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규형이 '보스'에서 강력한 웃음 폭탄을 터트리며 흥행을 견인했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등과 완벽한 코믹 앙상블을 형성하며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지금은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초연과 '팬레터' 10주년 공연을 열심히 준비 중이라는 이규형은 지난 25년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최근 개봉된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 조우진과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배우 이규형이 영화 '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팩토리]](https://image.inews24.com/v1/149448bdd5553b.jpg)
이규형은 극 중 언더커버 경찰 태규 역을 맡아 프로페셔널함과 엉성함을 오가는 순수한 프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태규는 조직에 몸담은 지 10년, 어느새 조직에 동기화되고 식구파 식구들에게 정까지 들어버린 인물. 경찰로서는 예리한 눈빛과 무게감 있는 어조로, 또 순태(조우진 분) 곁에서는 가족같은 친밀감으로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극 후반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과 액션은 물론이고 이규형만이 할 수 있는 코미디 연기를 선사하며 '보스' 흥행 1등 공신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에 '보스'는 23일 기준 2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다음은 이규형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추석 연휴에 개봉해서 200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추석 연휴 내내 안 쉬고 무대인사를 돌았다. 코미디다 보니까 가족들이 보기에 알맞았는지 감사하게도 그 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200만 관객을 넘었다. 영화 시장이 어려운데 코미디 장르가 잘 되어서 기분이 좋다. 감사한 것 같다. 요즘 일본 애니가 강세다. '왜 그럴까' 고민했는데 OTT에서 먼저 접하고 연장선으로 영화관까지 발걸음이 이어진 것 같다. 그 사이에서 이렇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뿌듯하다."
![배우 이규형이 영화 '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팩토리]](https://image.inews24.com/v1/55715375c66273.jpg)
- 코미디 영화 쉽지 않은 일이다. 코미디 영화가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 간 돈독한 관계가 스크린 안에서도 앙상블로 잘 잡힌 것 같다. 제가 처음 언더커버라는 것이 밝혀지는 지점도 우진 형의 내레이션으로 허당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잘 버무려졌다. 블랙박스 인간마냥 여기저기 있을 때도 혼자 있으면 민망했을 텐데, 다양한 리액션이 맛깔스럽게 양념을 뿌려준 것 같다. 제가 대학로 연극 데뷔작을 24살에 했는데 우진 형도 20대일 때 같이 오디션 보고 합숙하다시피 하며 지방공연까지 1년 넘게 같이 했다. 정경호는 동갑내기 친구이고 '감빵생활'에서 호흡한 후 계속 연락하고 본다. 박지환 형은 '나의 독재자'를 할 때 저를 고문하는 형 중 한 명이었다. 10년도 넘은 작품이다. 바로 전작인 '핸섬가이즈'에도 같이 출연했다. 이런 돈독함이 밋밋할 수 있는 신을 서로 살려주는 포인트가 된 것 같다."
- 조우진 배우가 '달달한 사탕 같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현장을 부드럽게 만드는 자신만의 비결은?
"작품의 장르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서스펜스나 스릴러, 가슴 아픈 멜로를 찍을 때와는 텐션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웃겨야 하는데 분위기가 안 좋으면 잘하던 것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 안 되니까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유쾌하고 즐겁게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다. 세트 촬영은 수십 명이 있다 보니 산소가 부족해 멍해질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 파이팅하면서 '으쌰으쌰' 하면서 찍었고 그래서 더 연기가 잘 살았던 것 같다."
- 악역과 선역을 오가기도 하는데, 작품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제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 코믹한 캐릭터를 할 때 일상에서 영향을 받는다. 가벼워지기 위해 말이 빨라지기도 한다. 하루 종일 고민하고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실제의 내가 영향을 받게 되더라. 후반부엔 슬랩스틱 연기까지 해야 하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 인물을 위해 더 밝아지려고 노력했다."
![배우 이규형이 영화 '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팩토리]](https://image.inews24.com/v1/717f8b16c59937.jpg)
- 후반부 약을 먹고 난 후 해롱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나?
"고민이 됐다. 후반부를 보고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은 사실 전작의 색채를 지워내고 싶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텍스트와 상황이 그걸 연상케 하니 괜찮을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엔 결과물보다 더 진지하고 덜 약에 취해있게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정확하게 '감빵생활'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셨다. 그 작품이 8년이 지났다. 내세울 수 있는 작품, 캐릭터가 있다는 건 정말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배우로서 그걸 뛰어넘고 더 사랑받는 역할을 만들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 덜 과하고 좀 더 진지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감독님을 믿고 그 신을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많은 테이크를 갔다. 난감할 때 지환이 형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자 했으면 밋밋할 수 있는 지점에서 지환 형이 애드리브를 해줬다. 그래서 재미있게 나왔다."
- 그 상황에서 박지환 배우가 받아치는 대사가 애드리브였던 건가?
"큰 틀만 있었다. 텍스트를 맛깔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큰 동선만 짜주셨다. 그래서 지환 형이 애드리브로 맛깔스럽게 살려줬다. 또 이렇게 하면 좋겠다며 많은 아이디어를 줬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마음의 짐을 덜고 할 수 있었다."
- 정경호 배우가 인터뷰에서 "굉장히 부러운 친구"라고 얘기했다. 이번에 다시 함께하면서 느끼는 바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배우이자 친구인가?
"캐릭터 설정이 피아노에서 탱고로 바뀌었다. 얼마나 저걸 재미있고 멋있게 소화해낼까 싶었다. 키도 크고 잘생긴 꽃미남 배우지 않나. 거기에 연기력까지 갖췄으니 누구도 넘볼 수가 없다. 복고스러운 의상에 헤어까지 다하고 등장하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 사석에서도 만나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력,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고, 그게 이 작품에서 보인 것 같다. 그래서 자극도 많이 됐다."
- 이번 '보스' 홍보를 위해 예능 출연도 했는데, '마이턴' 촬영은 어땠나?
"깜짝 놀랐다. 그런 포맷인지 몰랐다. 대본도 촬영 임박해서 나왔는데 대사가 꽤 많았다. 이거 언제 다 외우나 했는데, 정말 정신없이 찍었다. 정신 차려 보니 제가 추성훈 씨에게 로우킥을 맞고 있더라."
![배우 이규형이 영화 '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팩토리]](https://image.inews24.com/v1/080b374cac0dfa.jpg)
- 실제 맞아보니 어떤지 궁금하다.
"진짜 한번 맞아보시라고 하고 싶다.(웃음) 그때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중이었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난간으로 올라가는 장면인데 허벅지에 무리가 왔다. 욱신거렸다. 이종격투기 선수들은 인간 병기다. 어딜 때려야 아픈지 집중적으로 훈련하다 보니 급소를 때리더라. 아픈 것이 3~4일은 가더라. 편집 기술도 대단하다. 너무 재미있게 잘 살리는 것도 엄청나다."
- 쉬는 동안에는 뭘 하고 지내나?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오래 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제일 편하고 한국이 제일 좋다. 길게 배낭여행처럼 전 세계를 돌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요즘 흉흉한 소식도 있어서 전 한국이 좋다. 운동하고 날 좋을 때 자전거 타고 라이딩하고 러닝한다. 평일에 한강 나가서 책 보고 음악 틀어놓고 누워 있는다. 일본, 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1박 2일로 가서 먹고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그만큼 식문화가 많이 발전했다. 저는 '흑백요리사' 보고 도장 깨기 하러 다닌다. 예약 가능한 곳은 한창 먹으러 다녔다. 시즌2가 나온다는데 유명해지기 전에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데뷔 25년차 배우가 됐다. 정말 많은 작품을 했고 다양한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배우가 내 일이라고 생각한 순간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25년 됐다고 하니 거창한 것 같은데 저는 고등학교에서 연극반으로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연기학원에 다녔다. MTM이라는 학원인데 워낙 유명하다. 그러다 '신라의 달밤'에서 아역 시절 인물로 출연했다. 열흘 합숙하면서 고생하며 찍었다. 대학로에서 연기 활동을 했고, 32살에 '나의 독재자'를 했다. '감빵 생활'은 35살에 했다. 그 전에 2년 동안 아무것도 못 했던 때가 있었다. 30대 중요한 시기였는데, 매니지먼트를 잘못 들어가서 2년 동안 오디션조차 못 봤고 공연도 못 했다.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그 시절이 끝난 후, '도깨비'에 출연하게 됐다. 캐스팅 디렉터 분이 잠깐인데 나와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 1월 1일 촬영이었는데 '도깨비' 애청자로서 바로 달려갔다. 그거 찍자마자 '비밀의 숲' 오디션에 합격했고, '감빵생활'도 하게 됐다. 힘든 시기 뒤에 반짝하는 시기가 또 오더라. 배우들은 거절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버티고 멘탈 관리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되게 많은 작품에 배우들이 나오고 있는데 나만 일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 언제 그런 기회가 오나 했는데 오더라. 이를 갈고 있었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응답' 시리즈 보면서도 저 배우들은 어디 있다 나왔나 했는데, 저도 신원호 감독님 작품을 하게 됐다. '보스' VIP 시사 때 오셔서 너무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한양 캐릭터가 사용되는 걸 걱정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재미있고 장르가 코미디라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적절하게 한 것 같다"라는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배우 이규형이 영화 '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스팩토리]](https://image.inews24.com/v1/989e45113c2f45.jpg)
- 올해 남은 계획은 어떻게 되나?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를 준비 중이다. 창작 초연이라 심혈을 기울이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가 대단한 것 같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어워즈 수상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예술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만드는 창작 뮤지컬이 언젠가는 외국에 역수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팬레터'도 10주년 기념 공연을 열고 제가 참여한다. 어느새 10년이 됐다. 중국과 일본에 수출이 되고 그 나라 시상식에서 대상을 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이야기인데 일본 공연을 보러 갔다. 초연했던 배우 입장에서 되게 의미가 깊다. 유명한 연출님인데, 배우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하시더라. 커튼콜 때 한국 초연 배우들이 와 있다고 하면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면서 사과의 말도 해주셨다. 이게 문화의 힘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 외국 관객을 만나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전에 뉴욕 가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하나 보고 와야지 했듯 지금 외국인들이 한국 서울에 와서 뮤지컬을 보고 가야지 한다. 그래서 늘 쉬지 않고 공연을 하려고 한다. 배우로서 라이브 무대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중독된다. 저에게 그보다 강한 도파민은 없는 것 같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고 커튼콜 박수를 받는다. 그걸 끊지 못하겠다."
"다음 달엔 '빨래' 20주년 콘서트를 한다. 저는 하루 나오고 사회를 맡았는데, 이정은, 김희원, 곽선영, 정문성, 박지연 등 그동안 '빨래'를 거쳐 간 수많은 배우가 나온다. 한국 문화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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