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전도연이 연기 잘하는 건 두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고, 더 말했다가는 입만 아플 뿐이다. 그럼에도 전도연은 여전히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배우로서 조금이라도 틀을 깨기 위해, 또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단조로워지지 않으려 애쓴다. 최근 작품으로 얘기하자면 '길복순'과 '일타스캔들'이 그랬고, '굿뉴스'와 '자백의 대가' 역시 "이래서 전도연"이라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연극 '벚꽃동산'으로 무대까지 휘어잡았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기대를 뛰어넘는 깊은 신뢰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믿보배' 그 자체다.
지난 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감독 이정효)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 분)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 분),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644b07e6191d96.jpg)
전도연과 김고은이 영화 '협녀'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전도연은 드라마 '굿와이프'에 이어 이정효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강력한 남편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며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진 안윤수, 그런 그에게 다가와 자백을 대가로 한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모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얽힌 비밀과 진범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검사 백동훈(박해수 분)까지. 이들을 둘러싼 자백의 거래와 실체를 의심하고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진범을 둘러싼 반전이 마지막까지 펼쳐진다.
전도연은 교도소의 마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위험한 거래 제안을 받게 되는, 남편 살해 용의자 안윤수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열연을 펼친다. 윤수의 간절함과 절박함을 온몸으로 표현해낸 전도연은 명불허전 '연기의 대가'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다음은 전도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처음부터 끝까지 체력적,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촬영이 힘들었나?
"대본을 다 받고 촬영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고생스러울 줄 몰랐다. 당황스럽기는 했다. 물론 작품마다 힘들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보답이 된 것 같다. 체력적으로는 달리는 신이다. 편집이 되어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많은 나를 뛰었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는 신도 추운 날이었다. 더울 때 촬영을 시작해서 추울 때 끝났다. 이번 작품은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b1b3582483145a.jpg)
- 감정적으로 힘든 건 어떤 부분이었나?
"끊임없이 결백을 외치는 여자의 감정이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했다. 결백하다고 외치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서 위험한 거래를 한다. 사람들은 모성애를 강요한다. "딸을 생각해서 나가야죠"라고 한다. 감정적으로 힘들다기보다는 이 인물이 살려고 하는, 대가를 치르려고 하는 목적이 아이 때문만일까. 아이의 엄마라 윤수에게 모성애를 배제할 수 없지만, 전부가 모성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복잡했다. 모성애 때문에 하는 고군분투가 아니라 윤수로서도 고민하고 살고자 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어서 쉽지가 않았다."
-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꼽아준다면?
""제가 죽이지 않았어요"다. 절실하게 들렸다.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절실함과 진실을 알아본 인물이 모은이라고 생각한다."
- 계속 의심을 해야 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윤수의 굉장히 절박한 표정 때문에 범인이 아니면 좋겠다며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표정 연기를 할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모니터를 했을 때 새롭게 발견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친한 지인이 "처음 보는 새로운 감정이나 모습이 표정에 많이 보였다. 좋았다"라고 하셨다. 저도 촬영하면서 그런 절실함이 표정에서 많이 나왔다. 인지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표정으로 많이 나오니까 감독님이 "인상을 많이 쓰는 거 아니냐"라고 하셨다. 얼굴 근육을 가장 많이 썼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 보호 관찰관으로 등장한 이상희 배우와는 밀당을 하는 관계같이 느껴졌는데 연기할 때 어땠나?
"이상희 배우는 너무 좋은 배우다. 이번 작품에선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같이 하고 싶던 배우들이 출연을 해줬다. 그분들과 호흡을 하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그게 장점이었다. 순덕은 윤수를 믿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반면 윤수는 솔직할 수 없고 감춰야 할 것이 많은 인물이다. 그 사이에서 밀당하는 케미가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342eadd610c167.jpg)
- 김선영 배우와 '일타스캔들' 이후 재회했다. 반가워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는데 다시 만나니 어땠나?
"제가 좋아하는 배우다. 김선영 배우가 "언니 때문에 했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김선영 배우가 극에서 연기한 건 80~90%가 애드리브다. 감독님이 김선영 배우와 작업을 많이 해봐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무드와 톤을 만들어달라고 교도소에서의 롤을 주신 것 같다. 김선영 배우가 다 만들었다. 사실 전체리딩에서 처음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김선영 배우가 리딩에 못 왔다. 현장에서 처음 연기 톤을 보고 굉장히 많이 웃으면서 촬영했다."
- 박해수 배우가 간담회에서 멜로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후에 작품을 봐서인지 계속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했는데, 윤수를 연기한 배우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박해수 배우가 가장 힘들어한 건 그 인물의 동기다. 왜? 라는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소통을 했을 텐데 백 검사의 전사가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감과 확신으로 성장한 검사일 거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다. 느낌으로 범인이라는 감을 믿었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기 확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몸부림이 있다. 백 검사는 윤수가 담배 피우는 사진 한 장을 통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여자로서의 관심이자 동기라고 생각한다."
- 실제 전도연 배우는 어떤 엄마인가?
"모성애를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모성애를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아이와 저에게서 벌어지는 성장과 시간을 받아들인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모호하고 힘들다. 이것도 내 기준에서의 생각이다. 좋은 엄마인지 모르겠고, 잘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맡기면서 지켜보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고 어렵다."
- 전도연 배우에게 '자백의 대가'는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저에게는 의미가 많다. 김고은 배우와 10년 만에 만났다.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했지만 얘기를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바람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자백의 대가'를 하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 이정효 감독님과도 한 작품 더 하고 싶었는데 만났다. 큰 의미가 있다."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b1d5015dd8e78a.jpg)
![배우 전도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947fdae279420.jpg)
- 최근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영부인 역할로 재미를 담당했다. 변성현 감독이 제안했을 때 "장난하냐"라고 했다고 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연기했나?
"누군가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건 위험하지 않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희화화된 것이고 재미있는 명분이 있으면 했다. 극적인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변성현 감독님이 제가 한 '벚꽃동산'을 보셨는데, "'벚꽃동산'처럼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즐겁게 촬영했다. 저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봤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이걸 잘 본다면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코미디가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아주 작게나마 저라는 배우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벚꽃동산'처럼 하면 된다는 말이 유효했나?
"그렇지 않았다. 제가 부담을 느끼니까 편하게 해주면 된다는 의미였다. 인물이 너무 달랐다. 그리고 제가 갔을 때는 이미 무드가 만들어져 있어서 저만 그 안에 잠깐 들어가면 됐다. 같이 한 배우들이 영감을 주셨다."
-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전도연 배우는 이미 톱의 자리에 있지 않나.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와 방향이 어떤지 궁금하다.
"'내가 언제까지 선택받을 수 있을까' 보다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생각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먼 일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건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할 수 있을 때 즐기면서 해보자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려고 애쓰려고 한다."
- 스릴러라서 매력이 컸다고 했는데, 특별히 그런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고 또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
"사실 두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에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라도 궁금해서 선택했을 것 같다. 도전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때여야 한다. 저도 작품이 들어오면 주체적으로 선택하지만, 장르나 작품을 나서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전이라기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틀을 넓히기 위해선 제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생각하지 못한 걸 보면 다른 작품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게 '굿뉴스'다. 저는 진지하게 연기하긴 했지만, "코미디가 되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장르적인 변환이 조금씩 보인다면, 한정적이지 않고 변화된 작품이 들어올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현재 마음적으로 끌리는 장르가 있나?
"다음 작품은 이미 정했다.(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에 출연하며, 드라마 '위대한 방옥숙' 주연도 맡는다.) '자백의 대가'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연기하면서부터 저는 멜로라는 장르에 끌렸다. 요즘 멜로 드라마를 보는 것이 힘들고 희귀한 장르가 됐지만, 멜로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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