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년 특별인터뷰]허정무 감독 ①CEO형 감독 된 '진돗개'의 '유쾌한 도전2'


대한축구협회가 편찬한 한국 축구 100년사를 비롯해 관련 서적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인물에 대해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대략 '근성으로 뭉친 그는 한 번 볼을 잡으면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식이다.

자신에 대한 이런 서술에 당사자는 "남들보다 늦게 축구를 시작했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운동장에서는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진도야 진도야!'에서 CEO형 감독까지 달려온 허정무

노력이 몸에 밴 그에게 스승인 고 함흥철 대표팀 감독은 '진돗개'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의 고향이 전라남도 진도인 것에 착안해 '진도야 진도야!'라고 부르다 보니 생긴 별명이다. 잘하면 '진돗개' 못하면 '똥개'라는 함 감독의 가볍지만 깊이 있는 말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돗개' 허정무(55)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매번 자신 또는 라이벌을 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뒤 푹 쉴 줄 알았던 허정무 감독은 K리그 시민구단 인천행에 탑승했다. 수도권의 명문으로 자리잡은 수원 삼성, 성남 일화, FC서울과 대등한 구단으로 인천을 만들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구상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허정무 감독을 한국 최초의 인터넷 스포츠 미디어인 조이뉴스24가 지난 10월 14일 K리그 26라운드를 앞두고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허 감독이 9월 4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를 통해 K리그에 복귀한 지 약 40여 일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인터뷰 내내 허정무 감독의 핸드폰은 바쁘게 울렸다. 일찌감치 내년도 구상에 들어가면서 선수단 개편이 시급했고 관계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에는 선수들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CEO(최고경영자)형' 감독을 추구하기 때문에 할 일은 차고 넘쳤다.

'유쾌한 도전2'의 기치를 내걸고 인천에 첫 발을 디딘 순간 허 감독은 판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2004년 야심차게 새로운 시민구단이 되겠다며 K리그에 뛰어든 인천이지만 자생력이 너무나 떨어져 놀랐기 때문이다. 최초의 코스닥 상장 등 여러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모두가 허울 뿐인 타이틀이라는 것이다.

허 감독은 "감독이라고 해도 경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구단 경영에도 감독이 동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천에는 안종복 사장이 수완을 발휘해 구단을 충분히 이끌었지만 좀 더 혁신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허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자신을 잘 아는 최승열 부단장을 영입해 안종복 사장과 투톱 체제로 구단 일을 돌보며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인천의 성공은 타 시민구단에 가능성 제시하는 것

대기업 산하의 구단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는 허 감독은 시민구단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맹추격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마케팅을 통한 수익창출이 구단 재정의 건전성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재정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시민구단들이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위험해진다"라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뒤 "창단 때야 여기저기서 도와주니 괜찮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자본이 잠식되면 운영이 쉽지 않게 된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스폰서와 서로 협력하고 도와가면서 자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스폰서의 지원은 필요하지만 별개의 문제라는 게 허 감독의 판단이다. 모든 구단이 이상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입장료 수익이 절반을 넘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중 입장료 수익이 턱없이 모자라다. 현재 문학월드컵경기장만 해도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멀다. 관중을 불편하게 하는 경기장에서 누가 관람을 하겠느냐"라고 아쉬워했다.

때문에 2012년부터 사용할 숭의 축구전용구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숭의전용구장은 허 감독이 인천행을 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설계부터 상업시설이 들어서도록 해 다양한 수익사업이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경기장 운영권은 자치단체에 있다. 구단이 각종 수익사업을 할 수 없고 비싼 임대료만 지불하고 있다.

자치단체로서야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절대로 놓을 수 없는 젖과 꿀이 흐르는 곳과 같다. A보드 설치 비용은 물론 선수들의 사진을 출력한 현수막 설치, 심지어 청소료, 전기료, 관중 비율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구장을 임대해 쓰는 구단이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관중이 많이 온다고 인센티브를 더 내놓으라는 일부 자치단체 때문에 관중수를 축소 발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허 감독은 "인천시의 협조를 받으며 노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인천이 성공하게 될 경우 다른 시민구단들도 따라오게 되어있다"라며 자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숭의전용구장은 구도심에 건립되고 있지만 주안, 동인천 등 번화가가 배후에 있는데다 경기가 열리면 경인선 도원역과 지하로 연결되는 만큼 인천의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 허 감독의 판단이다.

허 감독은 "시민구단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고 성공가능성도 있다고 확신했다"라며 "구단도 충분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라며 다소 영세한 구단의 마케팅 부문의 확대 개편도 시사했다.

의욕이 넘친 허 감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두려운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며 인천에서의 도전이 반드시 성공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피땀을 쏟겠다고 전했다. 허정무 감독의 인생 최고의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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