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다양한 조합으로 선수들의 경쟁심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시돈 시립 경기장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레바논에 3-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예상을 깨고 4-1-4-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공격적인 전술로 나섰다. 재미를 못봤던 레바논 원정경기에 중동팀을 상대한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중원을 두껍게 세우는 4-2-3-1의 안정형 모델이 예상됐지만 슈틸리케는 과감한 카드를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원의 조합이었다. 정우영(빗셀 고베)을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권창훈(수원 삼성)을 좀 더 공격적으로 전진시킨 것이다.
이는 밀집 수비로 나선 라오스를 상대할 때 유용한 전술이었다. 공격진에 대한 지원 숫자를 늘려 상대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깨기 위함이었다. 라오스에 비해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좋고 역습 수준이 좀 더 높은 레바논전에서도 같은 전형으로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개별적인 능력과 포지션별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하면서 레바논전을 문제없이 치러냈고 원하던 승리를 가져왔다. 기성용의 공수 조율과 정우영의 수비라인 앞에서의 1차 저지선 역할, 권창훈의 제4 공격수 활약 등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로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나 한국영(카타르SC) 등을 활용했다. 그러면서 남태희(레퀴야)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공격을 지원하게 했다.
그러나 8개월 사이 새로운 미드필더 조합이 나타나면서 대표팀은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박주호는 이적 문제로 라오스전에 오지 못했고 레바논 원정에 바로 합류했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라오스전에서 홍철(수원 삼성)-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장현수(광저우 푸리)를 기용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에서는 김진수(호펜하임)-김영권-곽태휘(알 힐랄)-장현수를 내세웠다.
김진수는 라오스전을 쉬어 체력적인 문제가 없었고 곽태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래 생활하며 중동 축구에 익숙하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면서 수비진 구성의 다양화라는 소득도 얻었다. 중앙 수비 요원에는 김기희(전북 현대)도 있었다. 김기희 역시 전북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현수의 변신까지 더해지면서 수비 라인의 안정감은 더욱 커졌다.
공격진 역시 유럽파라고 안심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빈자리는 이재성(전북 현대)이 무리 없이 메웠다. 이재성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대체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김승대(포항 스틸러스)의 성장도 슈틸리케 감독을 웃게 한다. 상대의 성향에 따라 자유로운 조합으로 공격수들을 투입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두꺼워진 선수층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어느 선수가 와서 대표팀에 있더라도 발전하려는 의지를 늘 확인시켜줬다"라며 대표팀을 뿌리 깊은 나무로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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