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초 남은 시간이었다.'
21일 태권도 남자 68kg급 결승전이 열린 베이징 과학기술대체육관. 3회전이 거의 끝나가고 주심은 경기종료 선언을 알리는 손을 막 올리려던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태권소년' 손태진(20, 삼성에스원)의 오른발 앞차기가 마크 로페즈(26, 미국)의 몸통을 타격하자, 손태진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지며 감격의 환호성을 올렸다.
그렇다. '금메달'은 미국의 로페즈 가문이 아닌 종주국 대한민국의 것이었다.
손태진은 피말리는 접전이 계속됐음에도, 부상을 딛고 힘겹게 결승전까지 치렀음에도, 전광석화와 같은 오른발 앞차기는 번개보다 빨랐으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한국의 10번째 금메달을 알리는, 단 2초를 남겨놓고 작렬한 소중한 '금빛 발차기'였다.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차지하며,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 태권도의 저변이 확대되고 선수층이 두터워지면서 전체적으로 각국 전력이 상향 평준화 된 것. 그동안 국내 대표선발전만 넘기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고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로페즈 가문'은 현재 최고의 상승세를 타며 미국 태권도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강호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 코치인 맏형 진 로페즈(34)를 비롯, 둘째 스티븐 로페즈(30), 셋째 마크 로페즈(26) 그리고 막내 다이애나 로페즈(25)까지, 남매 모두 코치 및 선수 자격으로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했다.
손태진과 결승전서 격돌했던 마크 로페즈는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서 열린 제17회 세계선수권대회를 1위로 접수하며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송명섭마저 꺾은 강자였다.
반면, 손태진은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2005년 세계선수권 우승, 그리고 2007 세계선수권 2위에 빛나는 마크 로페스가 이 체급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손태진은 자신있었다. 가장 최근에 열린 맨체스터 세계예선대회서 이미 마크 로페즈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해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손태진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또 다시 마크 로페즈를 꺾음으로써 '로페즈 가문' 위에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이 있음을 전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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