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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간 숨가빴던 '장자연 사건'…경찰, 결국 '빈손'


연예계의 판도라 상자는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故 장자연 사건의 경찰 수사가 사건의 본질인 성상납 의혹 여부는 확인하지도 못한채 일단락 됐다.

사건 본질 보다는 이번 사건을 제보했던 고인의 전 매니저 유장호(30.현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씨 등 9명을 입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인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를 체포할 때까지 9명 가운데 5명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조차 못하고 참고인 중지된 상태다. 경찰은 김씨의 소재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40여 일 동안 41명의 베타랑 수사관을 투입하고도 고작 감독 1명과 금융인 1명 등 2명의 강요죄 공범 혐의를 밝히는 데 그친 셈이다.

자살동기 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뒷북 수사'와 '눈치보기 수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성역 없는 경찰 수사?

경찰은 이번 사건이 온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지난달 20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주축으로 41명의 대규모 수사전담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혀왔다.

경찰은 하지만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김씨에 대해서는 소극 수사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문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즉 이번 사건의 제보자 격인 유씨를 4차례나 소환조사한 뒤 불구속 입건했다.

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인터넷에 유포돼 특정 인사들의 명예가 실추된다며 사이버수사에도 총력을 기울이면서 수사력을 낭비했다. 결국 김씨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고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 될때까지도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사건은 본질 보다는 명예훼손 공방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는 결과만 낳았다.

경찰은 60여명의 참고인 조사와 13만여건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술접대 업소 7곳의 1년치 매출전표 조사,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의 개인, 법인카드 8장의 1년치 사용내역 조사 등 광범위한 주변 조사를 하면서 기대를 갖게 했지만 끝내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조차 확보 못했다.

경찰은 혐의자 9명을 입건 했지만 김씨의 소환, 즉 알맹이 없는 수사 덕분에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현재로써는 불가능한 상태다.

◆변죽만 울린 언론인 수사

이번 사건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유력 언론사 대표의 연루 여부였다.

경찰이 강요죄 공범 혐의로 수사대상으로 삼은 9명 중 언론사 대표는 3명이었다.

언론사 대표에 대한 경찰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국회에서 먼저 문제제기가 됐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유력 언론사 대표라고 조선일보의 임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성역 없는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즉각 반발했고, 이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입지가 좁아지자 지난 3일 수사브리핑을 통해 "문건에 나온 인물과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혐의가 무엇인지 다 밝히고 유족과 협의해 문건도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반나절만에 번복해 빈축을 샀다.

말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스스로 키운 셈이 됐다.

경찰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도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며 이름을 이니셜 처리하며 직위는 빼고 직종만을 밝혔고, 수사대상자 20명 중 언론인은 대부분 무혐의 처리했다.

◆abc 모르는 경찰? vs 사건 덮은 경찰?

이번 故 장자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자세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경찰은 지난달 7일 오후 고인이 숨진채 발견된 뒤 타살 혐의점이 없고,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점 등으로 미뤄 다음날 곧바로 단순 자살 사건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인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주변인들로부터 자살 동기를 명확히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부검조차 이뤄지지 않아 고인이 숨지게 된 직접 사인조차 명확치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자살 사건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하기에 앞서 고인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처음 세상에 알린 유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대로 사건을 종결하고 유씨의 참고인 조사를 마친 3일 뒤인 16일쯤 검찰에 송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유씨의 참고인 조사가 있던 날 오후 고인이 남긴 문서가 방송에 보도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경찰은 14일부터 본격수사에 돌입했다.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은 당초 단순 자살 사건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자살을 전제로 사건을 이어 나갔다.

경찰이 수사브리핑을 통해 밝힌 정확하지 않은 고인의 자살 동기는 유족과 주변인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경찰은 고인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과 문서의 사전 유출, 드라마의 갑작스런 하차 등 세가지 자살사유를 들었다.

경찰의 발표뒤 유족은 전혀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항의했고, 경찰은 즉각 수정했다. 또 드라마의 갑작스런 하차와 관련해 고인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꽃보다 남자' 제작사측은 고인의 출연분은 캐스팅 때 이미 드라마 중반부까지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혀왔다.

경찰이 자살 동기라고 밝힌 세가지 사유 가운데 두가지는 최소한 불분명한데도 경찰은 자살사건으로만 치부한 것이다.

이 외에도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씨에 대해서는 뒷북수사로만 일관했다. 가장 먼저 신병확보를 하고 조사해야 할 인물이었지만 소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의 소재조차 파악 하지 못하다가 결국 잠적한 채로 강 건너 불 구경한 셈이 됐다.

경찰이 김씨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각종 언론은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현지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등 경찰보다 오히려 앞서 갔다. 경찰은 김씨가 연락이 안된다고만 하소연 할 뿐 그의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언론 보도가 난 뒤에나 절차를 확인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연예계 성상납 비리, 언제 밝혀지나

김씨는 앞서 2002년 기획사 대표와 PD 등 20여명을 구속한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내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홍콩으로 도피해 있다가 사건이 흐지부지 되면서 귀국했다.

김씨가 다시 연예기획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당시 사건이 재연됐다. 이번에는 안타까운 신인 여배우의 목숨을 담보로 했지만 이 마저도 흐지부지 됐다.

2002년 당시 수사 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압이 많았지만 수사 강도를 줄이지 않자 인사발령이 났다. 성상납을 비롯한 추가 수사도 중단됐다"고 토로한바 있다.

경찰의 이같은 수사에 비난여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중간수사결과발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미 짜여진 각본 아니었나', '언제쯤이면 경-검이 눈치안보고 제대로 수사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40여 일동안 민생 치안 포기하면서 고작 이런 결과를 냈느냐' 등 항의성 글을 쏟아내고 있다.

<故 장자연 사건일지>

▲3월 7일 장자연 경기 분당 이매동 자택서 숨진채 발견

▲3월 9일 장자연 발인. 경찰, 단순 자살로 잠정 결론

▲3월 10일 장자연 전 매니저 유장호, 언론사 2곳 3명 기자 접촉 '장자연 문서' 일부 공개

▲3월 12일 유장호, 유족에게 문서 원본 열람 및 소각

▲3월 13일 유장호, 첫번째 경찰 조사. KBS, '장자연 문서' 입수 보도

▲3월 16일 경찰, 국과수에 문서 필적 감정 의뢰

▲3월 17일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 고인의 친필 확인. 소속사 김 대표 집 압수수색. 유족, 사자 명예훼손 혐의와 강요 등 혐의로 유씨 등 7명 고소

▲3월 20일 경찰, 수사전담팀 27명에서 41명으로 증원 및 수사전담 본부로 승격. 유장호 출국 금지 조치

▲3월 22일 경찰, 장자연 옛 소속사 사무실 압수수색

▲3월 25일 유장호 피고소인 신분 경찰 조사

▲3월 28일 경찰, 장자연 술접대 강요받은 유흥업소 조사

▲3월 30일 경찰, 김 대표 신용카드 사용내역 확보. 강남 업소 매출 전표와 대조

▲4월 3일 김 대표 강요 등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

▲4월 4일 경찰, 수사 대상자 1명 출국 금지

▲4월 6일 경찰, 수사대상자 9명 중 6명 1차 진술 확보. 민주당 이종걸 의원 문서 등장 언론인 실명 거론

▲4월 7~8일 경찰, 유장호 재소환 조사

▲4월 9일 경찰, 유장호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

▲4월 13일 법무부, 김 모 대표 범죄인 인도요청 공문 일본 접수

조이뉴스24 이승호기자 jayoo2000@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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