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년]등급 논란·상영 중단…2013 영화계 논란과 이슈는?

영등위의 잇따른 등급 분류 논란·'천안함' 상영 중단 등


[권혜림기자] 2013년은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7번방의 선물'이 관객수 1천만 명 이상을 모으며 흥행작의 탄생을 알렸고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시자들' '설국열차' '관상' 등 스타캐스팅을 자랑한 영화들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했지만 거대 배급사의 독과점 논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등급 분류 기준을 둘러싼 갈등 등은 예년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였다.

급기야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는 보수 단체의 압력으로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조기 종영해 논란을 낳았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영화인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화려한 흥행의 뒷면, 크고 작게 번졌던 올해 영화계 논란과 이슈들을 짚어봤다.

영등위의 모호한 등급 기준, 정답 없는 싸움 언제까지

영등위는 올해 일부 영화들의 등급 분류 결과와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기준 등의 문제로 거센 저항을 맞았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를 비롯해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 등 수 편의 영화들이 제한상영가와 청소년관람불가,15세이상관람가 등급의 사이에서 분류 논란을 겪어야 했다. 개봉을 앞둔 전규환 감독의 '무게' 역시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재분류된 케이스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국내 개봉의 길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감독은 공식 시사에 앞서 기자와 평론가, 영화계 관계자들을 모아 개봉 찬반 투표를 열기도 했다. 영화는 문제가 된 일부 장면을 편집해 세 번째 심의에서 청소년관람불가로 재분류돼 개봉했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하지만 한국에는 전용 극장이 없어 사실상 상영 불가 통보와도 같다. 지난 6월 정부가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 가능한 등급 영화를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알린 상태지만 현재까진 상영 가능성이 요원하다.

영등위에 따르면 제한상영가 등급은 "선정성과 폭력성, 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해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국민 정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광고 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다.

정의 자체가 관념적이고 상대적인 설명으로 이뤄져 있어 심의자의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낼 만한 기준이다. 이에 '뫼비우스' '무게' '명왕성' 등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국내 상영 절차에서 곤혹을 치르는 일이 흔히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상영 중단 사태, 정말 무서운 건 무엇인가

지난 9월에는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개봉 하루 만에 상영 중단해 영화인들의 거센 저항을 맞았다.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3년 전 북한의 어뢰에 폭침됐다고 결론지어진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방부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지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영등위에서 12세관람가 분류를 받은 영화는 천안함 사건 일부 군 관계자들과 유족들이 사법부에 제출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에서도 기각 판결을 얻은 바 있다. 애초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결정하고 22개 극장을 잡았지만 보수 단체의 협박으로 관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극장 측 주장에 의해 상영 중단을 통보받았다.

상영 중인 영화, 이미 일부 좌석이 예매된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고 티켓을 환불한 조치는 한국 영화계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여기에 '천안함 프로젝트'가 국방부 조사 내용에 의문을 던지며 당시 정권의 주장에 반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상영 중단 배경에 더욱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상영 중단 사태에 걸쳐 표현의 자유 보장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인회의·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여성영화인모임·영화마케팅사협회·한국영화평론가협회·스크린쿼터문화연대·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12개 단체는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거대 배급사에 반기 든 영화 제작자들, 돌파구 만들까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이나 등장했던 지난 2012년, 어느 때보다도 거대 투자배급사의 횡포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와 비교해 올해는 극장을 낀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와 특수 관계였던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외에 설립 6년차 배급사 NEW의 활약이 거셌다. 계열사 극장 없이도 '7번방의 선물' '숨바꼭질' '감시자들' '신세계' '몽타주' 등 굵직한 흥행작들을 내놓으며 내실을 톡톡히 자랑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영화 사업 수직계열화와 독과점에 대한 영화인들의 문제의식은 여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총 스크린 수와 좌석 점유율을 약 70% 점하고 있다. 배급사별 점유율 역시 CJ E&M과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롯데쇼핑 롯데엔터테인먼트, 즉 대기업 3사의 점유율이 51% 이상에 달한다.

이에 영화 창작자들이 공정한 계약과 거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은 씁쓸하게도 당연한 일이 됐다. 지난 10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배급회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명필름·삼거리픽쳐스·영화사 청어람·외유내강·주피터필름·케이퍼필름·씨네21·더컨텐츠콤 등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회사다.

아직 리틀빅픽쳐스의 제작 라인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기업 배급사의 시장 독점에 반기를 든 제작자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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