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지훈을 처음 만난 건 '약한영웅 Class1' 때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오픈 토크, GV 등의 일정을 소화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이자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던 곱디고운 청년으로만 기억됐다. GV 현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고백을 들으며 "역시 아이돌이라 팬이 많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에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1회 10분 만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박지훈이 맡은 연시은의 서사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 배우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박지훈의 연기는 반갑고 신기했다. '고독한 천재' 연시은을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늘리고 등을 굽히며 자세를 만들었다. 걸음걸이와 외형까지 완벽하게 연시은으로 변신한 박지훈은 특유의 깊고 슬픈 눈빛으로 캐릭터의 서사에 힘을 실어 넣었고, 놀라운 몰입도와 연기 열정으로 '약한영웅 Class 1'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발 빠르게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박지훈은 극찬 속 OTT 신인상을 거머쥐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강한 배우'로 평가받았다. 이후에도 박지훈은 영화 '세상 참 예쁜 오드리'로 세상 참 착한 아들로 변신해 깊이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으며, KBS '환상연가'로 판타지 사극에도 도전해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다. 이어 '약한영웅 Class 2'로 더 성장한 연시은의 서사를 완성하며 글로벌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박지훈은 이제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이홍위가 되어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박지훈이 맡은 역할이 바로 단종 이홍위다.
이홍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자가 되고 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 광천골로 유배된다. 충신들은 역모죄로 죽임을 당하고,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었던 이홍위는 촌장 엄흥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점차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더는 아끼는 사람들을 잃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장항준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단종이 되기로 결심한 박지훈은 곧바로 15kg 체중 감량과 국궁 연습 등 단종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두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사과 한쪽만 겨우 먹으며 살을 뺐다는 그다. 나중에는 음식 냄새만 맡아도 힘들었다고. 촬영이 다 끝난 후 개봉을 앞두고서야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한 그는 "아름다움은 고통에 비례한다"라며 이 또한 좋은 결과를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단종은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역사책을 찢고 나왔다는 말이 딱 맞다 싶을 정도로, 박지훈이 아닌 단종이 눈앞에 앉아 있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갈라진 입술 하나까지, "단종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매특허의 슬프고 애틋한 눈빛은 물론이고 이 인물의 아픈 서사와 변화를 탄탄하게 표현해낸 박지훈이다. 그래서 박지훈의 단종, 이홍위는 존재 자체로 강렬하고 위대하다.
나약하지 않은 왕의 기개와 백성을 위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장항준 감독의 의도와 완벽하게 부합되는 단종인 것. 그저 아리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눈빛 속에 다정함을 담고 마을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눈 그이기에 후반 각성과 마지막이 큰 울림과 먹먹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약한영웅'이 이렇게 잘 자라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왕이 되었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박지훈을 향한 찬사와 극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박지훈은 들뜨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 자신만의 중심을 꽉 잡고 담담하게 자신의 할 일을 최선 다해서 할 뿐이다. 이번 '왕사남'까지, 4번의 인터뷰를 했지만 박지훈은 참 한결같다. 자신이 할 수 없는, 확답을 줄 수 없는 일에는 그냥 지나가는 빈말 한번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흥행 공약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도, 혹여 막내인 자신이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할까 봐 머뭇거렸다.
자기 칭찬은 더더욱 못한다. 기자에게서 칭찬의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인다. 물론 배우 스스로 자신의 연기를 칭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할 테지만, 그래도 귀까지 빨개진 채 수줍게 웃기만 하는 박지훈이 재밌기도 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한 번만 얘기해달라"라고 부탁하자 박지훈은 또 부끄러운지 홍조를 살짝 띤 채 "그건 제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결국 박지훈은 어렵게 눈빛을 장점으로 언급하면서도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저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배우 박지훈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2b1c58d0eb1779.jpg)
이런 박지훈이지만 팬들 앞에서는 아이돌력을 과감하게 발휘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 여기에 더해 박지훈은 인터뷰 후 여러 매체에서 영화 소개 멘트와 '내 마음속에 저장'을 요구하자 1초의 고민도 없이 영상 촬영을 승낙했다. 그리고 연습 한번 없이 곧바로 '왕과 사는 남자'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는 애교 섞인 '내 마음속에 저장' 포즈를 취했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 쑥스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귀염뽀짝 애교 만점'의 박지훈만 존재했다.
무대나 팬들 앞에서는 엄청난 끼와 매력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박지훈은 "'내가 해드리면 좋아하겠지? 그러니까 시켜주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걱정도 있다. 저를 안 좋아해 주시면 자존감이 내려갈 거다. 만약 시켜주시는데 "에이, 옛날 같지 않네"라고 하면 한없이 끝으로 내려갈 거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팬분들이 "해줘요" 하시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런 믿음이 있기에 바로바로 나오는 것 같다"라고 팬들이 자신의 믿음이자 자존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지훈은 무대인사를 비롯해 팬들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팬들이 적어온 스케치북을 보고 애교를 보여주기도 하고 극장을 뛰어다니며 사진, 사인 요청에 응해주곤 한다. "그 짧은 순간에 팬들의 스케치북이 다 보이냐"라고 묻자 박지훈은 너무나 당연한 듯 "다 너무 잘 보인다"라며 팬들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다는 팬 사랑을 가득 드러냈다.
아역 시절부터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 내공은 기본이고 작품과 연기를 대하는 진중하고 열정적인 자세와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정, 팬들을 극진하게 아끼는 태도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박지훈이라는 배우가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하고 날아오를지 계속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2월 4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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