공부를 해보니 벽식 구조 문제가 있었다. 그 당시에 영끌에 대한 이슈가 올라오고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묘했다. 함께 존재하면 안 될 것 같은 단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거다. 부실공사와 층간소음이 일어나는데 영끌을 한다는 것이 조화가 안 되더라. 인생을 걸면서까지 부실시공, 층간소음이 있는 아파트를 사려고 하나. 우리가 작은 물건 하나 살 때도 불량품인지 문제가 있는지 꼼꼼하게 본다. 그런데 집을 구하는 기준이 튼튼하게 짓거나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가치가 변질되는 느낌을 받았다. 기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층간소음 이야기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확장될 것 같았고, 이 소재를 그냥 오락적으로 휘발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현우 배우가 연기한 진호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극단적으로 표현이 되는데 장르적인 특성에 의한 설정인가?
"이중적인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구조가 문제라고 외치지만 사실 제일 큰 소리를 내는 이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다. 사람이 문제라고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와준 사람이기도 하다. 자기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데 우성이 극단적인 양쪽 사이에서 누구의 편을 들지 고민하게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원적이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해주길 바랐다. 공간을 설계할 때 방에 엄청난 스피커를 세워놓았다. 그런 공간이라면 이런 사람일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청년들을 흔들고 있는 존재 중 하나로 형상화한 것이다. 가스라이팅도 한 시선의 방향이다."
- 오프닝이 독특하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의 찬가'를 꼭 사용하고 싶었다. 이 노래가 아직도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어릴 때부터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을 인생 목표처럼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때 이 노래를 야구장에서 많이 들었는데, 노래 때문은 아니고 사회 분위기가 '서울에서 살아야지'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음악으로 시작했고, 자막도 '서울특별시'라고 했던 이유도 음악과 맞닿아있다. 옛날 노래라 정서에 맞는 연출을 통해서 장면과 노래가 잘 어울릴 수 있게 표현하려고 해다. 부동산을 좀 아시는 분들은 모든 걸 걸고 집을 사는 과정을 보면 노래는 굉장히 밝고 화면도 활기차지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로 왔을 때 강력한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밝게 연출했다."
- 강하늘 배우가 이런 우성에 딱 맞는 캐스팅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촬영하면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놀라웠다 하는 지점도 있었나?
"매 순간 그랬다. 정말 똑똑하다. 편하게 애드리브를 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그런데 굉장히 계산이 많이 되어있다. 특히 카메라와의 합을 맞추는 데 있어서 굉장히 충격받을 정도로 대단하다. 조명의 위치, 카메라가 움직일 때 앵글 각도를 맞추는 것, 움직이는 속도를 카메라에 맞추는 것 등을 신경 쓰면 연기하기 되게 힘들기에 그런 걸 최대한 열어드리고 어떻게든 맞추려고 한다. 배우도 그런 걸 알고 잘 맞춰서 움직이는 걸 더 선호한다. 강하늘 배우는 그런 걸 굉장히 자연스럽게 해낸다. 진짜 대단하다,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제 상상 이상으로 액션을 잘한다. 몸을 엄청 잘 쓴다. 아픈 거 아니냐고 걱정하면 '저는 잘 넘어져서 괜찮다'라고 한다. 걱정했던 장면을 정말 편하게 해내더라. 그걸 액션처럼 안 보이게 리얼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대단했던 것 같다."
![김태준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0c95e40e458d4c.jpg)
- 염혜란 배우의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대단한데, 현장에서의 무게감도 엄청났을 것 같다.
"현장에서 가장 선배님이고 항상 안정감을 주셨다. 현장에 오시면 분위기가 집중되는 느낌이 있었다. 저도 진지하고 사담을 안 하는 타입이라 작품에 관한 대화를 많이 했다."
- 서현우 배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는 서현우 배우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나?
"장르물에서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많이 했다. 외형적인 변화를 임팩트 있게 주거나 외국어, 중국어 연기도 했다. 체중을 불리기도 하고 머리도 밀었다. 딱 한 번 보거나 말 한마디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인지 바로 전달되는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그런 거 아예 없이 민낯, 순수함 그 자체로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그 자체의 힘으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자고 한 것이 있다. 문신은 있지만 일부러 아예 안 보이게 가려뒀다. 사우나 신에서만 살짝 오픈했고, 언어도 평범하게 했다. 기대했던 건 에너지다. 이 인물이 자기 정체를 밝히면서부터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에너지를 하이로 유지하는데 굉장히 어렵고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과장될 수 있다.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상승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소 폭발하는 연기를 짧게 봐서 길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너무 잘해주셨다."
- 전작은 임시완, 천우희 배우와, 이번엔 강하늘 배우와 같이 작업을 했다. 소위 말하는 대세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작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외에 감독님만의 비법 같은 것이 있나?
"절실함이다. '스마트폰'도 이번 작품도 배우들이 그동안 안 보여줬던 모습을 같이 찾아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임시완, 천우희 배우뿐만 아니라 김희원 배우도 그동안 가벼운 역할을 많이 하셨어서 무표정으로 가보자고 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자고 했다. 염혜란, 서현우 배우도 그동안 안 했던 것을 해보자고 했고, 마지막에 새로운 얼굴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동안 보여준 모든 모습을 총망라해서 펼쳐보자고 했다. 장기를 살리다가 새로운 것을 찾자는 도전 의식이 있었다."

- 결말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 다른 버전이 있었는지, 아니면 결말을 정해놓은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저는 마지막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 텅 빈 아파트, 감옥 같은 창살 그림자, 거기 서 있는 주인공의 마지막 이미지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다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성은 굉장히 순수하고 집을 가지고 싶어서 굉장히 노력한다. 이 인물이 마지막에는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변해버린다. 누워서 보는 아파트의 모습이 멀쩡한 집이 아니라 싸늘한 콘크리트 괴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진정한 집이 아닌 콘크리트 덩어리로 변해버린 거다. 누구나 처음에는 집을 가지려 했지만, 나중엔 집값만 신경 쓴다. 우성도 그렇다. 이걸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변해버린 모습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입을 안 연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남해로 설정한 것도 서울에서 가장 먼 곳, 아파트가 하나도 없는 대비되는 인간적인 곳을 찾았다. 대부분 거기서 영화가 끝나면 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됐다. 서울로 가는 계기도 집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가는 거다. 분명 윗집도 바뀌었을 거고 아랫집도 바뀌었을 텐데 여전히 똑같은 소리가 난다. 자조적인 느낌이 있는 현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의 찬가'도 다른 버전이 나온다. 점점 빨라지면서 밝아진다. 우성도 변해버린 상태로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 OTT의 특성상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아직 '84제곱미터'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런 부분을 봐달라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시대의 이야기다.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고 지금 현실이 이런데 영화를 봐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외면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 한편의 스릴러 영화로서 즐겨주시면 좋겠다. 주인공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인 만큼 너무 답답하거나 미워하지 마시고 이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보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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