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년]2012 안방극장, '첫사랑앓이'에 빠졌다


[김양수기자] 올 한해도 연예계에는 열애와 결혼 등 핑크빛 기운이 감돌았다. 로맨틱한 분위기는 안방극장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올 한해 브라운관은 '첫사랑앓이'로 홍역을 앓았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본 사랑, 끝내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평생을 잊지 못한 사랑, 가슴 깊이 숨겨둔 채 그리울 때마다 꺼내본 '첫사랑'의 추억은 TV드라마로 형상화돼 시청자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1월 MBC '해를 품은달'로 시작된 '첫사랑앓이' 열풍은 3월 KBS 2TV '사랑비', 7월 tvN '응답하라 1997'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는 7일 MBC는 '보고싶다'를 통해 또한번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건드릴 예정이다.

◆1월: "너를 잊지 못하였다"…'해를 품은달'

올 초 '첫사랑 열풍'의 시작을 알린 건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과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해품달'은 어린시절 만난 첫사랑 연우(김유정, 한가인)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살아온 남자 이훤(여진구, 김수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훤은 한나라의 군주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남자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첫사랑 연우가 살아돌아와 이훤과 재회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일평생 연우만 알고, 연우만 바라본 이훤의 순애보는 "나를 알아보겠느냐? 상관없다, 내가 알아보면 그뿐이니"라는 대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뜨거운 눈물로 포옹하는 두 사람의 극적인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그리움을 되새기게 했다.

드라마에서 6살 연하 김수현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한가인은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는 엄태웅의 잊지 못할 첫사랑으로 분했다. 이뤄지지 않았기에 더 그립고, 이뤄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첫사랑의 감정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과 함께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3월: "3초만에 사랑에 빠졌다"…'사랑비'

'해품달'의 아련함이 채 가시기도 전인 3월, 브라운관엔 '사랑비'(KBS 2TV)가 내리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사랑은 갑작스럽게, 운명적으로 찾아오는 비로 묘사된다. 덕분에 드라마에는 중요한 순간마다 비가 내린다.

극중 서인하(장근석, 정진영)는 대학 캠퍼스에서 청초한 외모의 김윤희(윤아, 이미숙)를 보고 단 3초만에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고백한다. "하나 둘 셋, 3초만에 난 사랑에 빠졌다"라고. 비오는 캠퍼스, 노란 우산 속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미술학도인 인하는 윤희를 배경삼아 그림을 완성하지만 친구 역시 윤희를 사랑한다는 말에 마음을 숨긴다. 그리고 훗날 말한다. "윤희씨가 우연히 내 풍경에 들어온 게 아니라 그날 윤희씨가 내 풍경이었다"라고 말이다.

드라마는 여러모로 영화 '러브스토리'를 닮았다. "사랑은 비와 닮은 것 같아요"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와 같은 추억의 대사는 1970년대의 순수한 시절을 추억하는 주부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2012년 통통 튀는 하나(윤아)와 서준(장근석)의 사랑방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7월: "만나지 마까"…'응답하라 1997'

방송 전 tvN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선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에이핑크의 정은지를 아는 사람이 적었고, '사랑비' 이후 두번째 작품만에 주연을 맡은 서인국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드라마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가슴에 꽂히는 대사와 추억을 자극하는 90년대 음악의 만남은 흔히 마니아 드라마에만 있다는 '응답폐인'을 양산해냈다. 친근하면서도 쫀득쫀득한 부산 사투리를 배우려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응답커플' 정은지-서인국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특히 시청자들은 시원(정은지)만을 오매불망 바라보는 까칠남 윤제(서인국)의 매력에 홀딱 빠졌다.

친구의 고백을 받고 윤제가 시원에게 "만나지 마까. 만나지 말라고 해라"라며 은연중에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극중 윤제는 첫키스를 시도하며 "지금 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서로에게 달라진 모습을 들켜버린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소꿉친구를 향해 시작돼버린 내 첫사랑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수줍게 변명하기도 했다.

둘도 없는 소꿉친구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 최상의' 남녀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저마다의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한다.

"그 시절 영악하지 못한 젊음이 있었고, 지독할만큼 순수한 내가 있었고, 주체하지 못할 뜨거운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 젊고 순수한 열정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내 생애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TV드라마가 '첫사랑'을 품은 이유

TV드라마에서 '첫사랑' 코드가 애용되는 이유는 세대를 불문하고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첫사랑' 자체의 힘 때문이다.

'첫사랑'은 언제 들어도 애틋하고 아련하고 가슴 먹먹한 이름이다. 덕분에 첫사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의 관심을 아우를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어린시절 짝사랑의 홍역 한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TV드라마에서 펼쳐지는 '그립고 그리운 첫사랑의 대상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는' 상황은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누구나 한번씩은 꿈꿔봤을 상황이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상황에 시청자들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추억을 되짚으며 첫사랑을 떠올리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첫사랑' 드라마가 전 세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향수' 코드도 적잖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는 7일 안방극장에는 또 한 번의 '첫사랑앓이'가 펼쳐진다. MBC에서 방영되는 박유천, 윤은혜 주연의 '보고싶다'가 첫선을 보이는 것. 열다섯 가슴 설렌 첫사랑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두 남녀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이야기가 브라운관 속 '첫사랑' 열풍을 뜨겁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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