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병헌 감독 "김우빈, 이렇게 섹시해도 되나 싶었다"(인터뷰)

재기발랄 청춘영화 '스물'로 상업영화 데뷔


[정명화기자] 오랜만에 충무로에 주목할만한 신인감독이 나왔다. 귀에 착착 감기는 대사와 캐릭터를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 재능, 신인감독 특유의 '잰 척'하지 않는 유쾌함이 벌써부터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한다.

개봉 후 단숨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영화 '스물'을 만든 이병헌 감독이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 이전에 여러가지 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누구나 실물을 보면 '잘 생겼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수려한 외모와 톱배우 이병헌과 동명이인이라는 점, 흥행작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오늘의 연애'의 시나리오 작가 겸 각색가로 이미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20대 대세배우 김우빈과 강하늘, 이준호가 출연한 '스물'은 심각하고 우울한 청춘영화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진다. 혈기방장한 스무살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나눌법한 야하고 가벼운 실수투성이 성장담을 농담처럼 풀어냈다.

영화를 본 남자관객들이 입을 모아 "내 친구들이 저러고 논다"며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웃음을 주며 청춘의 한 자락을 추억하게 한다. 쉴 새 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 첫사랑의 향수와 아팠던 청춘의 한 시절, 쓰라린 사랑을 기억하게 만든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체격, 수려한 외모에 입담을 갖춘 이병헌 감독은 15세 관람가치고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영화에 대해 "애초부터 15세 등급을 목표로 찍었다"며 "청소년관람불가였으면 아예 더 세게 갔을텐데 나름대로 수위 조절을 하며 약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영웅본색'을 보며 홍콩 느와르와의 사랑에 빠졌던 청소년 시절과 '비트'를 동경했던 영화 지망생 시절을 거쳐 '죽여주는 말빨'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제 영화감독이 된 그는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첫 상업영화 연출의 변을 밝혔다.

"지금 스무살 청춘들의 실생활을 담으려고 한 영화는 아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했지만, 어떤 사회적 환경이나 풍토같은 것은 내가 하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실 요즘 친구들을 만나 느낀 것은 '스물'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훨씬 수위가 세다. 그들의 고민의 들춰내고 심각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술 취한 친구들이 수다를 떠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자면 밝은 톤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 이전에 저예산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를 연출한 그는 자신의 자화상같은 스토리를 영화로 녹여냈다. 유명배우와 같은 자신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쓰기도 한 이병헌 감독은 "실패한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단순하게 접근해 내 얘기를 하는 영화기도 하니 제목을 병헌씨로 지었다. 솔직해 보여 더 좋다는 말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사례가 됐다."

유명인과 이름이 같다보니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나 별명은 너무 많아 식상하다고. 하지만 예명을 쓸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귀에 감기는 재기발랄한 대사는 평소 좋아하는 여러 콘텐츠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만화나 영화,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특유의 리듬감은 무수한 고민과 현장에서의 느낌을 통해 만져 나간다고 한다.

영화 '스물'에 나오는 세 캐릭터에는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이병헌 감독은 말한다. 특히 김우빈이 연기한 '치호'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나 집에 가만히 멍하니 있는 모습, 잉여생활을 하는 점 등이 닮았다고. 단 부유한 치호와 달리 돈이 없었다는 점이 다른 부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준다.

남자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에 비해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몹시 고민스럽다는 이병헌 감독은 "여자들은 다 힘들다"고 털어놨다.

"남자가 얘기하는 여자와 진짜 여자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은 그냥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의 겉모습일 뿐이다. 그렇다고 '스물'에서 여자 캐릭터에 할애할 여력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을법한 캐릭터들로 채웠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어서 민효린이나 정주연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잘 나가는 배우들을 한 데 모은 비결에 대해 "시나리오가 좋아서"라고 여러차례 말한 이 감독은 "김우빈은 드라마 '학교'에 나올 때부터 눈여겨 봤다"고 선견지명을 보이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김우빈을 지켜봤는데, 참 신선하면서도 모험이다 싶은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좋고 끼가 보였다. 지금도 얼마나 너무 잘 하지 않나.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섹시하다. 장동건같은 조각미남도 아니고 어딘가 빈 듯한 구석이 있지만, 다양한 매력을 가진 친구다. 특히 눈을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바보같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한 이상한 매력이 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어떤 장면에서는 '이렇게 섹시해도 되나, 15세 관람가 영환데 이렇게 나가도 될까' 싶을 정도로 너무 섹시해서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들로 시리즈 영화의 가능성을 내비친 '스물'은 흥행 성공 이후 속편 제작에 대한 가능성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서른이나 마흔이나 남자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경제적인 면이나 생활적인 면같은 이야기의 내용은 좀 달라지겠지만, 여자와 섹스라는 큰 주제는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을거다. 만약 '스물'의 다른 버전을 하게 된다면 캐릭터 하나를 끌고 나와 외전 형식의 영화를 만들수는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염두에 두고 있는 차기작이 있는지 묻자 이병헌 감독은 "원래 블록버스터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킹스맨'을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한다.

"대사와 음악이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영화지 때리고 부수고 피가 나오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킹스맨'을 보니 액션도 저렇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좋아하는 느와르도 그런 식으로 새롭게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스물'의 감독이 만드는 코믹 느와르라면 한번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 하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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