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년]전자음은 그만…가슴 울리는 '진짜 음악'이 온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의 가요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뀌어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아이돌들에 이르러 완전히 꽃을 피웠다.

아이돌들은 전자음으로 가득한 중독적인 후크송과 화려한 군무를 무기로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를 이끌며 음악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그러나 아이돌과 전자음 일색이던 음악계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획일화된 전자 음악에서 화려한 장식을 뺀 듣는 음악, 감동의 음악인 '진짜 음악'으로의 회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짜 음악'에 목마르다

'후크송'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전. 반복되는 후렴구로 중독성을 가진 후크송은 원더걸스 '텔미(Tell Me)'의 히트를 계기로 가요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후크송과 더불어 한국 가요계를 휘어잡은 양대 산맥은 전자음으로 가수의 목소리를 덮는 오토튠. 후크송+오토튠의 조합은 너무도 빠르게 한국 가요계를 잠식해갔다.

최근 5집 '싸이파이브'로 4년만에 컴백한 싸이 역시 이러한 한국 가요계의 흐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싸이는 컴백 전 가진 모니터링회에서 "목소리에 기계음을 넣는 오토튠 트렌드가 가장 당황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후크송+오토튠'의 조합은 중독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영어가사와 전자음 일색의 획일화된 가요에 사람들은 점점 질려갔다. 그리고 '진짜 음악'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의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은 그런 갈증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가수, 개그우먼, 격투기 선수와 남격 멤버들이 모여 만든 하모니는 거칠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소리였다.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 부른 '넬라 판타지아'는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며 그들의 가슴을 울렸다.

◆'진짜 음악', 예능서 꽃 피우다

신기하게도 진짜 음악의 싹이 움튼 것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음악프로그램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수들과 음악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잔잔하면서도 깊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를 통해 다시 모인 세시봉 친구들, 송창식-조영남-윤형주-김세환의 '세시봉 특집'은 통기타 반주의 애잔한 노래와 유쾌한 옛 이야기로 7080세대는 물론, 10대들까지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70년대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세시봉 다방에서 활동한 네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중년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다시 꺼내보는 애틋한 감동을 선사했고, 그 시간을 살아보지 못한 청년들에게까지도 애잔한 감동을 줬다. '놀러와' 세시봉 특집은 통기타 하나만으로도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 2일)' 역시 '센티멘털 로망스' 특집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홍성민의 '기억날 그 날이 와도', 부활의 '사랑할수록' 등이 방송을 통해 소개돼 시청자들에게 옛 추억과 함께 진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가을 정취 물씬 어린 영상과 더불어 팬들은 물론 '1박2일' 멤버들까지 분위기에 취하게 만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전자음은 그만, 옛 노래 다시부르기 열풍

한 가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자음이 트렌드라 어쩔 수 없이 타이틀곡을 전자음 가득한 노래로 뽑았다. 그러나 '슈퍼스타K 2'를 보고 전자음이 아닌 진짜 내 음악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Mnet '슈퍼스타K 2'는 여러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가수라는 꿈을 좇아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대중문화 트렌드에서 벗어난 비주류 가수들에게는 '나도 사랑받을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옛 노래들을 찾아 다시 듣게 하는 저력을 보였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이문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최희준 '하숙생'과 같은 노래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솔한 참가자들의 노래와 만나 '슈퍼스타K 2'의 주시청층인 10대, 20대 청년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서면서 다시금 생명력을 얻었다.

'슈퍼스타K 2'를 보던 30-40대들 중에서는 프로그램 덕분에 먼지가 쌓여가던 옛 CD를 꺼내 다시 듣게 됐다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 '진짜 음악'의 힘이었다.

음악은 가끔 백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전자음 일색의 시끄럽고 요란한 대중가요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잊고 살았다. 그러나 '진짜배기 음악'들은 통기타 하나만으로도, 때로는 사람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바야흐로 풍요로운 '진짜 음악'의 시대가 오고 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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