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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하얀 차' 스릴러 첫 도전 정려원 "내려놓아도 좋다는 용기"


(인터뷰)배우 정려원,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도경 役 열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정려원이 첫 스릴러 영화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휘몰아치는 감정신에서도 '참 예쁘게 운다'는 평가를 얻기도 한 정려원은 러블리한 매력까지 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정려원은 인터뷰에서도 밝은 성격과 에너지를 뿜어내며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이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 10월 29일 개봉된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이 경찰 현주(이정은)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정려원, 이정은, 김정민, 장진희, 강정우, 이휘종 등이 출연했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BEST INTERNATIONAL FEATURE 수상,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스릴(Thrill) 부문 공식 초청,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정려원) 2관왕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정려원은 불안정한 목격자 도경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새 얼굴로 불안과 혼란에 휩싸인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의뭉스러우면서도 눈만 보면 한없이 빨려들어갈 정도로 몰입도가 크다. "사랑스럽고 연약함,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눈빛이 있다"라는 고혜진 감독의 캐스팅 이유가 100% 이해되는 정려원의 열연이 극을 꽉 채운다. 다음은 정려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14일 만에 촬영을 다 해서 힘들었을 것 같다.

"2022년 겨울에 촬영했는데, 14일밖에 없어서 장점이 있었다. 단막극으로 나가니까 마음껏, 제대로 놀고 개운하게 끝내자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관객이 됐지만, 시청자들이 안 좋아할 텐데 라면서 재고할 시간도 없었다. 회의할 때만 고민하고, 많은 생각하지 않고 요이땅 하는 작업이 좋았다. 많이 추웠지만, 춥지 않았으면 화면 밖으로 스산함이 잘 안 나왔을 것 같다. 감독님이 뼈대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의 분위기가 있다."

- 단막극에서 영화가 됐는데,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영화로 된다고 했을 때 "갑자기?" 싶었다. 편집하다가 CP님들이 영화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부천영화제에 냈다. TV와 영화가 허물어진다는 내용을 테마로 하다 보니까 굉장히 부합이 잘 된 작품으로 소개가 됐다. 그러다 보니 극장 개봉까지 왔는데, 신기했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 감독님과는 '검사내전'으로 인연을 맺었고, 신뢰를 바탕으로 출연을 하게 됐는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무조건 하겠다. 하지만 무조건 글이 좋아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글이 좋으면 쭉 가는데, 그게 아니면 오래 못 보는 경우가 있다. 이 친구가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여자가 산발을 한 채 설원을 뛰어다니는 내용의 건조한 분위기로 찍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저도 아이디어를 듣고 좋다고 했다. 가끔 대본을 보여주면 읽어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딱 제 꺼 같더라. 맞다고 하더라. 고생길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겠다, 촬영 기간이 짧으니 해봄 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은 선배께도 잘 부탁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친한 사람들끼리 뭐하나 해볼까 하면서 만들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으니까, 이것저것 다 해보자는 느낌이 강했다. 만약 영화였으면 다시 한번 생각했을 텐데,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고민이 많지 않은 상태로 강도 높게 나온 것 같다."

- 도경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건 무엇인가?

"놓치지 않은 건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로 살아야 한다는 걸 정당화하지 말자, 환자가 아닌 억눌려온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최대한 치우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래서 힘주거나 하지는 않았나."

- 한 사건을 세 가지의 시선으로 비틀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를 어떻게 조절하려고 했나?

"맨 처음에는 사람들이 의심하는 대로 조현병 환자다. 작가고 상상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조현병 환자라면 이런 사람일 것 같다는 것이 발현됐다.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조현병 환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두 번째는 이 친구의 상상일 수 있으니 과하게 가자였고, 마지막은 엄청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강제로 약도 먹고 조현병도 얻었다. 하지만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살겠다고 말할 때, 속으로 눌러왔던 말이라 항상 바랐던 것을 또렷하게 말한다. 표독스러운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정돈된 상태로 가자, 그렇지만 경계심이 많다는 설정을 해뒀다. 마지막엔 시간이 지나 이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한다. 제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찍고 있어서 탈색은 할 수 없다 보니 메이크업을 추가했다. 그렇게 조율을 해나갔다."

- 맨발로 등장하기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안 벗으려고 노력했다. 대본을 볼 때 신발이 안 보이는 클로즈업 신이면 신발을 신을 수 있어서 최대한 신을 신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만 역을 맡은 강정우 배우가 시체 연기를 하는데 너무 추웠다. 더미도 아니고, 누워 있는 것을 보며 '내가 이러고 있을 군번이 아니네' 싶어서 바로 벗었다. 이런 신나는 현장이 흔하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각성한 상태에서 찍었던 것 같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 고혜진 감독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작품도 오케이 할 정도로 좋았나?

"처음 만났을 때 한마디도 안 했다. 배우들, 감독님 다 만나는 자리에서 음악이 없고 드라이하다 보니 제가 플레이리스트를 연결해서 음악을 틀었다. 아무 말도 없이 영어 가사를 다 따라하더라. 말을 걸어보니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더라. 해외 생활을 해서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사람들 말을 잘 경청하는데 약간의 끼도 있고 취향도 잘 맞았다. 치고 빠지는 걸 잘한다. '검사내전'을 할 때 법이 개정되다 보니 대본의 대사가 바뀌어 올 때가 있다. 그걸 다 외워왔는데 바뀌면 짜증이 난다. 그런데 감독님은 무슨 마법을 부리는건지, 넉살 좋게 말을 걸고 사람 마음이 활짝 열리게 한다. 그걸 보고 다르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모든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연기 다시 가자고 할 때 그 배우에게 귓속말로 디렉션을 주고 간다. 그리고 이 친구의 연기가 좋아진다. 존중할 줄 아는 친구다. 배우를 꺾어서 끌고 가는 감독이 있고, 보더콜리처럼 갈 방향을 주는 친구다. 과하지도 않고 적절해서 너무 도와주고 싶었다. 현장마다 선배님들에게 칭찬 많이 받고 예쁨을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도와준다고 할 선배님이 많을 거다. 인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타고났다."

- 첫 촬영부터 고강도의 감정신이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언니 부르면서 두드리는 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진심이냐고 묻기도 했다. 보통이 아니다. 편의를 봐주지 않고 기강을 잡는구나 싶었다. 확실히 강단이 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리더 자질이 있다. 처음에 그런 힘든 신을 찍고 나니까 큰 뼈대가 생겼고 캐릭터 구축하기도 쉬웠다. 그래서 천재인가 했다. 처음엔 감정신을 숙제처럼 빨리 털고 싶었나 했는데 도움이 되는 걸 보고 일부러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래서 하루는 붙잡고 "진짜 오케이냐" 물었고 "저도 볼 건 본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를 좀 더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친구가 디렉션을 주고 난 후 다른 배우 연기가 좋아지는 걸 보고 잘 보는구나 했다."

- 스릴러 장르는 처음인데 장르적인 재미도 느꼈나?

"처음 레퍼런스를 만드는 건 어려운데, 그게 뭔지 알았을 때 다음을 하는 건 좋다. 이게 될까 했는데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서로를 예뻐해 주는 현장이었다. 이런 현장이 흔치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불사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는 연기할 때 정말 예쁘게 운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가 남들보다 눈물이 많아서 대본 볼 때 눈물이 나면 현장에서도 눈물이 난다. 엄청 좋은 건 상황에 몰입하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안 나면 어쩌지 하는 것보다 눈물이 많아서 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조하고 무서워서 나는 눈물과 '해방이야? 나 이래도 돼?'의 감정은 다르다. '잘 죽었어'는 아니지만 속이 시원한데 사람이니까 '그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그 신이 좀 길었다. 죽음을 확인하고 억눌렀던 상태에서 천천히 나오는 해방감이다. 그때 해가 뜨지 않길 바라면서 찍었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정려원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 이정은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곤 했는데,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나?

"멋진 어른이다. 삶의 태도가 아름다운 찐 어른이다. 제가 나이가 들면 이분의 사고방식으로 나이 들고 싶다. 일상도 멋있다. 요즘 쉴 때 부모님 데이트한 장소를 방문하는 재미로 산다고 하시더라. 이걸 어떻게 이기나. 마음이 참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호기심이 많다. 후배들과도 너무 격 없이 어울릴 줄 안다. 선배님들과도 잘 지낸다. 후배들이 이 선배를 어떻게 대하는지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경주기행'에서 함께 한 이연이라는 배우가 선배를 어려워하지 않고 눈을 마주 보면서 먹는 걸 봤다. 그리고 시사회 대기실 자리가 협소했는데 선배님이 "이 대기실은 평화의 대기실"이라고 하셨다. 모두가 마음 터놓고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정말 멋있다."

- 정려원 배우도 굉장히 살가운 성격인 것 같다.

"살갑다. 저는 하모니를 중시한다. 원동력은 화목한 현장이다. 누군가 한 명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하는 사람이 손가락질을 당하더라. 잘못한 게 아니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렇더라. 그런 것이 없는 하모니를 중시한다. 그래야 일 효율이 올라간다. '어떤 걸 해줄까?'라는 마인드가 되니까 고효율이 된다. 그걸 이 현장에서 목격했다. 이걸 버릴 수 없다. 확실히 달랐다."

- 쉬는 동안엔 뭘 하고 지내나?

"산책한다. 산책은 몸으로 쓰는 일기라고 생각한다. 1시간 반 정도 한다."

-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배우 정려원의 연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자리할 것 같나?

"내려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려놔도 괜찮을 수 있다는 마음을 제게 준 작품이다. 저는 이전까지 제가 안 내려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데 정은 선배님도 저도, 밑에서 찍은 샷이 많더라. 둘이서 콧구멍 샷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 "다해줬다"라고 했다. 그런 지점에서 예전엔 내려놓지 못한 것이 있었구나 싶더라. 제가 은연중에 붙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방감이 있더라. 그래서 내려놔도 좋다는 용기를 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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