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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일밤' 권석CP "예능 트렌드 주도, 자부심 있다"(인터뷰①)


"윤후-샘해밍턴, '일밤'의 강호동·유재석 역할 했다"

2013 안방극장에는 예능프로그램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약육강식 예능 속에서 소위 '시청률 대박'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조이뉴스24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지상파 3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CP들을 만났다. 최고 프로그램으로 이끈 비결부터 내년 예능 트렌드까지 짚었다.

[이미영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무지 '일밤'의 흑역사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가수다'로 일어서는가 싶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조용히 사라져간 코너만도 십여 개가 넘었고 MBC 대표 간판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자존심도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일밤'이 '아빠 어디가'와 '진짜사나이'로 지난 7년 흑역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일밤'의 재기는 화려했다. 지난 1월 출격한 '아빠어디가'가 방송 1회 만에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가파른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진짜사나이'도 '일밤'의 부활에 힘을 보탰다.

두 코너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일요일 예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꼴찌 '일밤'의 반격은 무서웠다. 이 시간대 1, 2위를 다투던 KBS2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를 순식간에 잡았다. 두 프로그램이 한자리수 시청률로 내려앉는 사이, '일밤'은 '아빠어디가'와 '진짜사나이'가 시너지를 내면서 막강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일밤'이 이렇게 완벽하게 부활할 줄 누가 알았을까. '일밤'을 이끌고 있는 수장, 권석 CP를 만났다.

◆"32년 역사 '일밤', 브랜드 가치 때문에 유지됐다"

권석 CP에게 '일밤'은 남다른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과 지금은 폐지된 '놀러와' 등 MBC 예능프로그램을 두루 거쳤지만 '일밤'의 흑역사 시절도 함께 했다. 2010년 '오늘을 즐겨라'라는 코너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일밤'의 부활에 마음의 짐을 훌훌 털었다.

-'일밤'이 오랜 기간 흑역사를 지나 전성기를 찾고 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약간 빚진 것을 갚았다는 기분이다. 예능국의 중견PD이고, '일밤'을 맡아서 이끌어야 하는 중요한 위치다. 그 역할을 못했다. 죽도 많이 써봤고 누를 끼쳤다. 예전 '일밤'의 명성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러웠다. 후배들에게 롤모델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제서야 타이밍이 온 것 같다. '나는 가수다' 때 잠깐 올랐다가 한 6년 만에 일을 냈다."

-'일밤'은 시청률이 낮을 때도 폐지되지 않고 32년 동안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MBC에서 '일밤'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일요일 예능은 각 방송사 최고의 자존심이 걸린 시간대이고 격전지다. 프로그램이 오래된 만큼 밸류가 있다. 그것 때문에 '일밤'을 놓지 않고 유지했다. 저만 해도 '일밤' 세대였고 '몰래카메라'를 보던 팬이었다. 오랜 시간 '일밤'은 가장 사랑을 받는 예능의 대명사가 됐다. 그 브랜드 가치 때문에 놓지 못한 것이고 올인을 하는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 있었다면 지금의 코너들은 없었다"

'일밤'의 부활은 타 예능프로그램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밤'의 오랜 부진 이유로는 '국민MC' 유재석-강호동 등 1인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MBC는 스타 MC 없이 모험에 가까운 캐스팅으로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타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 프로그램들의 콘셉트를 쫓는 사이 '관찰예능'이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직접 이끌고 있는 것. 권석 CP의 자부심도 여기에 있었다.

-'일밤'이 최고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역량이나 비결은 무엇인가.

"계속 망하니 몸부림을 쳤다(웃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고 새로운 것을 만들었는데 그게 성공했다. 또 후배 PD들과 젊은 주니어 PD들을 기용했다. 적절한 시기에 선수교체가 잘 된 것 같다."

"'일밤'이 타이밍으로 이익을 본 건 없었다. 다만 트렌드를 잘 읽은 것은 있다.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관찰이라는 것도 결국 리얼리티를 관찰한 것이다. 기법적으로도 그렇고, 기획의도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잡은 것 같다."

-'아빠어디가'와 '진짜사나이', 각 코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트렌드나 코드, 기법 등이 통한 것 같다. '아빠어디가'는 힐링 중에서도 가족, 그 중 아빠와 아이들의 코드가 통했다. 기법적으로는 '좀 더 리얼리티를 강화해서 1분뒤를 모르게 만들어보자'고 했다. 연출자들도 연출을 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출연자들도 모른다. 예컨대 두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킬 때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다.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해 1분 뒤를 읽히면 채널이 돌아가게 된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는데, 출연자들이 어린이라서 가능한 거다.

'진짜사나이'는 '아빠어디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법적인 것을 적용시켰다. 군대라는 강한 소재가 '아빠어디가'의 보완 역할도 했다. '아빠어디가'가 따뜻하다면 '진짜사나이'는 남성적이고 오락에 가깝다. 콤비네이션이 잘 맞아 두 코너가 윈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재석, 강호동 등 최고 MC들 없이 모험에 가까운 캐스팅을 했다.

"'일밤'의 두 코너는 유재석, 강호동 없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있었으면 이런 코너가 안 나왔을 거다. 유재석, 강호동에 맞는 코너가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것은 없었을 거다. 반대로 유재석, 강호동 없이 불리한 것을 좀 활용을 해보자고 했다. 윤후나 샘해밍턴이 강호동 역할을 해준 것 같고 운도 따랐다. 캐릭터를 알고 캐스팅을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일밤'이 방송계 전체에 '관찰 예능'이라는 트렌드를 주도했다. 타 예능프로그램들이 '일밤'의 콘셉트와 소재를 베꼈다는 지적도 많다.

"'일밤'이 예능의 흐름을 바꿔놨다는 자부심은 있다. 후배들에게 '우리도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 수 있구나'. 성공의 유전자를 심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유전자를 만들어준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다."

"(모방 논란에 대해) 말이 많지만 베끼든 말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원조라고 텃세를 부릴 것도 없다. 싸워서 이기면 되는 것이고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시청자들이 선택을 하는 거다."

(인터뷰 ②편에서 계속)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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