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원대한 꿈을 품고 시즌을 시작했던 수원 삼성이 2위라는 순위표를 받았다. 19승 10무 9패 승점 67점으로 지난해와 똑같은 승패와 승점, 그리고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수원의 올 시즌은 걱정과는 달리 무난하게 전개됐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유럽 빅리그 중상위권 팀들과 연습 경기로 면역력을 기르며 올 시즌을 대비했다. 4라운드에서 처음 2위에 오르면서 순항했고 10라운드부터는 줄곧 2위를 지켰다.
서정원 감독은 상대의 성향에 따라 4-1-4-1, 4-2-3-1 등 다양한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공격 중심의 축구로 경기를 풀어갔다. 김은선을 중앙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혼자 두고 시도하는 수원식 공격 축구는 모험적이었지만 수비라인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김은선 부상 이후에는 중앙 수비수 조성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줬다.
그래도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목마름은 컸다. 카이오는 동계 훈련에서 부상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불가리아 국가대표 일리안 미찬스키는 컨디션 난조로 효율성이 떨어졌다. 서 감독은 동계훈련에서 시도하며 구상을 해뒀던 염기훈의 중앙 공격수 이동, 서정진 제로톱 배치 등 임기응변으로 머리를 썼다.
어렵게 재계약을 하고 '수원맨'으로 남기로 한 염기훈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염기훈은 8골 17도움으로 도움왕과 최다 공격포인트를 해내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는 도움왕에 올랐다.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쓸모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달 29일 전북 현대와의 최종전은 염기훈이 왜 수원에 필요한 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2-1 승리로 수원의 2위 확정에 앞장서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 획득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중동 팀의 거액 제의를 마다하고 수원에 남은 이유를 공격포인트로 말했다.
유스 출신 유망주의 성장도 고마운 부분이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 권창훈의 급성장이 눈에 띄었다. 김두현의 성남FC 이적으로 공수 조율에 공백이 생길 수 있었지만, 권창훈은 놀라운 움직임으로 수원을 살리는 촉매제가 됐다. 권창훈은 10골을 넣으며 당당히 영플레이어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축구가 몇몇 선수의 헌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수원이지만 다시 한 번 차가운 겨울을 맞이한다. 고액 연봉자들을 또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판 골키퍼 정성룡은 사실상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이적이 확정적이다. 수원이 재계약 카드를 내민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생 없이는 남을 수 없는 조건이다.
이는 정성룡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주전급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석명 단장은 "선수들에게 참 미안하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뛴 선수들이라 더 그렇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홈 구장 문제도 시즌 내내 속을 썩였다. 경기장 관리 주체인 (재)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횡포로 제대로 된 연습 경기도 치르기 힘들었다. 그라운드의 부실 관리는 수원의 경기력 저하에 한몫을 했다. 부상자가 속출해 어려움이 배가됐다.
억울한 판정으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스플릿 라운드 성남FC전에서는 권창훈의 골이 골라인을 넘어갔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판정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편인 서 감독이 "골 맞지 않느냐"라며 쓰린 마음을 삭히느라 애를 먹었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값진 2위로 시즌을 끝냈다. 서 감독의 부임 3년차 시즌이 마감됐다. 이제 수원 앞에 남은 것은 겨울에 예정된 고난의 행군을 또 얼마나 잘 견디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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