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년 특별인터뷰]지소연 ① 세상의 편견을 찬사로 돌려놓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통해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견디는 과정에 경외감을 표시했다. 무엇인가 완벽한 존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만큼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어 저절로 찬미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2010년의 한국 여자 축구가 딱 그렇다. 두 차례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졌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보여준 놀라운 기량에 극찬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한 송이 국화꽃도 탄생했다.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에 3위를 안겨다준 '지메시' 지소연(19, 한양여대)이 그 주인공이다.

지소연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가 아니다. 조이뉴스24가 지난 6년 동안, 이 땅에 첫 발을 딛고 각종 편견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국내 최고의 인터넷 스포츠 미디어로 자리잡은 것처럼 지소연도 '여자가 왜 축구를 하느냐'는 편견을 타파하기까지 12년의 세월을 인내했다.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0 피스퀸컵 개막을 며칠 앞두고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만난 지소연은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대표팀의 막내로 갖는 부담감과 피스퀸컵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묻어나왔다.

그래도 기자를 보며 쌩긋 웃는 등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해 지루할 법도 했지만 여자 축구의 홍보대사격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는지 그의 입에서는 느릿하지만 진지한 답변들이 쏟아졌다.

신기루처럼 갑자기 생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싫지는 않다는 지소연은 "이제는 여자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어요. 아직도 신기하지만 3위를 하고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많은 취재진을 보고 놀랐었거든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얼굴이 알려지면서 받은 혜택도 너무나 많다. 팬들의 사인 요청도 빗발치고 식사도 공짜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요금을 받지 않는 등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 모든 게 고생 끝의 낙이라는 말처럼 되는 것 같아 손사래를 치면서도 즐겁다는 것이 지소연의 생각이다.

지소연이 축구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8년, 서울 이문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여자 축구부가 없었던 관계로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으며 악바리 근성을 키웠고 그것이 오늘의 지소연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여자라고 봐주고 그랬다가는 지소연이 오히려 호통을 칠 정도로 '대우'받기를 원치 않았다.

오히려 남자들과의 경쟁을 즐겼다. 거꾸로 생각하면 달리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지소연은 "남자 애들하고 축구를 하니 움직임도 커지고 스피드도 좋아지더라고요. 그 상태로 여자축구를 하니 느슨하고 괜찮더라고요"라며 겉으로 보이는 벽에 좌절하지 않고 넘을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지소연은 "묵묵히 연습하고 인내하면서 날아오르기를 기다렸어요. 더 높이 날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괜찮았어요"라며 '무관심'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웃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은 축구화에 대한 소중함으로 이어졌다.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등의 이유로 등하교시에도 축구화를 신고 다녔던 지소연은 "한 켤레에 20만원이나 했는데 집에서도 고민 많이 했어요. 너무나 빨리 낡아졌으니 그만큼 새로 사야 하는 주기도 빨리 돌아오는데..."라며 말끈을 흐렸다.

월드컵을 계기로 지소연은 어머니, 남동생과 같이 정부 지원의 전세 임대방에서 생활하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 알려졌다. 축구화 한 켤레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이상 가정 형편이 언급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지소연은 딱 한 가지, 어려워도 검소해야 한다는 신념이 흔들림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때문에 각종 대회에서 받아온 상금은 모두 어머니가 관리한다. 지소연은 "동생이 어느 날 어머니와 저 몰래 30만원 가까이 되는 PMP를 샀더라고요. 그것도 6개월이나 숨기고 있다가 저한테 들켰어요. 바로 뭐라고 그랬죠"라며 어린 나이에도 어른스러움을 발휘해야 했던 안타까운 기억을 소개하기도 했다.

월드컵의 성과로 각종 지원이 잇따라 그렇게 갖고 싶던 노트북이 두 대나 생겼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낮은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지소연이 일찍 터득한 삶의 방법이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파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