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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년]MBC 예능국장, '대박농사' 비밀이 궁금합니다(인터뷰)


"새로움 추구는 PD의 숙명…건강한 웃음 잃지 말아야"

[이미영기자]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은 웃음. 그러나 안방극장 시청자들에 웃음이 전달되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예능보다는 다큐에 가깝다. 아이디어 전쟁이 펼쳐지고, 현장의 생생함 웃음을 카메라에 포착해야 한다. 편집실에서는 숨은 1센치를 찾기 위해 밤을 지샌다.

그렇게 MBC와 KBS, SBS 지상파 3사에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웹예능까지 셀 수 없는 예능이 쏟아져나온다. 그러나 모든 예능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다. 시청자들의 리모컨에 희비가 엇갈린다. 대박 예능에 쾌재를 부르기도 하지만 그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씁쓸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고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을 기다린다.

2015년 안방극장, MBC 예능은 웃었다. 그야말로 MBC전성시대였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민예능 '무한도전'과 '일밤'의 전성시대를 일군 '복면가왕'과 '진짜사나이', 평일 밤을 책임지는 '라디오스타'와 '나혼자산다', 그리고 '마이리틀텔레비전'까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역습으로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까지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 MBC의 성적은 더 빛났다. MBC 예능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수장, 이흥우 예능국장을 만났다.

◆MBC의 영업 비밀? "새로움 추구는 PD의 숙명"

"선후배 PD들 모두 늘 해왔듯이, 맡은 바 열심히 했죠."

MBC 예능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이 깃든 한마디였다. 사실이 그랬다. MBC 예능은 2015년 농사를 참 잘 지었다.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은 풍성한 기획으로 '국민예능'의 명성을 공고히 했고, 장수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과 '라디오스타'는 올해도 잘 여물었다. '일밤-진짜사나이'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단단하게 뿌리내렸고 올 초 런칭한 '복면가왕'은 음악 예능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 수확물이었다. 실험적이었던 '마이리틀텔레비전'도 트렌드와 재미를 잡으며 안방극장에 안착했다.

새로운 포맷 발굴에서 MBC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도전적인 성향의 PD들이 많고, 안정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한다. '복면가왕'이나 '마이리틀텔레비전' 모두 발상의 전환 속에서 탄생한 프로그램들이다.

"알게 모르게 그 집안 분위기가 있잖아요. 선배들을 보고 배우면서 새로움에 대한 추구를 하죠. 너무 낯설어서 시청이 어렵지 않도록 적절히 조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눈에 안 보이는 기술과 테크닉을 잘 배우고, 서로 공유하면서 지켜가는 분위기에서 새로운 포맷이 만들어졌죠."

이흥우 PD는 MBC 예능국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1991년 5월 MBC 공채로 입사해 '우정의 무대' '테마게임' '일밤' '레인보우로망스' '섹션TV 연예통신' '인기가요 베스트50' '음악여행 라라라' 등을 연출해왔다. 버라이어티부터 시트콤, 음악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두루 연출한, 그야말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PD다.

"PD는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는 말은 현장에서 몸으로 부닥치며 얻은 배움이기도 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주기가 있는 상품이예요. 새로운 것을 잃어버리면 늙은 브랜드가 되고, 컬처 프로덕트 컬러를 잃어버리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해요. 그것이 피디의 숙명이죠. 트렌드를 반영하고 매력도 있어야죠. 그런데 너무 앞서가면 또 어렵죠. 잘 조화하고 배합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도 앞서나간 프로그램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생명력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죠. 그 시기에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수용 기제를 잘 파악해야 하죠."

◆'복면가왕'과 '진짜사나이'는 어떻게 킬러콘텐츠가 됐나

일요일 저녁 시간대는 방송3사의 치열한 격전지다. 그래서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린 시간대다. 그래서 '일밤'의 화려한 재기는 MBC에 큰 의미가 있다. '진짜사나이'는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새 멤버들로 짠 새 판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다양한 특집으로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복면가왕'은 가면 하나로 발상의 전환을 꾀하면서 음악프로그램의 진화를 보여줬다. '일밤'은 MBC의 간판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되찾는 동시에 킬러 콘텐츠가 됐다.

이흥우 국장은 '복면가왕'을 진두지휘했고, '진짜사나이'의 SSU와 해병대 특집 등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물었다.

"'복면가왕'은 촌스러운 것을 세련되게 만들었죠. 리얼버라이어티 최고 요소로 꼽는 출연자에 대한 공감이 생기는 프로그램이예요. 가수들이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요. 노래 버라이어티 중에 가장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것도 성공 요인이죠. 승패에서 져도 아쉽지 않고 훈훈한 대결이 되는 건 코미디로 풀기 때문이예요. 출연자들의 개인기도 있고, 정통적인 쇼코미디 방식처럼 자기를 드러내는 걸 자연스럽게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버라이어티가 된 것 같아요. '슈퍼돌맨이 돌아왔다'의 기세등등했던 시청률을 뺏어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요. PD들에게 감사하죠."

"'진짜사나이'는 '우정의 무대'를 잇는 군 소재 버라이어티죠. '우정의 무대'가 쇼코미디였다면, 리얼 버라이어티가 되면서 여러 연예인들이 실질적으로 흘리는 소금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다들 군입대 하는 자녀나 조카들이 있잖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죠. ('우정의 무대'에서) 꽃다운 스무살 청춘들의 사회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포착해 감동으로 끝이 나고 울음바다가 됐던 것처럼 공유하고 있었던 감정을 놓치지 않고 편집으로 잘 했던 것 같아요. 올해 카메라도 많이 늘어났죠. '진짜사나이' 카메라 수는 영업비밀입니다."

◆"예능 제작의 원칙? 건강한 웃음과 진정성"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예능 전쟁터가 됐다. 누군가는 지상파의 위기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케이블-종편 예능 범람을 '질서의 파괴'라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흥우 국장은 '케이블, 종편 예능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무섭지 않다"고 웃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종편과 케이블이 하향세를 그릴 것 같다"며 "당도가 높은 떡볶이를 생각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너무 자극적인 것은 빨리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능 제작에도 원칙이 있다. 이흥우 국장은 '건강한 웃음'과 '진정성'을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최우선으로 뒀다.

"건강한 웃음이 잇는가. 이 프로그램을 한 두시간 동안 시청하고 난 다음에 남는 건 무엇인가. 메시지가 있나 생각해요. 진정성이 필요하죠. 킬링 타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의 삶을 즐겁게 하든, 생각하게 하든 남는게 있어야 해요. 베끼거나 표절, 저급한 건 배제하죠."

MBC 예능프로그램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유독 많다. 스타MC 섭외보다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모든 장르에 다 통하는 것이 콘텐츠예요.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A+급 MC를 욕심 내지만 프로그램에 안 맞을 수 있죠. 출연자들이 기량을 다할 수 있는, 적재적소의 캐스팅이 중요해요. 출연자들 간의 케미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지향점이 맞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게 진정성을 발휘하는 것이 최고의 캐스팅이죠."

MBC는 11월 개편을 앞두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대에는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위대한 유산', 금요일 밤 10시대에는 '능력자들'이 정규 편성돼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최적의 시기에 상품을 내놓는다"는 이 국장은 "대박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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