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경이롭고 감동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국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물론 처해 있는 위치, 상황에 따라 이입하는 대상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예술을 위해 바쳐온 일생, 그 진심이 너무나 깊게 다가와 코끝이 찡해진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무대와 연기까지, 가부키라는 소재를 뛰어넘어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 '국보'다.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연출작이다.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2018년 발표해 1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타카하타 미츠키, 테라지마 시노부, 모리 나나, 쿠로카와 소야, 와타나베 켄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배우 요시자와 료가 영화 '국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4a845c594dfaa5.jpg)
![배우 요시자와 료가 영화 '국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5032a1d0ea35b7.jpg)
일본의 전통 예능극인 가부키, 그리고 '온나가타'(여성 배역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1964년 나가사키의 한 자택의 야쿠자 신년 연회다. 그 곳에서 가부키 배우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는 두목의 아들인 키쿠오(아역 쿠로카와 소야)의 여인 연기를 보고는 감탄한다. 하지만 반대파의 급습으로 키쿠오는 눈 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한지로에게 맡겨진다.
한지로에겐 적통 후계자인 아들 슌스케(아역 코시야마 케이타츠)가 있다. 처음엔 맞부딪혔던 두 사람은 고된 수련을 함께 하며 '선의의 경쟁자'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키쿠오는 특출난 재능을 뽐낸다. 하지만 가부키는 능력보다 혈통을 더 중시하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키쿠오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
청년이 된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는 치열한 경쟁 속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 국보를 향해 달려나가지만, 둘은 굴곡진 운명 속 잔인하게 엇갈리게 된다.
'국보'는 지난 6월 6일 일본 개봉 이후 158일간 1207만 5396명 관객 동원과 흥행 수익 170억4016만엔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했다. 조만간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같은 흥행은 무려 23년만 새로운 기록이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설 수 있는 가부키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재능과 혈통 사이에서 고뇌하는 두 청년을 통해 온몸을 불사르는 예술혼의 깊은 아름다움을 조명한다. 가질 수 없는 핏줄의 장벽을 딛고, '국보'로 칭송받기까지의 50년 인생을 담담하지만 단단하게, 그리고 참으로 눈부시게 그려냈다.
![배우 요시자와 료가 영화 '국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107f62af9edbb6.jpg)
![배우 요시자와 료가 영화 '국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c489e8fbc58815.jpg)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길다'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한 인간의 일생을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그만큼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 문화와 그 중심부에 있는 인물들을 정교하고 흡입력 있게 담아냈다. 과잉된 감정 하나 없다.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한 색채와 정직한 시선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뜨거운 울림을 선사하며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드는 절대 악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라이벌 관계로 서로를 질투하고 견제하기도 하지만, 편법이나 악행이 오가지 않는다. 그저 연기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서로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동반자가 되어 준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마지막으로 선 무대는 너무나 압도적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무대가 또 있을까 싶어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몰입하게 된다.
결국, 혼자가 되었지만, 그 외로움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풍경을 바라보는 키쿠오. 그리고 마지막까지 혼신의 열연으로 무대를 꽉 채우는 그에게 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쏟아진다. 1년 넘게 실제 가부키 수련에 힘쓴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의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여기에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일본의 전통문화와 이를 지켜나가는 이들의 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이상일 감독의 연출, 눈 뗄 수 없는 색감의 비주얼 등 '국보'가 진정한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이는 곧 '국보'를 국장에서 꼭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11월 19일 개봉. 러닝타임 174분 58초. 15세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