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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정신이 필요한 시도민구단


정치적 영향력으로 운신의 폭 좁아, 재무 건정성 높이는 노력 필요

[이성필기자] 시즌이 종료된 K리그의 겨울이 너무나 차다. 선수들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지만 각 구단 프런트는 내년 시즌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도민구단의 구단주가 슈퍼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혼란스런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해체'라는 말이 구단주의 입에서 시원스럽게 나온 경남FC의 경우를 지켜보면서 각 구단 프런트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10개 시도민구단은 모두 경남의 행보를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K리그 시도민구단은 연고지의 시도민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는 오래 전부터 강조돼왔다. 하지만, K리그의 시도민구단은 태생부터가 지자체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한계가 있다. 자치단체장은 시도민구단의 당연직 구단주가 되어 구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인과 구단주의 모호한 경계에서 구단주의 정치적 성향이 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단주가 단체장이다보니 연고지 내에서 구단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끌어모으기도 쉽지 않다. 일본, 유럽 등의 사례를 참고해 작은 식당부터 찾아다니며 개미 스폰서를 모으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결국은 대형 스폰서에 기대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단체장이 선거에서 낙선해 다른 단체장이 취임하게 될 경우 해당 구단에 스폰서를 한 행위 자체가 정치인에 대한 후원활동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다. 또, 큰 규모의 스폰서가 등장해도 단체장들이 힘을 발휘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경남 홍준표 구단주가 언급한 1년 구단 운영비 130억 지원 중에는 도 자체 예산과 함께 기업들의 후원금이 포함되어 있다.

A시도민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올 시즌 시작 전 지역 내 유망한 향토기업이 입주해 찾아가서 후원을 요청했더니 6월 지방선거를 보고 결정하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후원을 했다가 단체장이 바뀌게 될 경우 받을 후폭풍으로 인해 기업이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B시도민구단도 비슷하다.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 구단의 경우 사장, 단장이 모두 단체장의 선거 캠프 출신이거나 산하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체장이 교체되면 함께 물러나야 되는 운명이다. 축구는 물론 스포츠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다보니 구단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가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설령 사장이 스포츠 전문 경영인이라고 하더라도 전임 단체장 시절 들어왔던 사람이면 선거 이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임기 보장은 그림의 떡이다. 현 단체장이 선거에서 살아남아 연임하지 않는 이상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지자체 산하 구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구조는 구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시나 도의 지원에 기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구단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지자체 예산 집행 부서를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한 푼이라도 더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올해 챌린지(2부리그) 1위로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대전 시티즌도 여전히 대전광역시청을 줄기차게 오가며 예산 받아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선택 시장이 불필요한 지역 축제들을 통합해 남은 비용으로 대전에 지원하겠다며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역 내 대형 기업들이 많지 않은데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후원을 찾기가 여전히 어렵다.

챌린지의 시도민구단들도 다를 바 없다. 프런트들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선수 연봉을 지급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지만 쉽지 않다. 보통 축구단 운영비에서 선수단 임금과 나머지 비용의 비율은 40대60을 이상적으로 본다. 하지만, K리그는 과거 과도한 성장지향주의로 80대20까지 선수들 몸값이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허리 졸라매기로 60대40으로 끌어내리는 등 자생을 위한 노력에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건전한 구단 경영과 생존을 위해서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지만 쉽지 않다. 한때 프로축구연맹에서 구단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승리수당 등을 없애거나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들은 선수들의 사기 진작책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수당을 주지 않으면 경기에 대한 열의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구단은 선수들의 직장이다. 선수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축구가 글로벌 스포츠라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는 환경변화에 있다. 굵직한 선수들을 보유한 한 에이전트는 "구단과 연봉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 중국, 일본, 중동 등 갈 곳이 많다. 선수를 설득해도 나가겠다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없이 몸값을 높여 구단과 협상한다. 고객(선수)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선수들도 구단의 고통분담을 함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인건비만 줄여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줄인 비용은 자연스럽게 스폰서 확보와 팬 모으기에 투자가 가능하다. 정치에 휘둘려 K리그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성원들이 연대해 지혜를 모으고 때론 양보도 해야 하는 시도민구단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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