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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숭용 "아무것도 모르던 한 소년이…"


[한상숙기자] "형이 더이상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 훌륭한 후배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마지막 인사도 그다웠다.

넥센 이숭용이 18년 동안 뛰었던 그라운드를 떠난다. 올 시즌 종료 후 은퇴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2주 전 구단과 은퇴 시기를 놓고 조율을 했고, 친한 후배들에게는 일주일 전에 미리 귀띔을 했다. 그리고 넥센은 5일 오전 이숭용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숭용은 은퇴 발표가 있던 5일 오전 미용실에 들렀다. 이날은 둘째 아들 서빈 군의 돌사진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이숭용은 머리에 한껏 멋을 낸 뒤 함께 가족 사진을 촬영했다. 시즌 전 "둘째도 있잖아. 나 야구 오래해야 돼"라며 호탕하게 웃던 이숭용은 결국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남은 경기를 치르는 동안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선배로 기억되고 싶었다. 그리고 2천 경기를 채운 뒤 감독님을 찾아가 멋있게 '은퇴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당하게 '이제 다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이숭용은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퇴는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다. 발표 시기 조율만 남았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출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대타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시즌 성적은 2할6푼1리. "힘들었던 이유가 성적 때문이냐"는 질문에 이숭용은 "아무래도 그렇다. 시합을 거의 못 나갔으니까.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모두 좋지 않아 속상했다"고 답했다.

이숭용은 지난 1994년 태평양 돌핀스 입단 후 현대를 거쳐 히어로즈까지 무려 18시즌을 한 구단에서 뛰었다. 김동수, 양준혁, 김민재, 전준호, 박경완에 이어 프로통산 6번째 2천경기 출전 기록에 6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기록을 달성한다면 한 구단에서 2천 경기를 뛴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된다.

이숭용은 "내일부터 당장 시합에 나서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팬들이나 후배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분이 묘하다"며 "남은 경기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숭용은 은퇴 후 해외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뒤 넥센 코치로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자신의 야구인생을 돌아보던 이숭용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어렵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던 한 소년이 야구가 좋아 시작한 일이었다. 여기서 가정을 이뤘고, 2세를 얻었다. 18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 나에게는 야구 자체가 행복이었다.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성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후회를 줄이려고 애썼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지켜준 팬들의 박수를 잊지 않을 것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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