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풍년' 이호준, 6연속 볼넷의 의미


[한상숙기자] "형, 이거 신기록 아니에요?"

이호준이 6번째 볼넷을 골라 걸어나가자 SK 덕아웃이 술렁였다. 이호준은 20일 대전 한화전서 6차례 타석에 나서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홍문종(롯데), 이승엽(삼성) 등 8명이 기록한 한 경기 5개의 볼넷을 넘어선 한국 프로야구 신기록이다.

당사자인 이호준도 어리둥절했다. 걸어서 여섯 번째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정말 신기록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종료 후 구단 홍보팀으로부터 신기록 달성 소식을 전해 듣자 기분이 묘했다.

고의4구같은 의도한 볼넷은 없었다. 여섯 차례 중 스트레이트 볼넷은 한 번뿐이었다. 세 번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마지막 타석이었던 9회에도 1사 2루서 파울 타구를 치는 등 최대한 안타를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이호준은 "의도한 기록은 전혀 아니다. 마지막에 파울도 나오지 않았나. 연타석 홈런도 아니고, 볼넷이라 큰 의미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한 경기 6연타석 볼넷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다. 올 시즌 이호준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호준의 한 시즌 최다 볼넷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기록한 69개다. 이후 볼넷 50개를 넘긴 적이 없었다. '초구를 좋아하는' 이호준에게는 오히려 안타를 치거나 삼진을 당하는 것보다 볼넷을 골라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1996년 해태 입단 후 삼진보다 볼넷이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 어느덧 21개의 볼넷을 기록 중이다. 이례적인 '볼넷 풍년'으로 이호준은 출루율 4할5푼2리를 기록, 김태균(5할3푼4리)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그는 "일단 살아나가는 것이 목표다. 원래 볼넷과 출루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 올해는 다르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좋은 기록인 것은 분명하다"며 기뻐했다.

볼넷을 골라내는 데는 자신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호준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적극 치려고 한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세게 돌리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빠른 볼을 보면 주눅이 들었는데, 이제는 150㎞가 와도 전혀 두렵지 않다. 눈에 보이면 냅다 때린다"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5월 이후 이호준의 타율은 3할3푼3리. 팀 내 최고 기록이다. 홈런은 5개로, 최정(8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4월 2할7푼6리서 타율이 가파르게 향상됐다. 최경환 타격코치는 "시즌 초보다 준비동작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예를 들면 2초에 보던 공을 2.5초 동안 보게 된 것이다. 공을 끌어들이는 타이밍이 잡혔고, 공을 오래 보다 보니 좋은 공을 잘 칠 수 있게 됐다"고 이호준의 타격 상승 이유를 전했다.

볼넷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기록이다.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는 볼넷으로 출루해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연결해주는 효과도 있다. 이호준은 "그런 영향도 없지 않다. 나보다 타격감이 좋은 타자가 안타를 치면 득점으로 연결된다"고 볼넷의 순기능을 설명했다.

7타석 연속 볼넷 기록에 욕심은 없을까. 이호준은 "절대 아니다. 초구에 좋은 공이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때릴 거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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