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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대 줄게"…이동현에겐 남다른 '야생마의 귀환'


이상훈 코치, 카리스마 앞세운 LG 마운드 상징…이동현에겐 정신적 지주

[정명의기자] '야생마' 이상훈(44) 코치가 LG 트윈스로 복귀한다. 2004년 1월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되며 트윈스 유니폼을 벗은 후 약 12년만의 귀환이 이루어졌다.

이상훈 코치는 LG 마운드의 상징적인 존재다.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를 향해 달려가던 현역 시절 그의 모습은 LG 팬들에게 짜릿함과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004년 팀을 떠난 이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코치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런 이 코치가 LG로 돌아온다. LG는 지난 2일 이 코치의 복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코치에게는 투수 유망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피칭 아카데미'의 초대 원장이라는 역할이 주어졌다. 이 코치는 "LG에서 다시 불러줘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내 이름 석 자에 먹칠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현, 유일하게 이상훈 코치와 현역을 함께 보낸 LG 투수

누구보다 이 코치의 LG 복귀를 반긴 선수가 있다. 현재 LG 투수 중 유일하게 이 코치와 현역 시절을 함께 보낸 '로켓' 이동현(32)이다. 이동현은 2001년 고졸신인으로 LG에 입단, 2002년과 2003년을 이 코치와 함께 뛰었다.

둘은 아직까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로 남아 있는 2002년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LG로 복귀한 이 코치는 마무리로 뛰며 그 해 7승2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68의 성적을 남겼다. 이동현은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맡으며 8승3패 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이후 이 코치는 2003년 LG에서 30세이브를 기록한 뒤 2004년에는 SK로 이적, 곧바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한 뒤로는 밴드 활동 등 음악인으로 변신했다가 2012년이 돼서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코치로 야구계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올 시즌 두산의 2군 투수코치를 맡아 진야곱, 이현호, 함덕주 등 왼손 투수들을 육성했다.

이동현은 이 코치가 은퇴를 선언한 2004년까지는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은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3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탓이다. 그럼에도 이동현은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성공, 2009년부터는 꾸준히 LG의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

◆야생마와 로켓, 둘의 남다른 인연

두 사람이 LG에서 재회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이동현은 LG에 잔류한다는 보장이 없었고, 이 코치는 두산에서 성공적인 지도자로서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두 사람의 거취는 같은 날 결정됐다. 지난달 28일, 이동현이 LG와 3년 총액 3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고 곧이어 이 코치의 LG행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 LG 구단도 "이상훈 코치의 영입을 진행 중이며 구두상으로 합의를 마치고 계약서 사인을 앞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코치의 LG 복귀가 결정된 후 이동현은 곧장 전화를 걸었다. 마침 다음날(11월29일)이 LG가 매 시즌 진행하는 팬들과의 이벤트, '러브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동현은 "내일 오시냐고 물었더니 아직 계약이 안 끝나서 못 오신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난 '내일 뵙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이 코치와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반가움에 이동현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코치와의 추억 한 조각을 꺼내보였다. 2012년 어느 날, 이 코치와 술잔을 기울이다 찍은 사진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팔꿈치를 맞대고 있는데, 그 스토리가 재밌다.

이동현은 "내가 '코치님, 저 팔꿈치 인대를 잃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코치님이 '야, 그럼 내 인대 줄게. 크로스!'라고 외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대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이. 당시 찍었던 사진에는 '정신적 지주와의 시간'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나만 믿으면 된다" 야생마의 가르침

이동현에게 이 코치는 하늘같은 선배였다. 이 코치를 처음 만난 2002년은 이동현에게 고졸 2년차 시즌이었다. 반면 이 코치는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베테랑이었다.

프로 햇병아리였던 이동현은 당대를 풍미한 이 코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이 코치는 이동현의 야구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동현은 과거를 떠올리며 "어릴 때 전혀 몰랐던 부분들을 이 코치님께서 많이 가르쳐주셨다"며 "방으로도 자주 불려가 혼도 많이 났다.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동현도 전해 들은 얘기가 하나 있다. LG의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현 한화)과 이 코치의 대화 내용이다. 이 코치가 조인성에게 자신의 버릇(쿠세) 유무를 물었고, 조인성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코치는 "그런 것은 믿지 않는다. 나는 나만 믿는다. 한가운데를 보고 직구만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라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분석하든 내 공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코치의 굳은 심지를 드러낸 얘기다. 이 얘기를 전하며 이동현은 "나도 그런 마인드를 배웠고, 그렇게 던져왔다"며 "그런 것들이 어린 투수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코치 이상훈'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이동현은 "나도 그 분 때문에 이만큼 성장했다"며 "내년에도 투수조 조장을 계속 할 생각이다. 코치님을 도와 어린 선수들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팀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이동현과 이상훈 코치는 LG의 프랜차이즈 투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도 함께 경험했다.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다시 한 배를 타게 된 두 사람. LG 팬들은 이동현과 이상훈 코치의 재회가 LG의 신바람 야구를 다시 불러오길 기대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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