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년]한류리포트② 혐·폄한류? 한류는 진짜 위기를 맞았나


[장진리기자] 바람이 든 무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덜 익은 수박도 아무리 두들겨 봤자 알 턱이 없다. 바람이 든 무도, 덜 익은 수박도 쪼개 보기 전에는, 맛 보기 전에는 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한류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봐서는 한류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봐서는 K팝을 비롯한 한류가 어느 정도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황 사과 요구와 독도 방문으로 고조된 한일 양국의 긴장관계는 한류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일로 수많은 한류 관련 이벤트들은 줄줄이 취소됐고, 김장훈과 함께 독도 횡단에 나선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 '신이라 불린 사나이' 등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의 지상파 방송이 전면 취소됐다. 일본 회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던 한국 아이돌그룹은 계약이 갑작스럽게 무기한 연기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해마다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가 출연했던 FNS가요제에는 1차 명단에 K팝 가수들의 이름이 전멸했고, 홍백가합전에는 K팝 가수들의 출연이 금지됐다는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한류의 진정한 위기일까. 가요계를 넘어 방송계까지 집어삼킬 것처럼 거대하게 불어닥쳤던 한류 태풍은 이대로 사그라지고 마는 것일까.

신오오쿠보에서 만난 한 상인은 조이뉴스24에 "확실히 한류가 냉각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20% 가까이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본 속 한국, 코리아타운이 위치한 신오오쿠보의 상인들은 대부분 정치적 문제가 이슈화된 이후로 급속도로 냉각된 한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유명 소속사 관계자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배우를 비롯해 아이돌가수까지 많은 한류 스타들이 둥지를 틀고 있기도 한 이 소속사의 관계자는 "한류가 정치적 문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한류 이벤트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K팝 이벤트 등 꾸준히 열리고 있는 행사도 많다. 그런 이벤트들의 경우 무조건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분명히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신오오쿠보를 가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K팝 팬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K팝 열풍 등 한류에 대해 긍정적인 미래를 내다봤다. 일본 최대 출판사 쇼각칸의 기자 사토 노리코는 "한류 열풍의 냉각은 미디어의 냉각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사토 노리코는 "원래 K팝의 인기는 일본 전역을 휩쓸 정도로 거대하지 않았다. 현재 일본 내 K팝 팬덤은 한 사람이 여러 팀을 좋아하는 소비 패턴"이라고 지적하며 "K팝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한류에 열광하는 기본 팬들을 거점으로 영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K팝의 소비 형태는 정치적 문제와 만나 당연히 취약해진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 가수들을 TV에 출연시키면 방송국으로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한 사토 노리코는 "이러한 항의를 염려해 방송국들이 알아서 한국 가수들의 출연을 자제시키고 있는 것일 뿐, 기본적인 K팝 시장의 수요는 변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미디어의 행보를 한류 전체의 냉각과 연결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시부야 타워레코드에서 만난 한류 팬들 역시 이러한 일본 관계자들의 분석을 뒷받침했다. K팝 코너에서 만난 한 팬은 "K팝 열풍이 조금은 소강상태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정치, 역사적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 팬은 "한류에 크게 관심 없는 일반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한류와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만약 그들이 정치적 문제가 없었을 때라고 하더라도 한류에 얼마나 크게 관심을 가졌겠느냐?"고 반문하며 "일반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 때문에 한류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수들의 무분별한 일본 진출이 문제"라고 꼬집은 또다른 팬은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가수들은 서로를 너무나 닮아있어 구별하기조차 쉽지 않다. 지금 활동 중인 신인가수 중 기억하고 있는 그룹은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B1A4와 마이네임 정도"라며 "K팝 열풍에 더욱 불을 붙이려면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아이돌그룹과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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