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스카우트 봉중근에 대한 회한..."나는 베이브 루스를 잡았었다"


"나는 베이브 루스를 잡았었다."

30일 미국의 한 지역 일간지 신문에 봉중근(LG 트윈스)에 대한 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자부심과 회한이 섞인 칼럼이 소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칼럼이 실린 신문은 미주리주 '콜럼비아 트리뷴'. 칼럼은 쓴 사람은 빌 클라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스카우트로 일하며 93년에는 박찬호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가 실패한 뒤 97년 봉중근을 잡는데 성공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과 쿠바를 누르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소식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칼럼을 시작한다. 그리고 미국전 투수가 바로 자신이 스카우트한 '베이브 루스' 였다며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다.

그가 봉중근을 발견한 것은 97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그 대회에서 봉중근은 시속 153km(90마일 중반대)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에 엄청난 파워를 지닌 타자로 클라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클라크는 "봉중근이 그 대회에서 타격 3관왕을 차지했고 대회 MVP로 뽑혔으며 그해 국제야구연맹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기억했다. 그는 특히 현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 중인 릭 엔킬이 그 대회에서 활약했지만 더욱 압도적인 기량을 보인 건 봉중근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애틀랜타 스카우트 책임자 폴 스나이더와 한국을 방문, 클라크는 LA 다저스와 치열한 경합 끝에 봉중근과 계약금 120만달러에 사인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가 같은 조건을 제시한 다저스를 제치고 봉중근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한 문장의 말이었다. 다저스로 입단할 경우 박찬호에 이은 영원한 두 번째 한국인이지만 애틀랜타에 입단하면 영원한 첫 번째 한국인이 된다는 설득이었다.

그러나 아뿔싸. 클라크는 곧 실망했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봉중근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대신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클라크는 "이 친구는 새로운 베이브 루스야. 스테로이드 없이 홈런 60개를 칠 수 있다고"라고 스나이더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에 스카우트 책임자인 스나이더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클라크에게 말했다.

"베이브 루스도 홈런왕이 되기 전엔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였다고."

클라크는 "보스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보스는 어쨌든 보스였다"며 자신이 더 이상 봉중근의 투수 생활에 간섭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결국 클라크가 뽑은 '베이브 루스' 봉중근은 2002년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어깨 부상을 당하고 2003년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됐다가 2006년 트리플A로 강등된 뒤 한국으로 복귀했다.

클라크의 회한은 계속된다.

"나는 영원히 내가 베이브 루스를 잡았다고 믿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스탠 뮤지얼을 잡았다고 믿을 것이다. 어깨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해 슈퍼스타가 된 스탠 뮤지얼 말이다. 나는 영원히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을 깨뜨릴 주인공과 계약했다고 믿을 것이다. 빅리그 스카우트 경력 36년 동안 나는 그런 재능을 가진 선수를 본 적이 없었다."

봉중근이 타자로 성장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클라크는 칼럼 말미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내가 (강타자가 필요한) 캔자스시티 로열스 단장이라면 봉중근에게 올가을 애리조나 교육리그행 비행기표를 보내겠다. 그리고 방망이 한 꾸러미를 봉중근에게 주고 97년 클라크에게 보여준 것을 내게 다시 증명해보라고 말하겠다."

클라크는 서울에서 애리조나 피닉스까지의 편도 비행기표 값은 돌아올 보상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게 아니라며 칼럼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편 봉중근 처럼 투타의 재능을 갖고 투수로 활약하다 실패한 릭 엔킬은 봉중근이 어깨 수술을 받은 2005년 마침내 타자로의 전향을 시작했다.

봉중근도 타자 전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같은 질문은 받은 당시 봉중근의 에이전트는 "글쎄요. 너무 늦지 않았나요"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얼마 후 미국을 떠나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투수로 말이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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