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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팜 시스템의 정체, 그 원동력은?


김경문 감독의 2군 중용, 코칭스태프의 열의 주목돼

이상하게도 두산은 '깜짝 스타'를 잘 발굴해내는 팀이다. 과거는 차치하고 현역 멤버들만 봐도 손시헌, 이재우, 정재훈,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김현수, 오재원 등 전력의 핵심인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속칭 '용'된 케이스다.

특히 손시헌, 이재우, 이종욱, 김현수 등은 신고선수 출신이고, 고영민과 민병헌, 오재원도 입단할 때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두산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데는 발군이 아닐 수 없다.

야구팬들은 이를 두고 유망주 육성제도인 팜시스템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실제로 이러한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틀린 사실은 아니다. 그렇다면 두산 팜시스템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두산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다들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구단도 똑같이 2군을 육성하고 신인들을 스카우트하는데 두산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일단, 김경문 감독의 신인급 중용 스타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김 감독은 엷은 선수층을 보완하기 위해 2군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선수단을 운영해왔다. 신인들의 경우도 시기가 되면 반드시 잠실로 불러올려 검증 과정을 거친다. 결과에 따라 잠실에서 머무느냐, 다시 이천으로 내려가느냐 명암이 엇갈리지만 일단 실전 시험을 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2군 및 신인 선수들은 지루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

2군 선수들의 과감한 기용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에 대한 믿음도 두산의 장점이다. 김 감독은 2군 선수들을 기용할 때 2군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이천발 보고서를 꼼꼼이 읽어보고, 코칭스태프에게 "올릴만 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후 OK 사인이 나면 바로 불러올린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2군 코칭스태프의 의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의욕적으로 달려드는 2군 코치들의 노력이 선수들의 의지와 융화되면서 실제 아기곰들의 기량 향상으로 이어지니, 두산의 팜 시스템이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것이다.

한영준 코치는 2군 선수들을 조련하면서 이런 말을 던졌다. 이것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예전 나 때만 하더라도 기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연봉이 얼마든 모두 구단에서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아닌가, 모두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선수들에게 '넌 안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천에서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바로 옆 동료가, 윗 선배가 노력의 댓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지켜본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낼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팜'을 맴돌게 된다. 특히 김 감독은 '정도(正道)'를 걷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터라 이런 의욕적인 분위기와 개인의 성실함이 합쳐지면서 필연적으로 선수들이 성장하는 셈이다.

이러한 면을 두산 측에서는 '팀 색깔'이자 '전통'이라고 부른다. 한 번 세워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특급 신인이 아닌 새내기들은 대체로 두산에 지명된 것을 만족해 하고, 입단한 뒤에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된다. 이후 위의 과정을 거치면서 두산 팜 시스템은 좋은 성적표를 거머쥐는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단 조직에서 어느 한 곳이라도 구멍이 생기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가 없다. 야구팬들은 '미라클 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무리 '기적'이라고 해도 공짜로 생기는 게 아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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