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년 기획]'구' 이야기⑨久(오랠 구)-류택현·김병지, 참 오랫동안 수고 많으십니다

프로야구 최고령 류택현-프로축구 최고령 김병지, 나는 '전설'이다


◇마흔세살 류택현 이야기

모두가 떠났다. 오랜 친구 최동수도 옷을 벗었다. 남은 건 나와 동갑내기 최향남(KIA) 뿐. 그렇지만 여전히 마운드에서 불을 사르련다.

내 이름은 류택현. 프로야구 LG의 왼손투수다. 1971년 태어났으니 한국나이로 43살이다. 1994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꼬박 20년째를 채웠다. 프로 선수로 뛰는 동안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까지 청와대 주인만 5명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잠실야구장 마운드를 나는 여전히 지키고 있다.

내 통산성적은 사실 그렇게 내세울 건 못 된다. 15승 29패 6세이브. 613.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확실한 선발투수도, 팀의 뒷문을 잠그는 마무리도 아니다.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왼손타자가 등장하면 급히 마운드에 올라 한두 타자를 잡고 내려가는 역할이다.

요즘은 '왼손 스페셜리스트'라는 멋있는 호칭이 붙었지만 90년대만 해도 '원포인트 릴리프'로 통했다. 선수 생활 내내 특급 스타의 반열에 올라본 적은 없지만 요즘은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꽤 된다. 투수 최초로 900경기 출장에 1경기 만을 남겨둬서인지 인터뷰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최근 잊을 만하면 들어본 질문이 있다. "언제까지 할 거예요?" 글쎄… 나도 그걸 알 수 있을까. 몸이 받쳐만 주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볼 생각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던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문득 2년 전 겨울이 생각난다.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을 자비로 받고 기약 없는 재활을 했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던가. 다행히 결과가 좋아 다시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오늘의 '류택현'도 있을 수 있었지.

사람들은 말한다. "강한 자가 결국 살아남는 게 프로의 생리"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불굴의 의지만 있으면 누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올해는 정말 뜻깊은 한 해였다. 우리 LG가 무려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경험했고, 나도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정말 오랜만에 밟았다. 오래 버티니 이런 좋은 일들도 경험해보는구나. 내년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땀과 노력, 그리고 희망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한 이상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이면 내 나이에 4가 겹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던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긍정의 힘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

◇마흔네살 김병지 이야기

참 오래 됐는데도 그라운드에 나설 때면 난 여전히 설렌다. 그래도 골대 앞에만 서면 안방처럼 푸근한 기분이 든다.

내 이름은 김병지다. 전남 드래곤즈의 골키퍼다.

한국 나이로 44세. K리그에서 무려 22번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 1992년 현대에서 데뷔전을 치러 포항, 서울, 경남을 거쳐 전남까지, 단 한 해도 거스르지 않고 나는 K리그의 골문을 지켰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을 때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나를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한다. 그렇게 부르는 것은 우승 기록, 수상 기록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출장횟수다. 나는 지금까지 총 639경기를 출전했다. K리그 최초의 600경기 출장 기록을 돌파했다. 아직까지도 나를 쫓아 600경기를 넘은 선수는 등장하지 않았다. K리그 대기록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다.

K리그 최고령 선수에 최다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나 김병지. 현역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나이다. 하지만 나의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이라는 질문은 나에게 의미 없어 보인다. 내가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나 스스로 그만둘 것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내가 참지 못한다. 그래서 은퇴할 시점은 주변이 아니라 내가 정할 것이다. 이것이 내 축구 인생철학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나는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22시즌 동안 몸무게 78.5kg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몸무게 유지를 위해 주스 한 잔도 마음 놓고 마시지 않는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까봐 지인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이런 독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700경기 출장을 넘을 수 있는 김병지를 만들 것이다.

올 시즌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소속팀 전남은 강등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나의 경험, 나의 투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의 강등을 막고 다시 내년을 향해 뛰어야 한다. K리그 최초 7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나는 오늘도 참고 인내하며 그라운드에 나선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쉴 수가 없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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