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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인터뷰 중 눈물 흘린 유해진 "행복했던 '왕사남', 박지훈이 큰 역할"


(인터뷰)배우 유해진,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 役 열연
"단종의 마지막 나도 충격, 계산 하나도 없이 마음만 가지고 촬영"
"최대한 먹칠하지 않고 훌륭한 분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는 것이 배우 목표, 생명을 주는 과정 재미있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유해진은 참 유쾌하고 정겨운 배우라 그간의 인터뷰 모두 웃음과 활기가 가득했지만, 확실히 '왕과 사는 남자'는 뭔가 많이 달랐다.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더 높았고, 웃기도 참 많이 웃었다. 그러다가 후반 박지훈과의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모두가 당황했는데, 유해진이 인터뷰 중 우는 모습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유해진이 얼마나 '왕과 사는 남자'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특히 유해진은 상대 역인 박지훈 칭찬을 끝없이 전하며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왕과 사는 남자' 현장을 떠올리는 유해진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지난 4일 개봉된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유해진과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안재홍, 이준혁, 박지환 등이 출연했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관록의 배우 유해진과 단종 그 자체가 된 박지훈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서사 속 신들린 열연을 펼쳐 극찬을 얻고 있다. 이에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12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설 연휴 폭발적인 관객 지지를 받으며 개봉 15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유해진은 마을의 풍족한 생활을 꿈꾸는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아 단종 역 박지훈과 남다른 케미를 형성했다. 엄흥도는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마을 살림살이를 챙기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유배 온 양반 덕분에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된 노루골의 이야기를 듣게 된 후, 광천골을 유배지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드디어 한양에서 유배 온 이를 맞이하지만, 기대와 달리 고위 관직이 아닌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이 오면서 모든 계획은 어긋나게 된다.

유해진은 마치 역사 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이 엄흥도와 혼연일체 된 연기로 시선을 압도한다. 코믹은 기본이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유해진과 박지훈의 명연기 덕분에 눈물을 펑펑 쏟게 되고 다시 한번 역사를 돌아보게 되는 '왕과 사는 남자'다. 다음은 유해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야기의 끝을 알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 때 더 슬프게 다가오는 것도 있었다.

"저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장면부터 끝까지 많이 슬펐다. 정진영 형도 그런 얘기를 했다. 결말을 하니까 신나게 웃지를 못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 많은 설 중 하나에 착안해서 결말을 만들긴 했다고 하지만, 그런 방식의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어땠나?

"저도 충격이었다. 계산할 수 없었던 연기였다. 줄을 당겼을 때 진동이나 움직임이 있을 건데 감히 예측을 못 하겠더라. 그 마음만 가지고 찍었다. 절하고 "강을 건너셔야죠"라고 하는데 계산이 하나도 없었다. 대본을 처음 받아볼 때부터 '어떻게 하지?'라는 큰 숙제였다. 한다고는 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나 싶더라. 그래서 이 마음만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었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촬영은 순차적이었나?

"이 장면은 거의 마지막이었다. 원래는 좀 더 앞에 있었는데 끝에 넣어달라고 좀 세게 얘기했다."

- 대사도 엄청 많아서 힘들기도 했을 것 같다.

"진짜 엄청 많더라. 보면서도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 대본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고 했고, 장항준 감독은 유해진 배우를 생각하며 썼다고도 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나?

"있다. 이홍위가 호랑이에게 활을 쏴서 사람들을 구하는데, 그 얘기를 하면서 호랑이 흉내를 낸다. 그때 이홍위가 활을 쐈다며 혼자 모션을 취해가며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를 놓고 썼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달라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배우들이 장항준 감독과 일대일 리딩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저는 리딩을 안 했다. 리딩은 큰 도움이 되는 과정 중 하나다. 연극에서도 리딩을 계속 한다. 그게 입에 익숙해지면 블로킹하는데, 영화는 사실 한 두 번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 지훈이 같은 경우엔 감독님과 개별적으로 많이 했다. 저는 리허설 혹은 평소에 주고받는 거로 리딩을 했다."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엄흥도가 실존 인물이지만 우리에겐 잘 알려진 것이 없는 인물이다 보니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존 인물이라 조심스러운 것이 있었다. 어린 단종이 가는 길에 같이 있어 줬고 마지막에 시체를 수습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했을 때 자신이 받을 처벌도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그랬던 분이 영화로 그려진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분이 대중에게 알려진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픽션이긴 하지만, 죽음 이전의 과정을 그린 것도 좋았다. 그분과 단종의 관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무게만 있으면 안 되고, 대중에게 잘 스며들게 그려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최대한 먹칠하지 않으면서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보여드리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과정을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고증에 있어서 장항준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던 부분이 있다면?

"의견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없었다. 장항준 감독이 제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믿어줬다. 매번 찍을 때 얘기를 나누고, 큰 신 같은 경우엔 계속 상의했다. 반영될 부분이 있다고 하면 며칠 여유를 두고 수정했다. 그래서 크게 트러블이 없었다. 수정도 너무 잘 됐다. 큰 감정이어야 할 때는 저를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고, 정 아니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온다. 제 감정이 깨지지 않게 배려를 많이 해줬다."

- '왕의 남자'부터 '올빼미'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까지 다양한 사극을 해왔는데, 이번 작품이 남달랐던 점이 있다면?

"정말 행복한 작품이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유쾌해서 그런지 현장도 좋았고, 지훈이랑도 너무 좋았다. 큰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찍어서 그런지 행복했던 것 같다. 만약 잘 안 되더라도 좋은 작품으로 남을 거라 생각했다."

- 영월이라는 장소가 주는 힘도 있었을 것 같다.

"영월 쪽은 전혀 몰랐다. 이준익 감독님이 '라디오 스타' 하면서 좋다고 하셨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좋았다. 우리끼리 쉬는 날은 강가에 가서 돌아다니고 술 마시고 행복했다. 올갱이국도 맛있었다. 진짜 맛있는 집도 있다.(상호를 가르쳐 주면서 "가보면 딱 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은데, 박지훈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상대 역이니까."

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장항준 감독과 진짜 오랜만에 같이 작업한 건데 달라진 점도 있었나?

"에너지가 빠졌다.(웃음) 변했으면 좋겠는데 안 변한다. 진짜 그대로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가벼워서 그렇지 변함없다."

- 촬영 현장에서 절대 앉아 있거나 가만히 있지 않고 늘 걸어 다니며 고민을 한다고 들었다.

"맞다. 걸으면서 대사를 되뇔 때 집중이 가장 많이 된다. 필름에 담기 전 마지막이기 때문에 뭘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다."

-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나?

"얘기 속에만 잘 빠져있어도 다른 연기를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지는 않을거다. 그냥 유해진다. 저는 그 얘기 속에 녹아있는 것이 배우로서 최고의 목표다."

- 극 초반에 화살에 침을 바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캐릭터에 디테일을 살려준다. 그런 장면이 모여서 캐릭터의 힘이 되는 건데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건가?

"그 사람의 버릇, 습관 같은 것을 하나 만들었으면 한 거다. 그 사람이 오랫동안 활을 쏘면서 침을 바르는 습관 같은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시그니처를 만든다. 생각나면 써놓는다. 배우들은 자기만의 방법이 있는데, 저도 오래 하다 보니 저만 작성한 것이 있다. 대사 속에 없는데 실제로 쓰는 말이 있다. 그런 것을 찾아내 생명을 주는 거다. 그게 재미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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