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이人] '왕사남' 감독 "박지훈 끔찍하게 좋아한 유해진, 분장 받으면서도 눈물"


(인터뷰)장항준 감독,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첫 사극 연출
깊은 인연 유해진부터 '눈빛 천재' 박지훈까지⋯완벽한 캐스팅 라인업
총명하고 강단 있는 단종+기골 장대한 한명회⋯역사의 재발견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솔직하고 유쾌한 성격의 장항준 감독이 휴먼 가득 담은 단종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지금껏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 속 단종을 진득하게 그려내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부터 눈물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유해진을 비롯해 슬프고 처연한 눈빛 속 왕의 기품까지 갖춘 '대세' 박지훈, 보는 것 만으로도 압도되는 유지태, 단아한 매력의 전미도, 반듯하고 의로운 이미지의 이준혁까지, 배우들의 놀라운 열연에도 극찬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복 좋은' 장항준 감독이 있다. 늘 열린 마음으로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행복한 현장을 만드는 그다.

2월 4일 개봉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탁월한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대한민국 영화 누적 관객수 1위 배우인 유해진과 대세 배우 박지훈이 각각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았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박지환, 안재홍 등이 함께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사한다.

비운의 왕으로 알려진 단종(박지훈 분)이 유배지에서 겪은 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왕과 사는 남자'는 새로운 단종과 한명회(유지태 부)를 그려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왕을 마지막까지 보필한 엄흥도(유해진 분)와 매화(전미도 분)의 충직함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 펼쳐진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꼭 봐야할 영화가 탄생했다는 호평 속 '왕과 사는 남자'가 앞으로 그려갈 흥행 역사 역시 기대를 모은다. 다음은 장항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 앞둔 소감은?

"다른 영화할 때 보다 더 긴장된다. 극장가가 안 좋기도 하다. 한국 영화의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중이 어떻게 판단할지 신경이 쓰인다."

- 시사회 반응이 굉장히 좋다.

"너무 다행이다. 시사 끝난 다음에 배우들, 스태프들이 기사와 댓글만 보는데 너무 다행이라며 기분 좋아한다. 딸도 캡처를 해줬다. "웃고 울었다", "시사회에서 봤는데 가족들에게 설날에 다 보여주고 싶다"라는 반응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박지훈 배우의 인기에 대해 "몰랐다", "캐스팅 후 글로벌 스타가 됐다"라는 발언이 기자들 사이 논란의 여지가 좀 있었다. 아이돌 가수로 인기가 상당했는데, 시사회 무대인사에서 박지훈 배우 팬덤 파워를 느낀 것이 있지 않나?

"촬영장에서부터 느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지훈이에게 "네가 신경 쓸 건 연기, 그리고 인스타 팔로우 수다"라고 했다. 계속 보면서 "(팔로워가) 더 올라갔더라. 열심히 해야 더 올라간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정작 본인은 반응이 없다. 제가 얘기하면 "예. 예" 하고는 안 한다. 팬덤이 상당하다. 촬영할 때도 커피차, 간식차를 끊임없이 보내주셨다. 알고리즘으로 지훈이가 애교 부리는 짤이 뜬다. 저는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 일상에서 그런 모습이 없어서, '프듀'2'의 모습이 오히려 낯설다. 저는 배우로 봤기 때문에 지금도 많이 낯설다."

- 처음 봤던 박지훈 배우는 어땠나?

"'약한영웅'을 인상 깊게 봤다. 20대가 할 수 있는 깊이의 연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시즌1을 웨이브로 보고 제안을 했다. 캐스팅한 후에 '약한영웅' 시즌2가 넷플릭스로 갔더라. 엄청난 세계적 팬덤이 생긴 거다. 20대 젊은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수도 별로 없고 언행도 조심스러워한다. 생각도 신중하다. 제가 생각하던 20대 남자 캐릭터는 그렇지 않다. 즉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다. 그런데 박지훈은 실제로 만났을 때 달라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유해진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다. 그런 점에서 박지훈은 편했다."

- 단종이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좀 달랐다. 가련한 소년미가 있지만, 기개가 있고 왕으로서의 기품이 있다. 이런 단종을 연기할 때 어떤 디렉팅을 했나?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려했다. 단종을 나약한 이미지로만 그릴 거면 재생산할 필요가 없다. 사료를 찾아보니 단종은 정치적인 결과에 따른 이미지로 남았더라. 나이가 어리고 쫓겨났고 비극적으로 죽었다. 그래서 나약하고 힘없고 줏대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상황일 뿐이다. 호랑이 새끼가 버려진다고 해서 토끼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단종에 대한 기록을 보니 영특하고 똑똑하고 강단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 세종이 총애하고 아꼈고, 아버지 문종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들도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활쏘기도 능하고, 적통 중의 적통이다. 할아버지도 왕이고 할머니도 중전, 엄마도 중전인 사람은 조선왕조에 거의 없다. 적통이냐 아니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몇 안 되는 정통성이 있다. 그리고 원손, 세손, 세자, 왕까지 제대로 거친 유일한 왕이다. 그런 정통성을 한번에 부정당하고 쫓겨난 이 사람이 나약하기만 하겠나. 훌륭한 성군인 세종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문종도 세자 시절부터 업적도 출중하다. 그런 핏줄을 이어받았으니 강인할 거다. 자신의 처지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인물이었을 거다. 그래서 금성대군이 서신을 보내고 활을 쏠 때 강단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단종이 유배를 올 때 축 처져 있는 건 자신의 처지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을 지지하던 이들의 목이 잘리고 핍박당했다. 아내도 노비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 의지하던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상심이 컸겠나. 그리고 세자일 때는 백성과 가까이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그가 마을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백성을 위한 나라는 어떤지를 깨달으면서 본인도 성장하고 정체성을 찾는다. 아버지를 이어받아 좋은 왕, 성군이 되어야겠다는 신념이 우러나지 않았을까. 그때 금성대군이 복위를 외친다. 나는 준비가 끝났으니 허락만 해달라고 했을 때, 단종의 입장만 봤을 때는 그러지 못했을 거다. 실패하는 순간 죽는 거고, 모른 척하면 살 수 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른 다음에 한양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변화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을 가져오게 된 거다."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이를 맡은 박지훈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말이 필요 없다. 최고다. 20대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 박지훈과 리딩을 많이 했다. 저는 개인 리딩을 선호해서 크랭크인 전부터 박지훈과 방에서 일대일로 리딩했다. 유지태를 불러서도 "둘이 그 신 해봐"라고 하면서 톤을 다 잡았다. 촬영 전부터 의욕적으로 했다. 나이로 제가 선생이고 박지훈이 학생이라고 친다면, 선생님이 말 잘 듣고 잘하는 학생들을 왜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더라. 이러니 선생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싶다. 자세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그래서 유해진도 그렇게 끔찍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유해진이 누군가를 그렇게 끔찍하게 좋아하는 거 처음 본다."

- 엄흥도 역시 실존 인물이지만, 사료에는 짧게 기록이 되어 있다. 상상력이 많이 들어가야 했을 텐데 부담이 있지는 않았나? 어떻게 만들어갔나?

"부담 있다. 복원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인물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우리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적당한 인간미를 가져야 한다. 발을 지면에 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료에 의하면 구름 탄 신선이더라. 그런 인물을 만들 수도 없고 기억될 수도 없다. 단종이 엄흥도에게 영향을 받고 기대지만, 엄흥도 역시 그렇다. 진짜 용기, 어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운 거다. 단종도 엄흥도도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유해진과도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영화적인 흐름 때문에 코믹적인 이미지가 있고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기가 나온다. 그리고 극 속에서 단종에 의해 영향을 받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종의 죽음에 대해서는 설이 많다. 정사인 실록에도 왕 때마다 다 다르다. 예를 들면 같은 언론사가 매해 다른 내용으로 기사를 쓰는 거다. 철저하게 승자이자 가해자의 기록이라 세조 시대는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교수님께 자문을 받으면서 야사와 정사를 상상력을 발휘해 이어 붙였다. 통인이 활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만약 시신을 수습했던 이 사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한 거다. 역사의 빈틈과 공간을 상상력으로 메우는 단계가 있었다."

- 유해진 배우와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유해진 배우의 연기에 백성의 애환이 가득 담겼다. 이번에 같이 작업할 때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

"유해진과는 '라이터를 켜라'로 만나서 친구가 됐다. 유해진은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배우였다. '어디서 봤지?' 할 때다. 그런 유해진과 친구가 되어 아내(김은희)와도 술을 마신다. 큰 배우로 성장하는 걸 봤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상식을 보고, 유해진이 상을 받으면 전화도 해준다. 정 많고 좋은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부부는 늘 응원했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응원하는 사람의 성공을 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에도 성공한 사람은 다 이유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됐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대하는 판단 자체가 예리하고 끝까지 파고 들어간다. 대사를 다 외워도 대본을 손에서 안 놓는다. 감정신이 있으면 말을 못 걸었다. 너무 빠져 있다. 이게 개인에게는 좋은 게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는 계속 그렇게 했다. 갑자기 운다. 분장하면서도 울곤 했다. 낮에 있었던 신 생각하면서 울고, 후시 녹음 할 때도 울고. 그만큼 몰입했다. 유해진은 훌륭한 작품을 많이 한 배우인데, 이 작품도 부끄럽지 않은 대표작 중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유지태 배우가 연기한 한명회 역시 기존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압도하는 힘이 대단했는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한명회를 다르게 하고 싶었다. 예전 작품을 보면 삐딱하고 왜소하다. 희대의 간신으로 쓰였는데 이건 후대에 쓰인 기록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등이 굽고 간계에 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대의 기록은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에서 빛이 나고 무예에 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한 번도 안 해본, 압도적인 무게를 가진 한명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영화에서 거대하게 나오는데, 체중을 늘렸다. 이런 한명회가 있기 때문에 세조는 나올 필요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세조가 나왔으면 몰입이 깨질 거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악이 더 무섭다. 이런 한명회 뒤에 있는 세조가 누구여야 하는지 상상이 안 된다. 만약 세조가 나왔다면 그 배우로 보이지 인물로는 보이지 않아 불필요했다."

- 김은희 작가와는 제작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제가 할까 말까 할 때 최종적으로 물어본다. 이번에도 그랬다. 거의 하는 단계에서 확인받고 싶은 거다. 52대 48이 되어서 하자고 했다. 촬영 끝날 즈음인가 김은희 작가가 "이건 진짜 잘 될 거다"라고 하더라.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잘될 것 같다"라고 하더라. 제 딸도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라고 했다. 아주 거장들 났다.(웃음) 그 정도로 응원해주더라."

- 후반부 엄흥도와 단종의 대화신부터 마지막까지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일텐데, 유해진 배우는 인터뷰를 하면서 이 장면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몰입을 했던 장면일 텐데, 그날의 분위기는 어땠나?

"배우들이 굉장히 몰입한 것이 느껴졌다. 영화 찍을 때 늘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아서, 뭔지 모르게 신났고 아침부터 기분 좋게 촬영하곤 했다. 하지만 그 신을 찍는 날에는 모두가 긴장하고 침묵 속에서 진행이 됐다. 표정이 달랐고 공기도 달랐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안 했다. 유해진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자리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분장하고 있던 선생님에게서 톡이 왔다. "해진 배우님이 울고 계신다"면서 분장차로 와달라고 하더라. 찍기 훨씬 전인데 분장 받으면서 울고 있더라. 저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등을 두드려줬다. 감정에 빠져 있어서 주체가 안 됐다. 조심스러웠다. 박지훈과는 밖에서 잠깐 만났다고 하더라. 박지훈이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면서 인사를 하니까 유해진이 얼굴 보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손으로 저리 가라고 했다더라. 시선을 외면한 거다. 두 사람은 촬영 시작하고 카메라 돌아갈 때야 서로를 마주 본 거다. 대사를 맞춰본 것도 없이 날 것의 감정으로 했다. 저도 한 마디도 못 했다. 유해진이 잠깐만 생각한다고 하더니 구석으로 가더라. 그 감정을 아니까 저도 촬영하는 방안으로 못 들어가겠더라. 그 정도로 완전히 몰입했다. 그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덕을 제대로 봤다."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특별출연한다. [사진=(주)쇼박스]

- 역사의 기록을 영상으로 옮길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포인트를 줬나? 그리고 최종본을 봤을 때의 만족도는 어떤가?

"배우들 모두 눈물을 흘렸고 만족도가 높았다. 역사를 옮길 때 어떻게 뻔하지 않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캐릭터를 바꾸고 재설정을 해야 한다. 단종은 이런 캐릭터여야 했다는 것도 다 포함이 됐다. 금성대군, 매화는 어떤 인물로 남을지, 가장 큰 갈등의 축을 어떻게 할지,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했다. 작가님의 엔딩이 좋았는데, 그 엔딩으로 가기까지 너무 많이 빠져 있다. 만만치 않은 공사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로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빈 공간을 어느 정도로 채울지, 팩트에 의존할 수 있을지 그 설계가 쉽지 않았다. 배우들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지만, 캐스팅하고 나니 그 역할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감독마다 캐스팅은 천차만별이었을 거다. 결과적으로는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원래 제안을 했다가 고사해서 바뀐 캐스팅도 있지 않나. 단종도 다른 감독이 했으면 더 어린 친구가 했을 수도 있고 달랐을 거다. 저는 박지훈의 워너원 시절을 몰라서 캐스팅할 수 있었다. 저는 경연 프로그램을 잘 안 본다. 만약 그걸 봤으면 아이돌 이미지가 있어서 안 했을 거다. 선입견 없이 캐스팅할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캐스팅이다. 좋은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인기 있고 투자가 잘 되는 배우를 캐스팅하려면 엄청나게 좋은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수많은 시나리오 중 1등이 되어야 가능하다. 캐스팅이 연출력의 가장 정점에 있다. 이 배우들을 어떻게 구축해가는지가 감독에게는 큰 숙제다. 배우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건 감독이다. 혹시나 내가 좋은 배우를 데려다 놓고 망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배우들과 크랭크인 전부터 캐릭터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 이준혁 배우를 금성대군으로 캐스팅한 것도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금성대군은 지금까지 대감 같은 이미지였는데, 실제론 젊은 나이였기에 동안인 배우가 필요하다 싶었다. 그리고 왕족의 기품과 깨끗함이 있었으면 했다. 정의의 결정체다. 장원석 대표가 제안했고 흔쾌히 한다고 하더라. 만나보니 사람이 너무 좋더라. 너무 잘됐다고 생각했다. 참 솔직한 사람이다. "저는 사극을 안 해봐서 잘 모른다"라고 말하더라. 배우들은 감독에게 있어 보이려고 얘기하기 마련인데 이준혁은 안 그랬다.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 더 금성대군에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확정된 후 '나의 완벽한 비서'가 떴다. 잘 되려고 그러나 싶었다. 이준혁은 비를 그렇게 맞아도 한 번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잘 해줬다. 너무 감사하다."

- 요즘 영화계가 어려운데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가 크다.

"운 좋게 투자를 받고 캐스팅이 잘 되어 앞에 나서게 됐는데 새해 스타트가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가 상당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쇼박스에서 생각한 것보다 더 잘 되고 있다. '아바타3'를 이기는 순간 피가 끓더라. 사실 한국에서 멜로는 무덤이나 다름없는데, 너무나 좋은 작품을 만들었더라. 그래서 다들 봄이 오나 하는 분위기다.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도 이어받아서 반등했으면 한다."

- 호랑이 CG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시간적인 부분이 문제였다. 호랑이 털을 만들기 위해 한 프레임 다운 받는데 16시간이 걸리더라. 한번 수정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어떤 영화든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만 지적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에 대한, 서사나 연기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 '왕사남' 감독 "박지훈 끔찍하게 좋아한 유해진, 분장 받으면서도 눈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