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최우식은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인터뷰 동안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넘버원' 인터뷰에서는 예전보다 한층 여유롭고 편안해진 분위기로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며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여전히 기자의 눈을 2초 이상 마주 보지 못하고 내내 허공을 바라보며 답을 하긴 했지만, 꽤 긍정적인 변화가 반가웠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 의심 속에서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해왔던 그는 이제 칭찬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전을 겁내지 말고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 바탕에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믿음이 있다. 특히 절친인 박서준, 박형식 등과 연기 얘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밝힌 그는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라며 긍정 에너지를 전했다. 그리고 어떤 캐릭터보다는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지난 11일 개봉된 '넘버원'(감독 김태용)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배우 최우식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d252426589ff7b.jpg)
'거인'을 함께 한 최우식과 김태용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최우식은 장혜진과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 모자 호흡을 맞췄다.
최우식이 연기한 하민은 어느 날부터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눈앞에 알 수 없는 숫자가 보인다. 이 숫자는 음식을 먹을수록 하나씩 줄어든다. 그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민은 평범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엄마를 지키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숫자로 인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인 엄마의 남은 시간을 알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 속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불안한 청춘의 얼굴부터 날카롭고 서늘한 인상, 풋풋한 설렘 로맨스 등을 자유럽게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최우식은 '넘버원'에서 고등학생부터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의 서사를 유연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내 공감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장혜진과는 가슴 먹먹해지면서도 유쾌함이 가득한 모자 케미를 형성해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다음은 최우식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형의 장례식 이후 집에서 같이 밥 먹는 장면부터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되는 장면이 많았을 것 같은데 연기할 때 어땠나?
"저는 징크스가 있다. 글을 읽으면서 감정 이입이 안 되면 현장에서도 힘들어한다. 글을 읽으면서 몰입이 잘 되고 마음적으로 약한 코드가 엄마와 아들, 가족 사랑 이야기다. 읽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몰입이 잘 된다. 현장에선 어머니가 감정 연기하면서 주시는 걸 받기만 했던 것 같다.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계속 주시는 걸 잘 받아먹었다."
![배우 최우식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b9580b247aeb9c.jpg)
- 장혜진 배우와는 두 번째 모자 호흡이다. 장혜진 배우가 자신의 아들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진짜로 그렇다고 생각하나?
"'기생충' 때도 아들 사진, 영상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실제로도 닮았다. 또 저희 엄마도 혜진 선배님과 목소리 톤이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다. 그래서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만, 상대가 어떤 호흡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촬영장에서 어머니 얼굴만 봐도 어떤 마음, 어떤 호흡을 뱉는지 느껴지니까 편안했다. 저는 감정신에 겁을 많이 먹는 스타일이다.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저에게 잘해주셔서 그나마 잘 표현이 됐던 것 같다."
- 지금까지는 안전한 길을 많이 갔지만, '넘버원'으로 도전을 했다고 했다. 차기작(최우식은 '고래별'에 출연할 예정이다.) 역시 엄청난 도전이 될 작품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나갈 생각인 건가? 어떤 마음가짐인지 궁금하다.
"도전했을 때 성취감이 생기고, 제가 하지 않은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다만 다른 이미지를 하기까지 걱정이나 부담감이 많다. 다른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해보지 않은 것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였던 것 같다. 이런 것, 저런 것 해보고 싶다고는 하지만 진짜 제안이 들어오면 겁부터 낸다. 하지만 해보다 보니 제가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만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더라. 그래서 '넘버원' 이후로 한 번 더 도전해보자는 마음이다. 평이 안 좋으면 동굴로 들어가면 되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도전을 해보는 것 같다. '으샤으쌰' 해보고 있다."
-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대중 호감도도 높은 배우다. 그럼에도 대중 반응에 많이 흔들리는 편인가?
"저는 의심이 많다. 제가 '거인'으로 모든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때도 의심을 계속했다. 타이밍, 운이 맞아서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칭찬하면 '왜 칭찬하지?'라면서 안 믿고 의심하고 휘둘린다. 많이 피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지금은 댓글이나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다"라고 칭찬해주면 "다행이다", "감사하다"라고 하고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덜 생각하려고 한다. '기생충'으로 해외를 돌아다닐 때는 '경관의 피' 촬영할 때였는데, 미국에서 다들 좋아해주셔서 꿈만 같았다. 시차 때문에 비몽사몽인데 디카프리오가 와서 영화 좋다고 해주곤 했다. 대단한 것에 속해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칭찬 10개를 봐도 악플 하나에 깊게 빠지는 것처럼 흔들리게 되더라. 그래서 주변 반응을 되도록 신경 안 쓰려고 하는 것 같다."
![배우 최우식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dcf690d9f7e314.jpg)
- 언급한 것처럼 걱정이 너무 많은 성격인데,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자기 확신도 필요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면 너무 힘든 일일 것 같은데, 지금까지 최우식 배우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나 확신의 힘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제가 데뷔한 지 14~15년 정도 되었는데 연기하는 것에 확신이 없으면 이 일을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자기애가 없을 때 주변에서 건드리면 크게 찔릴 때가 있다.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건 현장에서 많이 푸는 것 같다. 현장에서 오케이가 안 나면 완성품이 안 나온다. 감독님이 연기가 좋다고 하면 거기서 '나 잘했구나' 믿음이 생긴다. 아리송하고 영화를 봤을 때 '왜 저랬지?' 생각하면 제대로 볼 수 없는데, 감독님이 오케이 하는 거니까 결과물이 나왔다고 하면 정리가 된다. 저도 연출의 꿈이 있었다. 좋은 기회로 짧게 연출을 해본 결과 그게 맞더라. 제가 좋아야 오케이를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아예 안 쓴다. 그 마음을 알게 되니까 현장에서 감독님과 소통을 한다. 좋은 장면이라 오케이가 나올 때 제일 확신이 든다."
- 나영석 PD와 다시 예능을 한다. 박서준, 정유미 배우와도 함께하게 됐는데, 이 또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예능을 많이 한 건 아니다. '서진이네'에서의 밝고 방방거리는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제 드라마보다 예능을 더 좋아하신다. 작품에서 가엽고 도망가고 칼에 찔리거나 찌르는 역할을 많이 하니까. 로코도 좋아하시지만, 예능은 재방도 많이 하니 많이 볼 수 있어서 더 좋아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예능은 쉽게는 못할 것 같다. 말주변이 없다. 간담회나 무대인사를 할 때 너무 말을 못 하는데, 예능에서는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하시더라.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됐는데 말실수 할까봐 못하겠다. 그래도 영화, 드라마 중간 시간 날 때 예능을 하는 것 같다."
- 부모님은 작품 중에서 어떤 걸 좋아하시나?
"'우주메리미' 좋아하신다. 끝까지 구구절절 슬픈 것이 없어서 보시면서 많이 좋아해주셨다."
![배우 최우식이 영화 '넘버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4ae685021a3bf8.jpg)
- 박서준 배우가 '경도를 기다리며' 인터뷰 때 최우식, 박형식 배우, 동기들과 연기 얘기를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워낙 친하기도 한 사이인데, 이렇게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우식 배우 역시 그런 마음인지 궁금하다.
"이 일을 하면 만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사람을 만나도 솔직해지지 못한다. 사회에 더 찌들다 보니 보여줘야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그런데 저는 너무 행복하게도 친구들이 많아서 덕을 많이 본다. 연기, 작품 얘기를 누군가와 하기가 힘들고, 다들 바쁘다. 힘들거나 누군가가 필요할 때 심심풀이 땅콩처럼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 "다른 작품에 이런 거 쓰자"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 저는 인복이 있어서 영화, 드라마 찍을 때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만약 저에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으냐고 한다면, 그런 거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현장에서 일하면 결과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래 간다."
- '기생충' 이후 해외 러브콜도 있었나? 워낙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용이할 것 같은데 해외 활동 계획은 없나?
"'기생충' 이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시간 맞추는 것이 어렵더라. 그리고 요즘은 OTT를 통해 다양한 것을 세계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저 또한 해외 작품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해외 에이전트와 얘기 중인 것이 있어서 빨리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 해외 작품은 오디션 영상을 보내야 하는데 영어로 연기하는 것이 확실히 좀 힘들더라. 한국어로 대사 외우는 건 쉬운데 신기하게도 캐릭터가 쓰는 영어 단어는 쉽지 않더라. 얼마 전에도 영어로 준비해야 하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도 난관에 부딪혔다. 영어로 대사 외우는 것도 연습해야겠더라. 전에는 이렇게까지 생각 안 해봤는데, 대사가 조금만 더 많아져도 힘들더라. 제가 발음이 좋은 편이 아니라 자기 개발을 해야 하고 끝이 없더라. 영어를 하면 톤도 바뀐다. 영어는 지금보다 낮아지고 한국어는 높아진다. 영어 톤이 좋다고들 하시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질 않더라. 영어 연기 해보고 싶다. 한국에서 일이 있다 보니 해외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힘들더라. 시간이 맞고 기회가 된다면 많이 도전하고 싶다."
- 배우 최우식의 장점을 꼽아준다면?
"(잠시 생각하다가) 제 장점은 남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인 것 같다. 그리고 제가 가장 표현하고 싶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정성이다.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다'가 있지만, 만약 눈물이 안 나오면 그렇게 한다. 이런 표현을 해달라고 하면 하긴 하지만, "이것도 해보자"라고 딜을 한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 한번, 제가 원하는 것 한번 해보는 거다. 그런 진정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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