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노경은, 머리 아닌 몸으로 생각하라"

"내 야구 색깔은 초록색…미국야구가 지향점"


[김형태기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처음 보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특히 웃을 때 말발굽처럼 아래로 휘어지는 두 눈은 무척 인상적이다. 근엄한 지도자상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은 "강단이 있는 지도자"라며 입을 모은다. 170㎝ 정도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턱대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때로는 형처럼 옆에서 보듬어줄 줄도 아는 따듯한 사람이라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현역 선수 시절부터 무척 영리했다는 말이 뒤따른다. 두산의 미국 전훈 출발을 하루 앞둔 14일 잠실구장에서 김 감독과 만나 올 시즌 계획의 일단을 들었다.

◆김 감독과 일문일답

-이번 캠프의 가장 큰 목표는.

"역시 마무리 투수를 정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이길 때 내보내는 필승조 등 불펜의 개별 보직도 정해야 한다. 일단 노경은, 이재우, 이현승 가운데 한 명을 마무리로 정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탈락자 2명 가운데 한 명은 5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다. 물론 캠프를 치르면서 계획이 바뀔 수는 있다. 뒤를 강화해야 할 경우 베테랑들을 필승조에 놓고 어린 선수를 선발로테이션에 포함시킬 수 있다."

-마무리는 고정이라고 했는데.

"개막전에 앞서 마무리가 정해지면 계속 시즌 끝까지 믿고 맡길 생각이다. 하지만 선수가 정 흔들리면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나. 부득이 한 경우에는 마무리 보직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리 차선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노경은 얘기를 해보자. 정신적인 부담감 때문에 마무리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이 선발로 나서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선발투수로 등판할 때도 불안한 모습이 얼마나 많았나.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경기를 완전히 날리게 된다. 불펜투수로서 정신적 부담이 있다지만 선발투수로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펜이 적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결책이 있나.

"선수의 문제는 선수 스스로 고쳐야 한다. 주문하고 싶은 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창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얼마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혔는지 묻고 싶다. 정 안 풀릴 때는 밤새 섀도우 피칭이라도 하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몸으로 움직이지 않고 머리로만 백날 고민해봐야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2012∼2013년 선발투수로서 많이 던졌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힘이 떨어졌다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 "

-기술적으로 지적할 부분은.

"정신적으로 위축되면서 투구폼이 점점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와인드업시 공을 글러브에서 재빨리 뺀 뒤 팔스윙을 점점 작게 가져 가는 모습이 보인다. 결국 하체를 쓰지 못하고 상체, 특히 팔로만 던지게 된다. 자연히 공의 위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캠프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해볼 계획이다.

-자율야구를 표방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팀 모든 타자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줄 생각이다. 스리볼 상황이든 스리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이든 좋은 공이 오면 알아서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 덕아웃의 판단에 따라 치지 말라는 웨이팅 사인은 있을 수 있지만 일일이 '쳐라' '마라'는 지시는 없다. 루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선수가 마음대로 뛸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특정 상황에 맞춰 뛰거나 기다리라는 단발적인 사인은 있겠지만 덕아웃에서 모든 걸 통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초록색 야구'라고 할 수 있겠다. 얘기만 들어보면 전형적인 미국야구다.

"미국야구를 지향하는 건 맞다. 사실 투수는 일본이 잘 키우지만 그쪽은 지지 않는 야구에 불과하다. 미국 야구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는 야구 아닌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저 잘 해서 이기겠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쏟아야 한다. 어쨌든 자기 손으로 해결하려는 야구를 해야 한다. 소극적인 야구, 면피를 하려는 야구, 책임을 모면하려는 야구는 용납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주자 2루에서 사인도 없는데 타자 스스로 번트대는 것, 이런 건 못본다. 쳐야 할 땐 쳐야 한다. 그 상황에서 번트를 댄다는 건 뒷 타자에게 책임을 미루겠다는 거다. 득점권서 자의적으로 번트를 댈 때의 심리는 보통 이렇다. 자기도 살면 다행이고, 죽어도 진루타를 쳤다는 안도감을 받겠다는 거다. 결국 뒷 타자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건데, 이런 건 직무유기다.

-메이저리그도 많이 보는 편이겠다.

"평소 미국야구를 보면서 타자들을 관찰한다. 확실히 타격에 관해서는 미국이 훨씬 낫다. 일본 야구는 무조건 맞혀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고 보자는 것 아닌가. 그런 식의 야구는 한계가 뚜렷하다. 기다릴 때 기다리더라도 좋은 공에는 힘껏 쳐야 한다. 다만 투수를 키우는 능력은 일본야구의 노하우가 더 뛰어나다고 본다.

-2년계약을 했다. 기회가 내년까지인데.

"만족한다. 올해 성과를 내면 보상은 추후에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2년이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다. 나 자신도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적당하다.

-2년 전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이 경질됐다. 구단의 우승 압박이 심할텐데.

"두산은 구체적인 목표를 던져주고 압박하는 팀은 아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이심전심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취임 당시 우승을 노린다고 했다. 1차 목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고, 그것이 달성되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우승을 최종 목표로 삼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캠프 참가자 명단에 임태훈이 빠졌다.

"안타깝다. 허리 부상 때문에 전훈 명단에서 제외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허리에 무리가 간다. 차라리 국내에서 재활하는 게 더 낫다고 봤다. 임태훈이 예전의 공만 다시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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