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예쁘고 말하는 것도 예쁘다. 어쩜 이렇게 잘 자랐을까 감탄하게 되는 배우 김유정이다. 액터스 하우스의 최연소 배우이지만, 20년이 넘는 경력만큼 생각의 깊이나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 배우보다 묵직하고 바르다. 상대 배우에 대한 존경심, 특히 아역 배우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김유정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더 뻗어나갈 그의 연기 인생이 더욱 기대가 되고 궁금해진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유정의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98e48b4bddd2a.jpg)
김유정은 아역 시절부터 탄탄히 쌓아온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20세기 소녀'(2022), '마이데몬' (2024)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색으로 국내 영화·드라마계를 이끄는 배우로 성장했다.
오는 11월 6일 공개를 앞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친애하는 X'로 이번 영화제를 찾은 김유정은 액터스 하우스 최연소 출연자다.
이에 대해 김유정은 "너무 좋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이고 너무 좋아하는 장소이고 영화제이기 때문에 액터스 하우스에서 저의 이야기하고,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저를 초대해주셔서 놀라기도 했다. 감개무량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동창생'이라는 작품으로 2013년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왔었다. 매우 많은 분이 환영을 해주셨다. 열기가 엄청났던 기억이 있다"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오면 기분이 업되고 강한 에너지를 얻고 돌아간다"라고 전했다.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김유정 분), 그리고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잔혹한 본색을 숨긴 대한민국 톱배우 백아진의 파멸, 그를 지키고자 지옥을 선택한 윤준서(김영대 분)의 처절한 사랑을 담아내며 파멸 멜로 서스펜스의 탄생을 예고한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e09a79d47ef4a.jpg)
김유정은 '친애하는 X'에 대해 "대중들에게 보여드린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백아진이라는 친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욕망이 있고 인간이 가진 최대치의 절제를 했다"라며 "많은 사람과 부딪히며 스릴러적인 인간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한 인간으로서 폭풍을 헤쳐나가는 인물이다. 굉장히 많은 것을 가진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스펜스인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야다. 대중이 좋아하는 저의 모습이 저도 좋았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밝은 역할을 본능적으로 찾았던 것 같다"라며 "'친애하는 X'는 저에게 크게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지금 경험하지 못한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큰 경험을 놓치게 될 것 같아서 결심하고 출연했다"라고 밝혔다.
또 김유정은 "저는 시작 전에는 두려움이 큰데, 시작하는 순간에 설렘으로 바뀌는 성향이다. 찍기 전에는 무섭고 두렵고 부담스럽다. 인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든 인물이었기에 그런 감정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고 의지도 많이 하고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설렘을 느낀다. 의지하며 가는 것이 더 커졌다. 장르는 즐거울 수 없는데 촬영할 때는 너무 즐겁게 했다. 그래서 끝났을 때 너무 아쉬웠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라는 것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을 만나게 되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많이 준 분들이 계시다. 이응복 감독님은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이다. 최근이라 그럴 수도 있다"라며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첫 만남이 그렇게 자연스럽다거나 해피하게 "함께 가요" 하는 느낌이 있지는 않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조금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누가 봐도 대단한 감독님이고 커리어가 증명해주는 분이다. 당연히 같은 동료로서 마인드를 가지고 함께 하는 건 분명하지만 제가 나이도 훨씬 어리고 감독님이 편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데도 배우로서 존중한다는 감정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말씀해주셨다"라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고 김유정 배우가 이 역할을 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이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걸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감독님의 말씀을 들으니 감독님을 믿고 하면 나의 두려움이 사라질 것 같다는 믿음이 첫 만남에서 한번에 생겼다"라고 이응복 감독에 대한 굳은 신뢰를 전했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2b6292ca43094.jpg)
아역 배우 시절을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온 김유정은 "일하면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어렸을 때는 삼촌, 이모, 언니, 오빠가 너무 좋다는 감정을 가지다가 언젠가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를 지나면서 가치관을 가지고 상대를 존중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혼자서도 내적인 고민을 많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나와 타협하고 상대와 조율하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그래야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언급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일부러 조금 더 밝은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는 김유정은 "어릴 때는 다 괜찮다고 하는 캔디 같은 캐릭터가 답답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누구나 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헤쳐간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름답게 바라보면 아름답게 돌아온다"라며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캐릭터를 연속적으로 맡고 난 후 전환점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는 캐릭터로 웃었을 때 관객들도 많이 웃을 수 있고 캐릭터가 긍정적으로 이겨냈을 때 '나도 저렇게 이겨내고 싶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를 지키고자 그런 선택을 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 전환점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였다고. 김유정은 "연기를 떠나서도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다. 나 스스로를 만들고 확립하는 시기라 연기 생활에서도, 일상에도 느끼게 됐다"라며 "어릴 때는 본능적으로 행했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시점에선 내가 일을 선택했고 연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변화된 바를 말했다.
그러면서 김유정은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가끔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배우로서 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을 제외하고도 정말 큰 꿈이 많다. 사소하게는 어려서 군인이 되고 싶었다. 이건 친한 분들에게만 장난으로 말하는 건데 군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봤다. 너무 멋있더라. 나 군인이 되어야지, 하고 꿈을 꿨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직업이 있다 보니 그 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맴돈다. 어떤 날은 군인이 되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44e257307170a.jpg)
김유정은 아역 배우 출신이기에 현장에서 만나는 아역 배우에 대한 애정도 크다고 한다. 그는 "현장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다. 큰 사랑을 주고 싶고 뭉클함이 있다"라며 아역 배우를 했던 경험으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아역을 연기할 때는 너무 어려서 본능적으로 표현한다. 누가 툭 치면 바로 되는 느낌의 연기를 했다"라며 "점점 성인이 되면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나만의 자아가 생겼다. 내가 결정해야 하고 내가 정해서 이쪽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또 김유정은 "선배님들이 이렇게 힘드셨구나 많이 느꼈다. 선배님들은 제가 어려서 본능적으로 했던 것을 통해 또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그걸 몰랐는데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섬세하고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너무 재미있는 건, 선배님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거의 동일한 눈빛이다. 이모, 삼촌,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으로 바라보시는데, 아직 저는 그 나이가 되지 않지만,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눈을 하고 있더라"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김유정은 "제 아역을 하는 배우를 만나면 그냥 하트가 나온다. 너무 잘해주고 아껴주고 싶고 상처받지 않으면 좋겠고 힘들면 울었으면 좋겠고 답답함이 없으면 좋겠다"라며 "이걸 경험하고 나서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준 어른들이 생각났다. 소중한 사람들이고 좋은 영향을 끼친 분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웠고 습관적으로 빨리 익혀야 한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라며 "작품 안에서 이 인물을 맡았을 때 뻗어 나가는 인간관계의 가지가 있다. 모습, 색깔, 길이가 다 다르다. 인간관계를 투영해보면 엄마, 아빠, 언니, 친구에게 하는 것이 다르다. 그런 것을 연기하면서 꾸며 나가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친애하는 X'에서 많은 인물을 회차별로 만난다. 이 배우를 마주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체감되는 것이 있다. 제가 만든 마인드맵이 현장에서 바뀌는 재미를 느낀다"라며 "저는 극 J 성향이다. 시간, 관계에 대한 강박이 살짝 있다. 그걸 깨려고 노력 중이다. 연기하면서 깨져간다"라고 말했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42a89bb6bc341.jpg)
또 김유정은 "'친애하는 X'에는 김영대, 이열음, 김도훈 배우가 있는데, 김지영, 김지훈, 황인엽 등 정말 많은 배우가 나온다"라며 "가장 신기한 경험은 어렸을 때 함께 한 배우를 만났을 때다. 배수빈 배우가 나오는데 제가 13살에 '동이'를 함께 했다. 그때 느꼈던 분위기, 호흡이 있고 지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생긴다. 그럴 때 오는 짜릿함이 엄청나다. 그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상 대화를 할 때도 얼핏 이런 감정이 든다. '우리 잘 살아왔다', '우리 같이 살아남았다', '우리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며 위로가 되고 코끝이 찡해진다. 그런 것이 감사하다"라고 상대 배우를 통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언급했다.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이라는 김유정은 쉴 때도 바쁘다고 한다.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그는 "촬영을 시작할 때 빠르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더라. 작품에 임할 때보다는 더 치열하게 계획을 세워서 오늘은 뭘 해야 한다고 하는 편이다'라며 "몇 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제 취미는 운동과 여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유정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산티아고를 걷겠다는 꿈이 있었다. 어느 날 코로나가 왔고 촬영이 바빠서 잊고 지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싶을 때 유레카 하면서 산티아고가 생각났다. 찾아보니 2주 뒤였다. 배낭을 사고 운동화를 맞추고 2주 동안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스케줄 끝나고도 걸었다. 가서 무너지면 안 되니까 연습했다"라며 "많은 분이 그곳을 다녀오면 인생이 전후로 나뉜다고 하시더라. 실제로 그런 것 같다. 걷기만 했는데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의 가치관도 잘 성립이 되게 도와주고 시야도 넓어지게 해준 길이다"라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 이 대자연에 내가 일부로 속해있다는 행복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녀온 이후 훨씬 마음이 편해지고 용기 내 행하는 순간이 많아졌다"라며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걷자' 하며 걷고 할당량을 다하면 자고, 그런 것을 33일 동안 반복했다. 돌아왔는데 똑같이 적용되더라"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멈칫했던 순간인데 '그냥 걷자' 했던 것처럼 '그냥 먹자, 그냥 즐기자. 그냥 해보자'라며 마음 편해졌다. 저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여행이었다"라고 남달랐던 경험을 떠올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이병헌, 손예진, 니노미야 카즈나리, 김유정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연기 인생을 되짚으며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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