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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년]나무액터스 김종도 대표 "매니저로 5점, 내 삶은 0점"(인터뷰②)


"나무액터스가 아닌 김종도는 외롭다"

[정병근기자] "문근영의 삼촌·김주혁의 형…'매니저 김종도'가 좋다"(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들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무액터스는 없다.

"내 배우를 통해 콘텐츠 개발을 하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프랜차이즈 제의도 많이 받지만 배우들의 이미지를 중요시해야 하니까. 제작의 꿈을 갖고 있지만 내 작품에 우리 배우들에게 출연해 달라고 하는 것도 출연시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매니지먼트사인데 과연 이게 계속 영원할 수 있을까란 고민은 한다. 새로운 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서 확장성이 있으면 배우들이 더 좋은 환경이 될지 아니면 정통성을 갖고 가야 할지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우리나라는 안타까운 게 정통성이 인정을 별로 못 받는다. 변화가 없으면 정체라고 하고 정체되면 퇴보라고 한다. 항상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다. 난 정통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정통성을 내세우려면 살아남아야 하니까 고민이다. 뭔가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립돼야 할 시점인 것은 맞다."

-어떤 회사로 만들어가고 싶은가.

"몇 년 전 누군가의 소개로 미국의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 부사장을 만나게 된 적이 있다. 그때 그 분이 나를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정통성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라고 소개했다. 그랬더니 그 부사장이 '5년이 어떻게 정통성이 있는 거냐'고 하더라. 미국에는 100년이 넘는 기획사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많은 큰 회사들이 사라졌다.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까 확장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본질인 배우를 소홀하게 하게 되고 본질이 없어져 버리게 되는 거다. 변화를 줬을 때 본질인 배우에게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꿈은 아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름이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의 정통성을 안 헤치면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본질이 있어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변화를 두려워해서 변하지 않으면 또 죽는다. 발전성 있는 변화가 중요하다. 그걸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대표가 아닌 김종도의 삶은 어떤가.

"친구는 거의 다 없어졌다. 이제 엔터가 내 친구다. 배우도 기획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한테는 호흡이 더 중요하다. 직원들도 오래 같이 해왔다. 부사장은 내가 처음 매니저 시작할 때 동기다. 같이 일한 건 나무액터스부터지만.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계속 옆에서 도와주고 있어서 고맙다. CEO도 그렇고 이사들도 다 십 몇 년 같이 일해 왔다. 24년 매니저 하면서 제일 복잡한 게 그거다. 그들이 더 얻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체돼있지 않나, 희망과 포부를 줘야 하는데 그걸 제시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늘 고민한다."

-최근 '1박2일'에서 남다른 배우 사랑을 보여줬다. 나무액터스는 어떤 의미인가.

"절 아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가식적으로 웃는다고 하더라. 주변에 재미를 준 것 같고 연예인 놀이도 해봤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도 빨리 잊혀졌으면 한다(웃음)

'과연 나는 뭘까'는 매일 고민하는 문제다. 배우를 아끼는 편이긴 하고 매니저가 희생이 필요한 직업이지만, 내 자신을 봤을 땐 내가 희생만 해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이 생길 때도 있다. 우리 부사장(김 대표와 매니저 입사 동기다)이 매일 하는 얘기가 안식월, 안식년을 갖자는 거다. 그런데 그럴 여유가 없다. 배우들이 다 잘 되고 있는 게 아니니까. 변화는 조금씩 있겠지만 똑같은 패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사장이 60살에 은퇴하자고 한다. 그때야 안식년이 될 것 같다."

-은퇴를 하면 무얼 하고 싶나.

"은퇴하면 웨이터를 하고 싶다. 대학교 때 다짐이 열심히 일하고 60살이 되면 새로운 삶을 살자는 거였다. 웨이터는 젊은 친구들과 매일 만날 수 있고, 그들이 고민하고 있으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경험을 밑천 삼아 힘을 줄 수도 있고. 경험을 혼자 짊어지고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존재가 된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웨이터는 상징적인 의미고 완전 다른 삶을 살 거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새장에 있는 새처럼 틀에 박힌 내 모습이 갑갑할 때가 있다. 매니저들은 대부분 배우 뒤에 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있을 때 그 밑에서 미친듯이 다리를 흔드는 것처럼 우리가 딱 그런 것 같다. 한 번쯤은 그렇게 살아봤으니까 은퇴한 뒤에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

은퇴를 할 때 내가 뭘 남길 수 있을 진 모르겠다. '1박2일'을 남겼지만(웃음) 내가 머리 희끗해졌을 때 배우들이 '종도 삼촌이 있었지' '종도 형이 있었지' 뭐 그렇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은퇴하기 전 연예계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내가 오랫동안 정통성 있게 회사를 유지하면 그걸로 뭔가 조금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뿌리를 흔들리지 않고 좋은 배우들 많이 활동하게 만들고 그들이 나이를 먹었을 때 우리 회사에 와서 젊은 배우들 보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그러면 보기 좋을 것 같다."

-매니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본인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나무액터스가 아닌 김종도는 외롭다. 그래서 더 일을 하는 것 같다. 습관이 돼버린 것 같다. 나도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모든 직업이 일상에서 탈피하는 게 쉽지 않다. 회의를 하다가 밤을 새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떨 땐 정신병자 같다.(웃음)

매니저 김종도에게는 옛날엔 혼자 할 땐 8, 9점 줬을 것 같은데 지금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나태해졌다는 생각도 들어 5점을 주겠다. 매니저들에게 큰 선배인데 부끄러울 때가 많다. 내 스스로 '빠졌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돌아보면 내가 잘 하는 게 아니더라.

한 사람으로 내 삶은 빵점이다. 진짜 빵점이다. 은퇴한 뒤에도 10점은 안 바란다. 4, 5점만 돼도 좋겠다.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내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 안 됐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단계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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