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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주영은 2008 이승엽이 될 수 있을까


[최용재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고의 감동과 환희의 순간은 아마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이었을 것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전 전승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야구는 한국 올림픽 사상 남자 단체 구기 종목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9전 전승이라고 해서 쉽게 따낸 메달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따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들이 이어졌고 대표팀은 모든 고난을 뚫고 정상에 우뚝 섰다.

그래서 그 금메달은 더욱 값지고 더욱 가치 있고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있었다. 이승엽이 보여준 의지와 눈물은 야구 대표팀 금메달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예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 극도의 부진의 늪에 빠진 이승엽이었다. 그런데 당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승엽을 끝까지 신뢰했다. 감독의 믿음으로 이승엽은 타격 슬럼프레도 4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이승엽이기에 중요할 때 한 방 터뜨려줄 수 있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의 일전. 일본과의 준결승전이 펼쳐졌다. 일본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한국에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결국 김 감독의 믿음은 옳았다. 이승엽은 김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보답했다. 2-2 동점인 상황에서 8회 이승엽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2점 홈런을 쳐냈다. 한국은 이승엽의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일본을 6-2로 물리쳤고, 이 기세를 이어 결승에서 아마야구 세계최강 쿠바를 꺾고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년 전 베이징 대회 당시 야구 대표팀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 대표팀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대표팀 감독은 믿음을 가지고 그를 지속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그 선수는 예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한 방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절대적인 믿음으로 그를 그라운드에 내보낸다.

그는 바로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의 핵 박주영이고, 대표팀 사령탑은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다. 홍 감독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며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선택했고, 박주영을 향한 믿음을 가지고 조예선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내보냈다. 하지만 박주영은 아직 기대만큼 활약을 못하고 있다.

2차전 스위스전에서 한 골 넣기는 했지만 박주영은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한 플레이를 펼치지는 못했다. 3차전 가봉전에서 한국은 승리를 거둬 조 1위를 노렸지만 믿었던 박주영이 침묵했다. 0-0 무승부. 한국은 멕시코에 밀려 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고 있다. 8강에서 만날 A조 1위가 바로 개최국인 영국 단일팀이기 때문이다. 라이언 긱스를 필두로 벨라미, 스터리지 등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영국이다. 또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있다. 영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영국 대표팀은 '선'이고 한국 대표팀은 '악'이다. 홈팀의 이점을 안은 영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객관적 전력에서나 경기장의 분위기에서나 한국은 영국에 비해 모자람이 많다. 8강에 올랐어도 큰 위기에 몰린 한국. 영웅이 등장할 때가 온 것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이 최대 난관에서 히어로의 역할을 했듯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박주영이 난관을 만난 한국 축구를 위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승엽을 신뢰해 만들어냈던 영광처럼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박주영도 보답을 해야 한다. 박주영이 병역 논란으로 국민적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그의 손을 잡아준 홍 감독이다. 박주영은 홍 감독에게 진 빚을 멋진 골, 한국의 승리를 이끄는 활약으로 갚아야 한다.

2012년 박주영은 2008년 이승엽이 될 수 있을까. 영국전 활약에 달려 있다. 박주영이 영국전에서 멋진 플레이로 한국의 4강행을 이끈다면 이승엽과 같이 올림픽의 영웅이 될 수 있다. 홈팀을 꺾은 기세를 이어가 결승행이나 그 이상의 영광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지 못한다면 박주영은 결국 홍명보 감독의 잘못된 선택, 또는 보답없는 믿음이 될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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